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텔 영수증에 낯선 항목이 붙어 있다. 숙박세, 도시세, 환경세, 지속가능관광세. 유명 관광지에 들어가려면 별도의 입장료를 내야 하는 도시도 생겼다.
여행자는 “이미 숙박과 식사에 돈을 쓰는데 왜 세금까지 내야 하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주민의 질문은 다르다.
“관광객이 쓰고 간 물과 도로, 버리고 간 쓰레기, 훼손된 자연과 문화유산을 복구하는 비용을 왜 우리가 모두 부담해야 하는가.”
관광세의 본질을 묻고 싶다.
관광세는 여행자를 상대로 한 손쉬운 돈벌이인가, 아니면 관광이 남긴 비용을 공정하게 나누는 장치인가.
[관광객은 떠나지만 비용은 남는다]
관광객은 숙박비와 식비, 교통비와 입장료를 지불한다.
하지만 그 가격에 관광이 목적지에 발생시키는 모든 비용이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방문객이 급증하면 지방정부는 도로와 대중교통, 화장실과 상하수도, 쓰레기 수거와 경찰·소방, 문화유산 관리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자연공원과 해변에서는 탐방로 보수와 생태계 복원, 수질 관리와 안전요원 배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공공비용은 상당 부분 주민의 지방세로 충당된다.
경제학에서는 상품 가격에 반영되지 않고 다른 사람이나 사회가 부담하는 비용을 ‘외부비용’이라고 부른다.
관광세는 관광객과 관광기업이 발생시킨 외부비용 일부를 다시 부담하도록 하는 장치로 이해할 수 있다.
관련 연구도 관광세를 혼잡과 환경 부담 같은 외부효과를 조정하고, 관광 목적지의 관리 재원을 확보하는 정책수단으로 설명한다.
따라서 관광세를 논의할 때 핵심은 “관광객에게 세금을 받을 것인가”만이 아니다.
얼마를, 누구에게, 언제 부과하고 그 돈을 어디에 쓸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관광세는 하나가 아니다]
우리가 관광세라고 부르는 제도는 목적과 부과 방식이 서로 다르다.
- 숙박세는 호텔·게스트하우스·공유숙박 이용자에게 1박당 일정액이나 숙박료의 일정 비율을 부과한다.
- 입도세·입장료는 섬이나 역사도시, 자연보호구역에 들어오는 방문객에게 받는다.
- 환경부담금은 해양생태계와 자연공원 관리, 폐기물 처리와 탄소감축 등의 특정 용도로 사용한다.
- 교통 관련 부담금은 항공권·크루즈·렌터카 등에 부과해 관광 이동이 발생시키는 비용을 회수한다.
- 혼잡요금은 성수기나 특정 시간대에 더 높은 금액을 매겨 방문 시기와 수요를 분산하려는 제도다.
이러한 제도는 이름이 비슷해도 목표가 다르다.
어떤 세금은 관광객 수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어떤 세금은 방문객 수를 유지하면서 관리 재원을 마련하는 데 목적을 둔다.
두 목적을 구분하지 않으면 세금을 걷은 뒤 “관광객이 줄지 않았다”며 실패라고 평가하거나, 반대로 세입이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성공이라고 착각할 수 있다.
[베네치아, 도시 입장료의 실험]
베네치아는 관광세 논쟁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 주는 도시다.
도시는 숙박객이 아닌 당일 방문객을 대상으로 역사도심 입장료를 도입했다.
2026년에는 지정된 60일 동안 미리 결제하면 5유로, 방문일에 임박해 결제하면 10유로를 받았으며, 숙박객과 주민·통근자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제도는 당일치기 방문을 줄이고 예약을 유도해 혼잡을 관리하려는 실험이었다.
2024년 첫 시행에서는 예상보다 많은 약 240만 유로를 거뒀지만 방문객 수 감소 효과는 뚜렷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낮은 입장료가 방문 결정을 바꿀 정도로 크지 않았고, 베네토 지역 주민 등 상당수 방문객이 면제됐기 때문이다.
2026년에는 약 68만 장의 유료 입장권이 판매돼 잠정적으로 520만 유로가량이 걷혔다.
