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도 하고 좋은 일도 한다.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보육시설 아이들과 놀아 주며, 집을 짓거나 우물을 고친다.
‘볼런투어리즘(voluntourism)’은 여행자의 선의를 지역사회에 연결하는 매력적인 방식처럼 보인다.
그러나 본 칼럼에서는 그 선의를 조금 불편하게 들여다보려 한다.
우리가 돕고 있다는 만족감과 실제로 현지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반드시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봉사와 여행의 결합]
볼런투어리즘은 관광과 자원봉사를 결합한 여행으로, 몇 시간짜리 체험부터 수개월간의 활동까지 폭넓게 포함한다.
문제는 일부 상품이 전문성과 감독, 범죄경력 확인 없이 참가자를 아동·환자·취약계층과 직접 만나게 한다는 데 있다.
여행자는 비용을 지불하고 ‘의미 있는 경험’을 얻는다.
여행사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판매하고 현지 기관은 참가비와 기부금을 받는다. 얼핏 모두에게 이로운 구조 같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이 빠지기 쉽다.
이 활동은 여행자의 경험을 위해 설계됐는가, 아니면 지역사회가 실제로 요청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됐는가.
[아이들이 관광상품이 될 때]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고아원·보육시설을 방문하거나 그곳에서 봉사하는 ‘고아원 관광’이다.
국제 아동보호단체들은 여행사가 고아원 방문을 관광상품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많은 여행자는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돕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 중 상당수에게는 부모나 가까운 친족이 있으며, 빈곤과 장애, 교육·의료서비스 부족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시설에 들어간 경우가 많다.
관광객과 기부자의 방문이 늘면 시설에는 더 많은 아이가 있어야 한다는 경제적 유인이 생긴다.
일부 지역에서는 취약한 가정에 교육과 식사를 제공한다고 약속하며 아이를 데려간 뒤, 이들을 ‘고아’로 소개해 기부금과 봉사 참가비를 모으는 사례가 보고됐다.
아동을 가족에게서 데려와 시설에 배치하고 관광객과 기부자로부터 수익을 얻는 이러한 행위는 ‘고아원 인신매매(orphanage trafficking)’로 불린다.
선한 의도로 낸 돈이 역설적으로 가족 해체와 아동 착취를 유지하는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만남이 남기는 상처]
잠깐 찾아온 여행자가 아이를 안아 주고 함께 놀아 주는 모습은 따뜻해 보인다.
그러나 취약한 아동의 관점에서 보면, 낯선 어른이 반복적으로 나타나 친밀한 관계를 만들고 며칠 뒤 사라지는 과정이다.
단기 봉사자의 잦은 교체는 아이에게 또 다른 이별을 반복하게 하고, 안정적인 애착 관계 형성을 방해할 수 있다.
수업과 생활 일정이 방문객의 프로그램과 사진 촬영에 맞춰지면 교육 역시 방해받을 수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사생활과 안전이다.
우리는 평소 살고 있는 집이나 학교에 낯선 관광객이 들어와 사진을 찍고, 아이를 안으며, 개인사를 묻는 일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가난한 나라의 아동에게는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전혀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
일부 기관은 범죄경력과 자격을 확인하지 않은 방문객을 아동과 직접 만나게 한다.
제대로 된 보호정책과 감독이 없다면 이러한 접근은 학대·성착취·인신매매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전문성 없는 선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거나 의료·돌봄 봉사를 하는 일은 선의만으로 수행할 수 있는 활동이 아니다.
교사와 사회복지사, 의료인에게 자격과 훈련, 감독을 요구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여행자가 해당 언어를 모르고 교육 경험도 없이 며칠간 수업을 진행한다면, 현지 교사의 교육과정을 방해할 수 있다.
건축 경험이 없는 봉사자가 학교나 주택을 짓고, 의료 자격이 없는 참가자가 환자를 돌보는 것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더구나 여행자의 활동을 지도하고 잘못된 결과물을 고치는 데 현지 직원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써야 할 수도 있다.
여행자가 직접 벽돌을 쌓는 동안 숙련된 현지 노동자는 일할 기회를 잃고, 해외 참가자의 숙박·항공·프로그램 운영비가 실제 사업비보다 더 커지는 경우도 생긴다.
여행업계의 아동복지 지침도 일반 여행자를 아동의 교육이나 돌봄을 책임지는 자리에 배치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다.
불가피하게 아동과 접촉하는 활동은 아동보호 전문가의 사전평가와 신원조회, 현장교육, 지속적인 감독을 갖춰야 한다.
[가난을 연출하는 마케팅]
일부 봉사여행 상품은 눈물을 자극하는 아동 사진과 허름한 집, “당신이 이들의 유일한 희망”이라는 문구를 사용한다. 가난과 슬픔이 참가자를 모집하는 마케팅 소재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빈곤 마케팅’은 주민을 스스로 삶을 꾸려 가는 주체가 아니라 외부인의 구조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존재로 묘사한다.
