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아니면 다시 볼 수 없습니다.”
녹아내리는 빙하, 백화된 산호초, 해수면 상승에 잠기는 섬, 서식지를 잃어 가는 북극곰. 기후위기가 관광지의 풍경을 바꾸자, 사라지기 전에 직접 보려는 여행도 늘어나고 있다.
관광 연구에서는 이를 ‘라스트 찬스 투어리즘(Last Chance Tourism)’, 즉 최후기회관광이라고 부른다. 본 칼럼에서는 그 여행이 품은 역설을 묻고 싶다.
사라지는 풍경을 보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 그 풍경의 소멸을 조금 더 앞당기고 있지는 않은가.
[소멸이 여행 동기가 되다]
최후기회관광은 사라지거나 접근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자연경관·야생동물·문화유산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찾아가는 여행을 의미한다.
빙하와 극지방, 산호초와 저지대 섬, 멸종위기 동물의 서식지가 대표적인 목적지다.
이 현상은 단순한 호기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여행자는 기후위기를 직접 목격하고 싶어 하며, 뉴스와 다큐멘터리에서 보던 변화를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려 한다.
유럽의 빙하 관광지 6곳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방문자의 약 절반이 “빙하가 녹기 전에 보고 싶다”는 동기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으로 이러한 여행은 자연의 변화와 상실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한다.
캐나다 재스퍼국립공원 연구에서는 아사바스카 빙하를 찾은 방문객의 ‘마지막으로 보고 싶다’는 동기가 기후변화를 배우려는 의향과 연결됐다.
위기에 처한 풍경을 직접 경험하면 장소에 대한 애착과 보전 의식이 커질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모순이 시작된다.
[보고 싶다는 욕망의 역설]
최후기회관광의 대표 목적지는 대체로 멀리 떨어져 있다. 북극과 남극, 외딴 섬과 고산지대에 가려면 장거리 항공편과 선박, 특수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즉, 기후변화로 사라지는 풍경을 보기 위해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구조다.
캐나다 처칠의 북극곰 관광을 분석한 연구는 2018년 관광시즌의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2만 3,017톤의 CO₂로 추산했다.
이는 2008년보다 약 10% 늘어난 규모이며, 방문객 증가가 효율 개선 효과를 넘어선 결과로 분석됐다.
개별 여행자의 발자국도 작지 않았다. 해당 연구가 인용한 선행 분석에서는 처칠의 북극곰 관광객 한 명이 항공·숙박·현지 활동을 통해 약 1.54~8.61톤의 CO₂를 배출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사라지는 북극 생태계를 목격하려는 여행이 그 소멸의 원인인 온실가스를 추가로 배출하는 셈이다.
연구진은 더 불편한 결과도 발견했다. 방문객 대부분은 기후변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고 믿었지만, 자신의 항공여행이 그 변화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
10년 사이 기후위기에 대한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여행 소비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기후위기를 이해하기 위해 여행하지만, 그 이해가 반드시 행동의 변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희귀해질수록 비싸지는 풍경]
관광산업에서 희소성은 상품가치를 높인다. “곧 사라진다”는 문장은 여행자에게 긴박감을 주고, 높은 가격과 긴 이동거리를 감수하게 만든다. 기후위기가 관광상품의 마케팅 문구가 되는 순간이다.
최후기회관광에 관한 문헌 연구는 관광지가 살아남을 수 있는 시간이 제한돼 있고, 소멸 소식이 알려질수록 방문객이 급증해 취약한 목적지에 추가 압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관광객이 집중되면 탐방로 침식과 쓰레기, 야생동물 교란, 물·에너지 소비가 증가하며, 작은 지역사회가 감당해야 할 주거·교통·생활비 부담도 커진다.
따라서 “사라지기 전에 꼭 가 보라”는 홍보는 위험하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항공여행과 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 풍경의 상실을 막는 대신 상실의 속도를 상품화하는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여기에는 윤리적 질문도 따른다.