유료 입장객이 2만 명을 넘은 날은 2024년 네 차례에서 2026년 한 차례로 줄었지만, 시 당국도 날씨와 공휴일·전체 여행수요의 영향을 분리해야 하므로 입장료 효과를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베네치아 사례가 보여 주는 것은 단순하다.
소액의 입장료는 재원과 방문객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그 자체만으로 오버투어리즘을 해결하기는 어렵다.
방문객 상한, 예약제, 숙박·교통정책, 크루즈와 단기임대 규제를 함께 시행하지 않으면 혼잡은 쉽게 다른 시간과 공간으로 옮겨 갈 수 있다.
[발레아레스, 세금을 사업으로 돌려주다]
스페인 발레아레스 제도는 관광세를 지역에 환원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마요르카·메노르카·이비사·포르멘테라에서는 2016년부터 관광숙박에 지속가능관광세를 부과하고 있다.
2026년 공개 기준으로 성수기 1인당 세액은 숙박시설 등급에 따라 하루 1~4유로이며, 크루즈 승객에게는 2유로가 적용된다.
비수기에는 시설에 따라 0.25~1유로, 크루즈에는 0.5유로로 낮아진다.
성수기에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관광객이 몰리는 시기의 부담을 반영하고 비수기 여행을 유도하려는 구조다.
이 세금은 환경과 문화유산 복원, 지속가능관광, 연구개발, 직업훈련과 고용, 사회임대주택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목적이 정해져 있다.
첫해인 2016년에는 약 3,000만 유로를 거둬 46개 사업을 지원했고, 이후 자연공원 확대와 산림 복원, 재생수 이용, 해양생태 지도 제작, 직업훈련시설과 문화유산 복원 등에 세입이 투입됐다.
중요한 점은 사업별 예산과 내용을 공개한다는 것이다.
발레아레스 정부는 관광세가 투입된 사업을 별도 웹사이트에서 검색할 수 있게 하고, 세입이 관광의 부정적 영향을 보완하는 데 쓰였는지 시민과 방문객이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관광객의 세금 수용성에 관한 연구에서도 사용처를 알려 주지 않을 때 지불 의사가 가장 낮았고, 문화유산 보존처럼 구체적인 목적을 제시했을 때 더 높은 지불 의사가 나타났다.
관광객이 세금 자체보다 돈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더 큰 불신을 느낀다는 의미다.
[관광세는 관광객을 줄이는가]
관광세를 도입하면 관광객이 다른 지역으로 떠날 것이라는 반론이 흔하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목적지와 세율, 방문객의 국적과 여행 형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이탈리아 여러 도시를 비교한 연구에서는 도시세 도입 후 국내 관광수요는 줄었지만 국제 관광객 유입에는 유의미한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관광의존도가 높은 몰디브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관광세가 10% 오를 때 입국 수요가 약 5.4% 감소했으며, 출발 국가별 반응도 달랐다.
최근의 관광세 연구는 일반적인 소액 부담금에 대한 여행수요 반응이 크지 않다고 본다. 대부분의 여행자에게 1박당 몇 유로는 목적지를 바꿀 정도의 비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발레아레스 제도에 대한 2026년 분석도 성수기 수요를 약 5.7% 줄이려면 기존 세금에 1인당 하루 15~20유로를 추가해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결국 소액 관광세는 방문객을 줄이는 규제라기보다 관광 비용을 분담하고 관리 재원을 만드는 제도에 가깝다.
실제 방문객 수를 줄이려면 세율을 크게 높이거나, 가장 혼잡한 날과 지역에 요금을 집중하고, 예약·허가·수용인원 제한을 함께 적용해야 한다.
[같은 금액이 공정한 것은 아니다]
관광세가 필요하다고 해서 모든 방식이 공정한 것은 아니다. 동일한 정액세는 고급호텔 투숙객보다 저가숙소를 이용하는 여행자에게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이 된다.
예를 들어 1박 40유로짜리 숙소와 400유로짜리 리조트에 같은 4유로를 부과하면, 전자에게는 숙박비의 10%이지만 후자에게는 1%에 불과하다.
