[관광칼럼 75] 관광객이 떠난 자리, 주민은 무엇을 얻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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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칼럼 75] 관광객이 떠난 자리, 주민은 무엇을 얻는가

관리자 2026-10-21 조회수 23


[관광의 성과를 다시 묻다]


관광정책의 성과는 대개 숫자로 설명된다.

방문객이 몇 명 늘었는지, 관광수입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숙박일수와 카드매출이 얼마인지가 주요한 기준이 된다.

이런 지표는 관광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필요하다.

그러나 숫자가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지역이 더 좋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관광객이 많아졌는데 주민의 주거비가 오르고, 교통은 더 혼잡해지며, 쓰레기와 소음이 늘어난다면 그 성장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관광수입이 늘었지만 지역의 청년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영세 상인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떠난다면 그 관광은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가.

본 칼럼에서는 관광의 성과를 누구의 삶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묻고자 한다.

관광객이 떠난 자리에서 주민은 무엇을 얻고 있는가.


[방문객 수가 전부는 아니다]


관광객 수는 가장 눈에 띄는 지표다. 방문객이 많아지면 지역이 알려졌다는 사실을 쉽게 보여 줄 수 있다.

행정기관과 관광사업자는 홍보 성과를 설명하기에도 편하다.

하지만 방문객 수가 늘어난다고 지역의 이익도 같은 비율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당일치기 방문객이 대거 몰리면 도로와 화장실, 주차장과 쓰레기 처리 부담은 커지지만 지역에 남기는 소비는 적을 수 있다.

관광버스가 많은 손님을 데려와도 지정된 식당과 외부 업체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지면 골목상권과 주민에게 돌아가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방문객 수를 늘리는 정책은 때로 지역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 관광을 만들기도 한다.

주민은 출퇴근길의 정체와 주차난, 소음과 사생활 침해를 겪지만 관광객 수가 늘었다는 성과 앞에서 불편을 말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서 관광의 성공을 말할 때는 방문객 수와 함께 지역의 수용 능력도 살펴야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는가보다, 그만큼의 사람이 와도 주민의 생활과 자연환경이 유지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지역에 남는 돈은 얼마인가]


관광객이 쓰는 돈이 모두 지역에 남는 것은 아니다.

숙소와 여행상품, 예약 플랫폼과 교통, 식재료와 기념품의 수익은 여러 경로를 거쳐 외부로 빠져나갈 수 있다.

대형 호텔과 프랜차이즈, 외부 투자자와 플랫폼이 관광시장의 중심을 차지할수록 지역에 남는 몫은 줄어들 수 있다.

관광객이 많아도 주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

관광의 경제효과는 총매출보다 지역 안에 남는 소득으로 평가해야 한다.

지역 주민이 운영하는 숙소와 식당, 가게와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야 한다.

지역 농산물과 수산물, 공예품과 서비스가 관광 공급망에 얼마나 연결되는지도 중요하다.

관광수입이 특정 사업자에게만 집중되지 않고, 소상공인과 생산자, 청년과 여성, 취약한 노동자에게도 공정하게 돌아가는지 확인해야 한다.

지역경제는 관광객이 지갑을 여는 순간이 아니라, 그 지출이 지역 안에서 여러 사람의 소득으로 이어질 때 살아난다.


[좋은 일자리는 만들어졌는가]


관광은 흔히 일자리를 만드는 산업으로 소개된다.

숙박과 음식, 교통과 쇼핑, 문화와 체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자리의 수만으로 관광의 성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관광업의 일자리는 계절에 따라 불안정하고, 주말과 야간 근무가 많으며, 임금과 사회보장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관광객이 몰리는 성수기에는 장시간 노동이 반복되고, 비수기에는 소득이 끊길 수 있다.

관광이 지역에 좋은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말하려면 몇 명을 고용했는지보다 어떤 조건으로 고용했는지를 물어야 한다.

임금은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인지, 휴게시간과 휴일은 보장되는지, 안전교육과 산재예방이 이뤄지는지 살펴야 한다.

청년과 경력단절 여성, 고령자와 이주노동자가 단순히 값싼 노동력으로만 활용되고 있지는 않은지도 중요하다.

관광의 일자리는 지역의 미래를 만드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노동자를 소모품처럼 대한다면 관광은 지역에 활력을 주는 대신 불안정한 삶을 늘리는 산업이 될 수 있다.


[주민의 집은 지켜지고 있는가]


관광이 성장하면 숙소와 카페, 상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

이 과정에서 주택이 단기임대 숙소로 바뀌고, 상가 임대료와 주거비가 함께 오를 수 있다.

관광객에게는 매력적인 숙소가 늘어나는 일이지만, 주민에게는 살 집이 줄어드는 일이 될 수 있다.

관광지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와 식당 직원, 가이드와 청년 창업가가 정작 그 지역에 살지 못하고 먼 곳에서 출퇴근해야 한다면 관광은 자기 기반을 약화시키는 셈이다.

주민이 떠난 관광지는 결국 관광객이 찾아올 이유도 잃는다.

지역의 생활문화와 시장, 이웃과 일상의 풍경은 사람이 계속 살아갈 때 유지되기 때문이다.

관광정책은 객실 수와 숙박시설 공급만 확대해서는 안 된다.

장기 거주 주택을 보호하고, 단기임대의 밀집도를 관리하며, 관광으로 늘어난 수익이 주거안정과 공공서비스에 쓰이도록 해야 한다.

관광이 주민의 집을 빼앗는다면 그것은 지역발전이 아니라 지역의 삶을 대체하는 일이다.


[공공서비스는 좋아졌는가]


관광객이 늘면 지역의 도로와 대중교통, 화장실과 주차장, 쓰레기 처리와 안전관리 수요도 함께 늘어난다.