- 누가 이 장소를 ‘곧 사라질 관광지’라고 규정하는가.
- 지역 주민은 자신의 고향이 소멸의 볼거리로 홍보되는 데 동의했는가.
- 관광수입은 적응과 보전에 사용되는가, 아니면 외부 기업으로 빠져나가는가.
- 방문객이 떠난 뒤 지역사회는 더 안전해지는가, 더 취약해지는가.
[유산도 기후위기를 겪는다]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것은 빙하와 산호초만이 아니다. 해수면 상승과 해안 침식, 폭염·가뭄·산불·폭풍은 역사도시와 고고학 유적, 전통적인 생활문화까지 위협한다.
유네스코·유엔환경계획 등이 공동으로 작성한 보고서는 29개국의 세계유산 31곳이 기온 상승과 빙하 융해, 해수면 상승, 가뭄·산불·극한기상에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베네치아와 갈라파고스, 스톤헨지, 일본 시레토코반도 같은 대표 관광지도 사례에 포함됐다.
기후변화는 문화유산의 물리적 형태뿐 아니라 그 장소에 의존하는 지역경제와 공동체의 삶에도 영향을 준다. 섬과 해안 공동체가 다른 곳으로 이주하면 건물은 남더라도 언어와 의례, 어업 지식과 음식문화 같은 살아 있는 유산은 약화될 수 있다.
따라서 최후기회관광이 다루는 ‘소멸’은 예쁜 풍경 하나가 없어지는 문제가 아니다. 장소와 함께 살아온 인간과 비인간 생태계의 관계가 무너지는 과정이다.
[슬픔까지 상품이 되는가]
사라지는 자연 앞에서 여행자는 경이로움과 함께 슬픔·불안·죄책감을 느낀다.
최근 연구는 이러한 감정을 ‘생태적 슬픔(ecological grief)’이라는 개념으로 살펴본다.
생태적 슬픔은 단순히 풍경이 달라져 아쉽다는 감정이 아니다. 익
숙한 계절과 생태계, 생물종과 삶의 터전을 잃어 갈 때 인간이 경험하는 상실감이다.
특히 북극과 고산지역 주민에게 빙하는 관광자원이기 전에 물과 기후, 기억과 정체성을 이루는 존재다.
문제는 관광이 지역사회의 실제 상실을 방문객의 감동으로 바꿀 수 있다는 데 있다.
관광객은 며칠 동안 녹아내리는 빙하를 보고 슬퍼한 뒤 돌아가지만, 주민은 이후에도 생계와 안전, 문화의 변화를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최후기회관광의 해설은 “몇 년 뒤 이 얼음이 사라집니다”라는 충격적인 설명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지역 주민과 과학자, 원주민 공동체가 겪는 변화와 목소리를 중심에 놓고, 방문객의 감정을 구체적인 책임과 행동으로 연결해야 한다.
[교육은 행동으로 이어지는가]
최후기회관광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현장을 직접 본 여행자가 기후행동의 지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장소에 대한 애착과 자연과의 유대가 높은 방문객은 기후변화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보전 활동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가 있다.
하지만 현장 경험만으로 행동 변화가 자동으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관련 자료는 방문 후 환경의식이 높아지더라도 항공여행을 줄이거나 정치적·사회적 행동에 참여하는 사람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한다.
한 번의 충격적인 경험은 강한 기억을 남긴다.
그러나 항공편을 예약하고, 장거리 여행을 반복하고, 일상적인 고탄소 소비를 계속한다면 그 기억은 개인의 감상에 머물 수 있다.
좋은 기후관광에는 감동 이후의 경로가 필요하다.
- 방문 전 여행의 전체 탄소배출량을 알려 준다.
- 현장 해설에서 관광과 기후변화의 관계를 숨기지 않는다.
- 보전기금과 지역 적응사업에 기여할 방법을 제시한다.
- 귀가 후 실천할 구체적인 행동과 캠페인을 연결한다.