지역의 역량과 지식, 정부와 공동체의 역할은 지워지고, 여행자는 짧은 기간에 변화를 만드는 영웅처럼 그려진다.
사진과 영상도 주의해야 한다.
아이의 얼굴과 이름, 건강상태와 가정사를 동의 없이 SNS에 올리면 사생활과 존엄을 침해하고, 이미지가 모금이나 상업적 홍보에 반복적으로 사용될 위험도 있다.
우리가 돕고 싶은 마음을 입증하기 위해 누군가의 가난과 얼굴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유엔이 경고한 이유]
2019년 유엔총회는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동에 관한 결의를 채택했다.
이 결의는 빈곤이나 자원 부족만을 이유로 아동을 가족과 분리해서는 안 되며, 시설 중심 보호를 가족·지역사회 기반 돌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엔은 관광을 포함한 고아원 봉사 프로그램이 인신매매와 착취로 이어질 수 있다며, 회원국에 그 피해를 예방하고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모든 봉사자의 의도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좋은 의도만으로는 아동의 권리와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국제사회의 판단이다.
유니세프도 시설 보호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며, 우선해야 할 해법은 가족이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생계·교육·의료·사회복지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부모와 함께 살 수 없다면 친족 돌봄과 위탁가정처럼 안정적인 가족 기반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
[봉사여행은 모두 나쁜가]
볼런투어리즘 자체를 모두 부정할 필요는 없다.
지역사회가 요청한 사업을 현지 기관이 주도하고, 참가자의 전문성과 역할이 명확하며, 장기적인 성과와 책임 구조를 갖춘다면 여행자의 시간과 기술은 의미 있게 쓰일 수 있다.
하지만 ‘돕고 싶다’는 마음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기준이 있다.
- 지역사회가 직접 사업의 필요성과 목표를 결정했는가.
-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현지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는가.
- 참가자에게 필요한 전문자격과 경험을 검증하는가.
- 범죄경력 확인과 아동·취약계층 보호정책이 있는가.
- 참가비 중 실제 지역사업에 쓰이는 금액을 공개하는가.
-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현지 기관이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가.
- 주민과 아동의 얼굴·이름·사연을 홍보에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가.
- 실패와 부작용을 평가하고 신고할 독립적인 절차가 있는가.
특히 고아원 방문과 아동 돌봄 봉사는 선택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아동을 돕고 싶다면 검증된 기관을 통해 가족지원과 지역사회 복지, 사회복지사 양성, 포용교육과 위탁가정 체계를 후원하는 편이 더 안전하고 지속가능하다.
[직접 해야만 도움일까]
우리는 흔히 직접 가서 땀을 흘려야 진짜 봉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항공료와 체재비, 프로그램 참가비로 큰돈을 쓰면서 현지에서 며칠간 비전문 활동을 하는 것보다, 같은 비용을 신뢰할 수 있는 현지 단체에 지원하는 편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전문기술이 있다면 현지 기관이 요청한 분야에서 장기간 협력할 수 있다.
전문성이 없다면 물품을 일방적으로 가져가기보다 현지에서 구매하고, 주민이 운영하는 숙소·식당·투어를 이용하며, 공동체 조직에 제한 없는 기부를 하는 방법도 있다.
도움의 가치는 여행자가 얼마나 감동했는지가 아니라, 여행자가 떠난 뒤 지역사회에 무엇이 지속되는가로 평가해야 한다.
[본 칼럼의 질문]
선의는 소중하다. 그러나 선의가 상대방의 동의와 권리, 전문성에 대한 존중 없이 실행되면 누군가에게는 부담과 위험이 될 수 있다.
본 칼럼을 마치며 이렇게 적고 싶다.
좋은 봉사는 나의 착한 마음을 확인하는 체험이 아니다. 도움을 받는 사람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듣고, 내가 앞에 나서지 않아도 그들의 삶이 더 나아지도록 돕는 일이다.
다음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특별한 봉사여행’이라는 광고를 만난다면, 감동적인 사진보다 먼저 물어야 한다.
- 왜 전문성과 신원 확인이 없는 내가 이 아이를 만날 수 있는가.
- 참가비는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 내가 떠난 뒤 이 관계와 사업은 어떻게 되는가.
- 이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낯선 여행자의 포옹인가, 아니면 가족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안정적인 지원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질문을 남겨 본다.
“나는 정말 돕기 위해 가는가, 아니면 도움을 주는 나를 경험하기 위해 가는가.”
[이강일 | 관광산업 연구자·저자. 관광의 미래를 읽고, 현장의 길을 설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