이런 구조에서는 배낭여행자와 학생·가족여행자 같은 가격 민감 계층이 더 큰 영향을 받는다.
공정성을 높이려면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 숙박가격이나 시설등급에 따라 차등 부과한다.
- 어린이와 장애인 동행, 의료·교육 목적 방문에는 합리적 감면을 적용한다.
- 성수기와 혼잡지역에는 높게, 비수기와 쇠퇴지역에는 낮게 부과한다.
- 고급리조트와 크루즈·개인항공처럼 환경부담이 큰 상품에는 더 높은 책임을 묻는다.
- 숙박객에게만 부과해 당일치기 방문객이 빠져나가는 허점을 막는다.
발레아레스 제도처럼 시설등급과 계절에 따라 세액을 달리하는 방식은 이러한 형평성을 일부 반영한다.
다만 차등 기준이 실제 환경부담과 지불능력을 충분히 반영하는지는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세금이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관광세의 또 다른 위험은 돈을 냈으니 마음껏 소비하고 훼손해도 된다는 인식을 만드는 것이다.
몇 유로의 환경세가 과도한 물 사용과 쓰레기, 주민의 주거난과 혼잡을 자동으로 상쇄해 주는 것은 아니다.
관광기업도 세금을 손님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책임을 끝내서는 안 된다. 호텔과 플랫폼, 항공사·크루즈사가 큰 수익을 얻는다면 관광객뿐 아니라 기업에도 적절한 부담을 물어야 한다.
관광세가 사업자의 환경투자와 노동조건 개선, 에너지·물 절약 의무를 대신해서는 안 된다.
지방정부 역시 관광세를 걷는다는 이유로 계속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방문객 수가 늘수록 세입이 증가하는 구조에서는 관광세가 오버투어리즘을 줄이는 수단이 아니라 관광 확대를 정당화하는 재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관광세는 방문객 상한과 토지이용 규제, 단기임대 관리, 교통·환경정책을 보완해야 한다. 세금은 관리의 출발점이지, 책임의 종착점이 아니다.
[주민이 결정해야 한다]
관광세의 정당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주민 참여다.
관광 때문에 일상의 불편과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들이 세율과 사용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배제된다면, 세금은 또 하나의 관광산업 지원금으로 변질될 수 있다.
세입을 관광홍보와 대형 이벤트, 신규 관광시설 건설에 다시 투입하면 방문객 증가와 혼잡이 반복된다.
반면 대중교통과 주거, 상하수도와 폐기물 처리, 자연복원과 문화유산 보존에 사용하면 관광세는 주민의 삶과 목적지의 회복력을 높일 수 있다.
최소한 다음 정보는 공개되어야 한다.
- 연도별 징수액과 행정비용
- 사업별 배분 금액과 선정 기준
- 사업의 책임기관과 완료 시점
- 환경·주거·혼잡 개선 효과
- 주민과 노동자·소상공인의 참여 방식
- 관광사업자와 관광객이 각각 부담한 비율
발레아레스 제도가 지원사업과 예산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이유도 세입의 정당성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관광세는 돈을 걷는 기술보다 그 돈을 공개적으로 결정하고 평가하는 제도가 더 중요하다.
[본 칼럼이 던지는 질문]
여행자는 관광지의 풍경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도로와 물, 공기와 해변, 주민이 오랫동안 지켜 온 문화와 공공서비스를 함께 이용한다.
그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여행자에게 돈을 더 받는 것만으로 책임 있는 관광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세금이 정당하려면 금액은 공정해야 하고, 사용처는 투명해야 하며, 혜택은 주민과 환경에 돌아가야 한다.
본 기고를 마치며 이렇게 적고 싶다.
좋은 관광세는 여행자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제도가 아니다.
관광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과 관광 때문에 비용을 치르는 사람 사이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사회적 약속이다.
다음 여행에서 영수증에 붙은 관광세를 발견한다면, 우리는 “왜 내야 하지?”라는 질문과 함께 한 가지를 더 물어야 한다.
“내가 낸 이 돈은, 이곳을 계속 살아갈 사람들에게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가.”
[이강일 | 관광산업 연구자·저자. 관광의 미래를 읽고, 현장의 길을 설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