문제는 이런 기반시설의 비용을 주민 세금만으로 부담하는 경우다.

관광객은 며칠 머물다 떠나지만, 주민은 혼잡과 쓰레기, 시설 부족을 계속 감당해야 한다.

관광으로 늘어난 수입은 관광객을 위한 홍보와 새로운 시설에만 쓰여서는 안 된다.

주민이 매일 이용하는 버스와 보행로, 공원과 공중화장실, 의료와 돌봄, 쓰레기 처리와 안전시설을 개선하는 데 먼저 사용되어야 한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일수록 주민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를 갖춰야 한다.

관광지의 화려한 거리와 사진 명소는 늘어났는데, 정작 주민이 이용할 버스와 병원, 아이들이 놀 공간은 부족하다면 정책의 우선순위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좋은 관광은 방문객에게 편리한 지역을 만드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주민에게도 더 안전하고 편리한 지역을 만드는 데서 완성된다.


[자연은 회복할 시간을 얻는가]


관광객이 자연지역을 찾을수록 산과 바다, 숲과 습지는 더 많은 부담을 받는다.

탐방로가 훼손되고, 쓰레기와 소음이 늘며, 야생동물의 서식과 이동이 방해받을 수 있다.

관광수입이 자연보호와 관리에 충분히 쓰이지 않는다면 아름다운 풍경은 빠르게 소진된다.

관광지는 자연을 배경으로 사용하면서도 자연의 회복을 위한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방문객 수를 제한하고, 예약제를 운영하며, 훼손된 탐방로를 복원하고, 일부 구역을 계절별로 쉬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런 제한은 관광객을 불편하게 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다.

자연이 무너지면 관광도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이다.

자연보전의 비용은 지역주민만 떠안을 일이 아니다.

입장료와 관광세, 사업자의 수익 일부가 생태계 보전과 환경관리 인력, 주민의 생활환경 개선으로 돌아가야 한다.

관광은 자연을 이용하는 산업인 만큼, 자연이 회복할 권리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


[주민의 목소리는 반영되는가]


관광개발은 행정과 투자자, 관광사업자 중심으로 결정되기 쉽다.

새로운 리조트와 축제, 케이블카와 관광도로가 지역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된다.

하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은 계획이 거의 확정된 뒤에야 내용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주민설명회 한 번으로 충분한 참여가 이뤄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주민은 관광의 영향을 가장 오래, 가장 가까이에서 받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관광객을 얼마나 받을지, 어떤 개발을 허용할지, 관광수익을 어디에 쓸지, 어떤 자연과 생활공간을 보호할지는 주민과 함께 결정해야 한다.

주민 참여는 찬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넘어 실제 의사결정 권한을 나누는 일이 되어야 한다.

청년과 여성, 고령자와 소상공인, 이주민과 관광노동자처럼 서로 다른 집단의 목소리가 포함되어야 한다.

관광의 편익은 일부가 가져가고 불편은 다수가 감당하는 구조라면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주민의 동의 없는 관광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관광객도 성과를 묻는 사람이다]


관광객은 관광정책의 대상이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여행자는 자신의 소비가 지역에 어떤 영향을 남기는지 물을 수 있는 시민이기도 하다.

숙소와 식당을 선택할 때 지역이 운영하는 곳인지, 노동자와 환경을 고려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관광지에서 불편을 느꼈을 때도 무조건 서비스 부족이라고 판단하기보다, 주민의 생활과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규칙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예약제와 방문객 제한, 일회용품 감축과 야간소음 규제는 여행의 자유를 빼앗기 위한 정책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오래 함께 누리기 위해 필요한 약속일 수 있다.

여행자는 지역에 더 많은 시설과 더 늦은 영업, 더 싼 가격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관광이 주민에게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

내가 즐긴 여행이 지역의 삶을 더 나아지게 했는지, 아니면 누군가의 불편을 키웠는지 돌아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관광의 목표를 바꾸는 일]


관광은 경제를 움직이는 중요한 산업이다. 그러나 관광의 목표가 방문객 증가와 소비 확대에만 머문다면 지역은 쉽게 지친다.

더 많은 관광객을 받기 위해 주거와 자연, 노동과 생활공간을 희생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 관광의 성과는 다른 질문으로 평가해야 한다.


- 주민은 관광 때문에 더 오래 살고 싶어 하는가.

- 청년은 이 지역에서 안정적인 일과 미래를 찾을 수 있는가.

- 자연은 회복할 시간을 얻고 있는가.

- 관광수입은 지역 안에서 공정하게 나뉘고 있는가.

- 공공서비스와 생활환경은 더 좋아지고 있는가.


이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할 수 있을 때 관광은 진정한 지역발전의 힘이 될 수 있다.

본 칼럼을 마치며 이렇게 적고 싶다.

관광의 성과는 관광객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가 아니라, 관광객이 떠난 뒤 주민의 삶이 얼마나 더 나아졌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다음 여행에서 우리는 유명한 명소와 할인 정보, 후기와 사진만 확인하지 말고 몇 가지를 더 물어야 한다.


- 이 지역의 주민은 관광을 환영하고 있는가.

- 관광수입은 지역의 일자리와 주거, 환경과 공공서비스를 위해 쓰이고 있는가.

- 관광노동자는 안정되고 존중받는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가.

- 자연과 생활공간은 충분히 보호되고 있는가.

- 그리고 내가 남긴 소비와 발걸음은 이곳의 내일에 어떤 도움이 되고 있는가.


그 질문을 시작할 때 관광은 지역을 소비하는 일이 아니라, 지역의 삶을 함께 지지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이강일 | 관광산업 연구자·저자. 관광의 미래를 읽고, 현장의 길을 설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