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칼럼에서는 관광을 조금 불편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싶다.
우리가 “친절하고 따뜻한 서비스”라 부르는 것 뒤에는, 어떤 노동의 조건이 서 있을까.
[관광이 만들어 낸 수많은 일자리, 그러나]
ILO 추산에 따르면 전 세계 약 2억 7,000만 명, 전체 노동력의 8.2%가 관광 관련 일자리에서 일한다.
2015~2024년 사이 관광 고용은 약 14.3% 증가했고, 같은 기간 관광은 평균적으로 전 세계 고용의 5.7%를 차지했다.
관광이 “10명 중 1명의 일자리”를 책임지는 성장 산업이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문제는 “일자리가 얼마나 많으냐”가 아니라, “그 일자리가 어떤 질이냐”이다.
ILO와 OECD는 2024년 보고서에서 관광·숙박·음식업이 오랫동안 “취약한 노동 조건”에 시달려 왔다고 지적한다.
비정규·비공식 고용, 들쭉날쭉하고 긴 노동시간, 낮은 임금, 사회보장 사각지대, 성별 차별, 열악한 안전·보건, 느슨한 규제와 집행이 뒤섞여 있다는 것이다.
[“노예에서 공정한 일로”까지 – 환대산업의 어두운 단면]
최근 환대산업 노동을 분석한 한 논문은, 호텔·레스토랑·관광업의 조건을 “노예 같은 상태에서 공정한 일로 가는 스펙트럼”으로 묘사한다.
이 글은 수많은 연구를 인용하며, 숙박·음식업이 저임금·긴 노동시간·교육·훈련 부족·계절성과 고용불안·착취적 관행으로 특징지어져 왔다고 청사진을 그린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관광·숙박 종사자들을 인터뷰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종사자들이 꼽는 가장 큰 문제로 낮은 급여·인상 없는 임금·성과에 비례하지 않는 보상·장시간·규칙 없는 임금체계·진급 기회 부족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어떤 참가자는 “기본 최저임금조차 지켜지지 않고, 사업장마다 ‘마음대로’ 임금을 정하며, 정부의 감시도 없다”고 말한다.
또 다른 참가자는 “졸업할 때는 내 가치가 이 정도라고 배웠지만, 이 업계 현실은 그와 다르다”고 토로한다.
국제 보고서는 이 부문이 강제노동·인신매매의 위험이 특히 높은 산업이라는 사실도 지적한다.
하청·파견 구조 속에서 노동자들은 허위 채용, 채무노동, 장시간 근무, 여권·신분증 압류, 기숙사·근무지에서의 열악한 환경에 놓이기 쉽다.
미국 자료만 봐도, 레저·환대업은 전체 산업 중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 노동자 비율이 가장 높은 부문이며, 임금·노동법 위반이 잦은 “저임금·고위반 산업” 목록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관광이 “현지인에게 일자리를 준다”는 문장은, 종종 이 노동 현실을 통째로 지운 문장이기도 하다.
[SDG 8과 ‘괜찮은 일자리’가 빠진 관광 담론]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에서 8번 목표는 “지속적·포용적·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완전고용, 모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Decent Work)”를 내건다.
여기에는 “2030년까지 여성·청년·장애인을 포함한 모두에게 생산적인 완전고용과 동등임금 보장”, “강제노동·현대판 노예제·인신매매 근절”, “모든 노동자의 권리와 안전한 작업환경 보호” 같은 세부목표가 포함된다.
관광은 이 목표 안에 명시적으로 등장한다. 8.9번 목표는 “2030년까지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문화·상품을 촉진하는 지속가능한 관광 정책을 수립·이행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학자들은 관광 정책·담론에서 “decent work(괜찮은 일)”가 자주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SDG 8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한 논문은, UNWTO가 관광을 SDGs와 연결하면서도 실제 문서와 선언에서 노동과 노동권 문제를 깊이 다루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SDG·관광 관련 144쪽짜리 보고서에서 ‘괜찮은 일’에 대한 내용은 단 2쪽뿐이고, 청두 선언(Chengdu Declaration) 21개 권고안 어디에도 노동조건·임금·노조·안전보건 같은 주제가 명시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Transforming Tourism 네트워크는 이를 두고 “관광 논의에서 ‘얼마나 많은 성장·얼마나 많은 일자리인가’만 있고, ‘얼마나 괜찮은 일자리인가’는 없다”고 꼬집는다.
[관광, 누구에게 어떤 일을 약속할 것인가]
ILO는 2017년 ‘관광에서의 괜찮은 일과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관광’을 위한 지침을 발표했고, 최근에는 UNWTO와 함께 관광 분야 고용과 괜찮은 일자리를 위한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OECD 역시 2024년 보고서에서 “팬데믹 이전부터 존재해 온 인력난과 숙련 격차, 열악한 근로조건을 이제는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고서와 지침들을 모아 보면, 관광에서 “괜찮은 일”을 위해 바꿔야 할 것들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 상식적인 것들이다.
- 최소한의 생활임금을 보장하는 임금 구조와, 팁·성과급에 의존하지 않는 기본급.
- 예측 가능한 근무표와 과도한 장시간 근무를 막는 규제·감독.
- 계약·휴가·사회보험이 갖춰진 정식 고용을 늘리고, 비공식·무계약·하청 고용의 남용을 줄이는 정책.
- 폭언·성희롱·차별로부터의 보호와, 이를 신고·시정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절차.
- 노동자 대표와 노조가 정책·경영·협약에 참여할 수 있는 대화 구조.
ILO는 관광에서의 “괜찮은 일”을 “수용할 만한 품질의 일자리”이자 “노동의 기본권이 존중되는 일자리”로 정의하며, 임금뿐 아니라 권리·안전·발전 가능성이 함께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본 칼럼이 남기고 싶은 문장]
우리는 여행지에서 마주치는 미소를 “서비스 정신”이라 부르곤 한다.
그 미소가 얼마나 긴 노동시간과 불안정한 계약, 낮은 임금 위에서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 편이 편했다.
하지만 관광이 정말 “모두에게 좋은 산업”이 되려면, 이제 이런 질문을 피할 수 없다.
이 호텔·리조트·레스토랑은, 일하는 사람들에게 살 수 있는 임금과 시간을 주고 있는가.
이 관광 정책과 마스터플랜은, 통계에 찍힌 “일자리 수” 뒤에 서 있는 얼굴들을 함께 보고 있는가.
우리는 “싸고 친절한 여행”을 원하면서, 누군가의 과로와 불안정 위에 그 가격이 서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고 있는가.
칼럼을 마치며, 이렇게 적어 보고 싶다.
관광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늘 환경과 지역경제, 문화와 기술을 말해 왔다.
이제 그 목록에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정면으로 올려야 한다.
괜찮은 관광은, 결국 괜찮은 일자리 위에만 설 수 있다.
그 당연한 문장을, 더 이상 미루지 않았으면 한다.
[이강일 | 관광산업 연구자·저자. 관광의 미래를 읽고, 현장의 길을 설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