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칼럼67] 여행의 탄소를 계산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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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칼럼67] 여행의 탄소를 계산하는 법

관리자 2026-10-08 조회수 29


여행은 우리에게 이동과 휴식, 만남과 발견을 선물한다. 그러나 모든 여행은 흔적을 남긴다. 

 비행기의 연료, 호텔의 전기와 냉난방, 식당의 식재료, 관광지까지 이동하는 자동차와 버스가 만든 온실가스다.

 우리는 여행을 계획할 때 가격과 시간, 전망과 후기는 꼼꼼히 따진다. 하지만 그 여행이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지는 거의 묻지 않는다.

 

본 칼럼에서는 기후위기 시대의 여행을 위해 가장 기초적인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나는 어디로 가는가만큼, 어떤 방식으로 가고 무엇을 남기는가를 계산하고 있는가.

 

[관광은 기후변화의 피해자이자 가해자다]

 

관광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폭염은 여행 시기를 바꾸고, 산불과 홍수는 관광시설과 교통망을 위협하며, 해수면 상승은 해변과 섬의 기반시설을 훼손한다. 

눈과 얼음에 의존하는 겨울 관광지는 눈이 줄고 계절이 짧아지는 변화를 겪는다.

 

동시에 관광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산업이기도 하다. 교통과 숙박, 식음료, 쇼핑과 관광시설 운영이 연결되어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국제 연구는 관광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8~11%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유엔관광기구와 국제교통포럼의 연구는 관광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이 2005년부터 2016년 사이 최소 60% 증가했고, 별다른 조치가 없으면 2030년 배출량이 2016년보다 25%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광은 기후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동시에 스스로 배출을 줄여야 한다. 이것이 관광이 다른 산업보다 더 복잡한 이유다.

 

[가장 큰 흔적은 이동에서 나온다]

 

관광객이 목적지에서 사용하는 전기와 물도 중요하지만, 장거리 이동은 대체로 여행의 가장 큰 탄소배출원이다. 특히 항공기는 먼 거리를 빠르게 연결하지만, 현재의 대규모 관광을 지탱하는 핵심 화석연료 소비수단이기도 하다.

 

관광객이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뒤 호텔에서 수건을 한 번 덜 교체하는 것보다, 장거리 항공편 자체를 줄이거나 한 번 이동해 오래 머무는 것이 더 큰 감축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비행을 금지하자는 뜻은 아니다. 이동의 필요성과 거리, 교통수단 선택, 여행 빈도와 체류기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가까운 목적지로 철도나 버스를 이용하는 여행, 여러 번 짧게 떠나는 대신 한 번 오래 머무는 여행, 비수기에 이동하는 여행은 탄소뿐 아니라 혼잡과 지역 부담도 낮출 수 있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 대중교통·도보·자전거를 이용하는 것 역시 이동 배출과 교통혼잡을 줄이는 방법이다.

 

여행의 탄소는 사진을 찍는 순간이 아니라 집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호텔의 친환경 약속은 충분한가]

 

호텔은 태양광 패널과 친환경 인증, 수건 재사용 캠페인을 홍보한다. 이런 활동은 필요하지만, 작은 조치 몇 가지를 전체 감축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호텔의 탄소배출에는 객실 냉난방과 조명뿐 아니라 세탁, 주방, 수영장과 스파, 식음료 공급망, 건축·리모델링, 폐기물이 포함된다. 호텔이 객실 전등을 LED로 교체했더라도 항공 접근성이 낮은 곳에 대형 리조트를 새로 짓거나, 과도한 냉난방과 뷔페 음식물 폐기를 방치한다면 전체 배출량은 줄지 않을 수 있다.

 

유엔관광기구는 관광 분야의 온실가스 측정 방법과 도구를 정리하면서, 관광기업과 목적지가 배출량을 우선 측정하고 공통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측정하지 않으면 감축이 아니라 홍보만 남는다.

 

여행자는 호텔의 친환경 문구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 전력 사용량과 재생에너지 비율을 공개하는가.

- 객실·숙박객 1박당 온실가스를 측정하는가.

- 항공·교통과 식음료 공급망을 계산에 포함하는가.

- 기준연도와 감축목표, 실제 성과를 공개하는가.