- 방문객의 인식뿐 아니라 실제 행동 변화를 장기적으로 평가한다.
여행자가 “슬펐다”고 말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무엇을 줄이고 바꾸고 지지했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가지 않는 것도 여행의 선택이다]
사라지는 장소를 보고 싶다는 마음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우리는 중요한 것을 잃을 것 같을 때 가까이 가서 보고 기억하려 한다.
그러나 모든 장소를 직접 봐야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방문객이 지나치게 많거나 생태계가 매우 취약한 곳이라면 가지 않는 것이 더 책임 있는 선택일 수 있다.
현지 기관이 제공하는 온라인 전시와 다큐멘터리, 시민과학 자료를 활용하고, 장거리 이동 대신 가까운 지역의 기후변화 현장을 살펴보는 방법도 있다.
직접 방문한다면 다음과 같은 기준을 생각할 수 있다.
- 비행 횟수를 줄이고 한 번 방문할 때 더 오래 머문다.
- 가능한 구간은 철도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 소규모·저영향 프로그램과 지역 소유 사업자를 선택한다.
- 야생동물과 빙하에 대한 접근 제한을 철저히 따른다.
- 성수기와 집중지역을 피하고 예약·인원 제한을 존중한다.
- 여행비의 일부가 실제 보전·연구·지역 적응에 쓰이는지 확인한다.
- 탄소상쇄를 면죄부로 삼지 말고, 우선 배출 자체를 줄인다.
목적지 관리기관도 관광객 수입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방문객 상한과 예약제, 취약지역 폐쇄, 저탄소 교통, 기후교육, 주민 주도의 의사결정을 함께 도입해야 한다.
유네스코 역시 관광이 유산 보호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지만, 무계획한 개발과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방문은 기후변화의 피해를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보러 가는 관광에서 지키는 관광으로]
최후기회관광을 완전히 금지하자는 말은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다. 관광수입은 자연보호와 연구, 지역 주민의 생계와 기후 적응을 지원할 수 있다. 방문객이 현장에서 경험한 변화는 멀게만 느껴지던 기후위기를 구체적인 현실로 바꿔 놓기도 한다.
그러나 관광이 정당하려면 적어도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여행 자체의 탄소와 환경 부담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둘째, 수익과 의사결정 권한이 지역사회와 보전 현장에 돌아가야 한다.
셋째, 방문 경험이 여행자의 소비가 아니라 장기적인 행동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이 조건이 없다면 최후기회관광은 사라지는 장소를 지키는 일이 아니라, 마지막 남은 모습을 조금 더 비싸게 판매하는 산업에 머물게 된다.
[본 칼럼의 질문]
본 칼럼을 마치며 이렇게 적고 싶다.
우리는 사라지는 풍경을 기억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기억할 권리가 그 풍경의 남은 시간을 줄일 권리까지 주는 것은 아니다.
“사라지기 전에 보러 오세요”라는 문장을 만났을 때, 우리는 바로 항공권을 검색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한다.
- 이곳은 정말 더 많은 방문객을 원하는가.
- 나의 이동은 이 장소의 소멸에 얼마나 기여하는가.
- 내가 지불한 돈은 누가 가져가며, 무엇을 지키는 데 쓰이는가.
- 이 여행을 다녀온 뒤 나는 무엇을 실제로 바꿀 것인가.
- 그리고 직접 보지 않는 선택도 사랑과 책임의 방식이 될 수 있지 않은가.
사라지는 풍경 앞에서 필요한 것은 ‘마지막 인증사진’이 아닐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볼 기회를 찾는 관광에서, 마지막이 오지 않도록 지키는 관광으로.
그 방향을 선택할 때에만 여행은 소멸을 구경하는 일이 아니라, 아직 남아 있는 미래를 지키는 일이 될 수 있다.
[이강일 | 관광산업 연구자·저자. 관광의 미래를 읽고, 현장의 길을 설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