- 탄소배출을 줄이는 조치와 상쇄에 쓰는 비용을 구분하는가.

- 직원과 지역사회가 기후행동 계획에 참여하는가.

 

[상쇄는 감축이 아니다]

 

항공권을 구매한 뒤 나무 심기나 산림보호 사업에 돈을 내면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그러나 탄소상쇄는 배출을 없애는 것과 같지 않다.

 

상쇄사업은 산림이 오랫동안 보존된다는 전제, 실제로 추가적인 감축이 발생했다는 전제, 다른 곳에서 같은 감축을 중복으로 계산하지 않았다는 전제를 필요로 한다. 산불·가뭄·벌목으로 산림이 사라지면 예상했던 흡수량도 사라질 수 있다.

 

그래서 기후행동의 순서는 명확해야 한다. 먼저 여행과 시설 운영에서 배출을 줄이고, 불가피한 잔여배출에 대해서만 품질이 검증된 방식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다.

 

“탄소중립 여행”이라는 표현도 주의해야 한다. 실제 배출량과 감축량, 상쇄사업의 위치와 검증기관, 사업의 지속기간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는 무엇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다. 

글래스고 관광 기후행동 선언도 2030년까지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 이전 가능한 한 빨리 순배출 제로에 도달하겠다는 목표와 함께 측정·감축·재생·협력·재정의 다섯 가지 행동경로를 제시한다.

 

상쇄는 감축의 면허가 아니라, 감축 이후 남은 책임을 다루는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

 

[‘친환경 여행’은 누구의 부담인가]

 

탄소를 줄이기 위한 정책이 여행자의 비용과 현장 노동자의 부담만 늘려서는 안 된다. 

비행편을 줄이면 항공노동자와 지역 관광사업자에게 어떤 전환 지원을 할지, 대중교통을 확대하면 재정을 누가 부담할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

 

작은 호텔은 대기업처럼 재생에너지 설비와 전문 컨설팅에 투자하기 어렵다. 

관광객이 적은 농촌과 섬은 철도·버스가 부족해 이동수단을 바꾸기 어렵다. 

지역의 중소사업자에게만 높은 환경기준을 요구하면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글래스고 선언은 정부·관광기관·기업·금융기관·시민사회·학계가 함께 기후행동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관광의 전환 비용을 소비자나 소규모 사업자에게만 떠넘기지 않고, 대기업과 금융·공공부문이 함께 부담해야 하는 이유다.

 

기후정의는 여행을 줄이는 사람에게만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더 많이 배출한 주체와 더 큰 자원을 가진 주체가 더 큰 책임을 지는 원칙이어야 한다.

 

[여행자는 시장을 바꿀 수 있다]

 

개인의 선택만으로 관광산업 전체의 배출량을 해결할 수는 없다. 항공 노선과 도시계획, 호텔의 에너지 체계, 국가의 교통정책은 개인이 결정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러나 여행자의 선택은 기업과 지방정부에 신호를 보낸다. 여행자가 탄소정보와 감축성과를 요구하면 기업은 데이터를 공개할 이유를 갖는다. 

지역의 철도·버스와 소규모 숙소, 지역 식당을 이용하면 관광수입이 지역 안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다.

 

실천은 다음과 같이 구체적일 수 있다.

 

불필요한 항공 이동을 줄이고 한 번의 여행에 오래 머문다.

 

- 가능한 구간은 철도·버스·도보·자전거를 이용한다.

- 성수기·혼잡지역을 피하고 방문 시기를 분산한다.

- 에너지·물·폐기물 데이터를 공개하는 숙소를 선택한다.

- 지역에서 생산한 식재료와 지역 소유 사업자를 이용한다.

- 야생동물·자연지역의 보호규칙과 방문객 수 제한을 지킨다.

- 탄소상쇄보다 먼저 이동·숙박·소비 자체를 줄인다.

- 여행 후 기업과 지방정부에 기후정보 공개를 요구한다.

 

중요한 것은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구조를 요구하는 것이다.

 

[목적지는 적응해야 한다]

 

관광의 기후행동은 배출 감축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미 발생하고 있는 폭염과 홍수, 가뭄과 산불, 해수면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

 

관광시설은 그늘과 냉방, 물 절약과 재생수, 침수방지와 산불 대피, 비상전력과 다국어 경보체계를 준비해야 한다. 해변과 산악지대, 유적지와 농촌의 위험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국가의 일괄적 대책보다 지역별 기후위험 평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적응이 새로운 개발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해안 침수를 막기 위해 더 많은 콘크리트를 설치하고,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관광시설에 우선 물을 공급하며, 산불 위험지역에 더 많은 숙박시설을 지을 수는 없다.

 

적응은 위험한 곳에 계속 짓는 기술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개발을 멈추고 이전하거나 관광객 수를 제한하는 용기도 포함한다.

 

[성장보다 전환을 물어야 한다]

 

관광정책은 오랫동안 방문객 수와 숙박일수, 관광수입과 객실 수를 중심으로 성과를 평가해 왔다. 그러나 기후위기 시대에는 이런 지표만으로 관광의 성공을 말할 수 없다.

 

방문객이 늘었는데 배출량도 늘고 물 부족과 혼잡, 주거난이 심해졌다면 관광은 성장했을지 몰라도 목적지가 좋아졌다고 말하기 어렵다. 반대로 방문객 수를 줄이면서 체류기간과 지역소득, 노동조건과 생태계 상태를 개선한다면 그것은 관광의 후퇴가 아니라 전환일 수 있다.

 

유엔환경계획은 관광이 에너지·물·토지·자원 소비와 고형폐기물·하수·생물다양성 손실·온실가스 배출을 함께 늘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평소 방식으로 관광이 성장한다면 2050년까지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물 소비와 폐기물 처리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따라서 이제 관광의 핵심 질문은 “몇 명이 왔는가”에서 “어떤 방식으로 왔고, 얼마나 오래 머물렀으며, 지역과 지구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가”로 바뀌어야 한다.

 

[숫자 없는 약속은 약속이 아니다]

 

글래스고 선언은 관광 이해관계자에게 기후행동계획을 만들고 진행 상황을 보고하도록 요구한다. 

선언에 서명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계획과 결과다.

 

기후행동계획에는 적어도 다음 항목이 들어가야 한다.

 

- 배출량의 기준연도와 측정 범위

- 이동·숙박·식음료·공급망별 배출원

- 2030년 감축목표와 연도별 이정표

- 재생에너지·효율개선·교통전환 계획

- 기후위험과 적응계획

- 지역사회·노동자 참여 방식

- 투자금액과 재원 출처

- 매년 공개할 성과지표와 검증방법

 

기업이 “친환경”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객실 1박당 배출량을 언제까지 몇 퍼센트 줄이겠다”고 말하는 것이 더 책임 있는 언어다. 

목적지도 “지속가능한 관광지”라는 표어보다 방문객 1인당 배출량·물 사용량·폐기물·지역소득과 주민 만족도를 공개해야 한다.

 

[본 칼럼의 질문]

 

여행은 기후위기의 바깥에 있는 사적인 즐거움이 아니다. 

우리가 어디로 어떻게 이동하고, 어떤 숙소와 식당을 이용하며, 어떤 관광정책을 지지하는지는 지구의 온도와 목적지의 미래에 연결돼 있다.

 

칼럼을 마치며 이렇게 적고 싶다.

지속가능한 여행은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여행이 아니라, 배출을 숨기지 않고 줄이기 위해 선택과 시스템을 바꾸는 여행이다.

 

다음 여행을 계획할 때 우리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 이동에 가장 적은 탄소를 내는 방법은 무엇인가.

- 한 번 더 비행하는 대신 더 오래 머물 수 있는가.

- 이 숙소와 관광기업은 실제 배출량을 공개하는가.

- 탄소상쇄보다 먼저 배출 자체를 줄이고 있는가.

- 내가 쓰는 돈이 지역의 기후적응과 생태계 회복에 기여하는가.

- 관광객을 더 많이 받는 것보다 안전하고 공정한 관광으로 전환하고 있는가.

 

여행은 세상을 만나는 방식이다. 이제는 그 세상을 소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여행을 통해 만

난 세상이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책임지는 방식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출발 전에 마지막으로 물어야 한다.

 

“나는 이 여행의 즐거움뿐 아니라, 이 여행이 남길 탄소까지 함께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강일 | 관광산업 연구자·저자. 관광의 미래를 읽고, 현장의 길을 설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