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칼럼 54] 인스타그램 속 여행, 누구의 이야기이며 누구의 풍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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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인사이트

[관광칼럼 54] 인스타그램 속 여행, 누구의 이야기이며 누구의 풍경인가

관리자 2026-09-17 조회수 111

 

요즘 여행을 고를 때 우리는 지도보다 먼저 피드를 펼친다. 

눈부신 바다와 골목, 카페, 숙소, “여기 꼭 가 봐야 해요”라는 문장들. 해시태그 몇 개만 따라가다 보면, 여행지는 어느새 ‘검색’이 아니라 ‘추천’으로 정해져 있다. 

본 기고에서 이렇게 묻고 싶다. 

“우리가 보는 이 여행의 이야기들은, 누가 쓰고 누구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해시태그가 만드는 새로운 여행 지도]

 

여러 연구는 인플루언서와 SNS가 여행지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거의 한 목소리로 확인한다. 

종합 리뷰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는 여행자의 인지·감정적 이미지 형성, FOMO(놓치기 싫은 마음), 동경·동일시를 자극하면서 목적지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라쿠텐 마케팅이 5개국 3,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최대 88%가 여행지 선택에서 인플루언서의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다는 인용도 있다. 

 

다른 연구는 인플루언서의 신뢰성·전문성·진정성, 팔로워와의 상호작용이 높을수록, 그들이 소개하는 여행지에 대한 방문 의도와 예약 의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한다고 분석한다. 

특히 “실제 경험을 보이는 것 같다”는 진정성(perceived authenticity)과 “나랑 비슷하다”는 친근감이 클수록, 그들이 가는 곳을 따라가 보려는 마음도 커진다. 

 

요약하면, 우리가 오늘 어디를 꿈꾸고, 내일 어디로 떠나는가를 결정하는 지도 위에는, 이제 인플루언서의 피드가 굵은 선으로 그려져 있다는 이야기다. 

 

[인스타그램 투어리즘, 바이럴 풍경과 오버투어리즘] 

 

이제 ‘인스타그램 투어리즘(Instagram tourism)’이라는 말도 낯설지 않다. 

위키백과는 이것을 “SNS 노출로 인해 특정 지역이 갑자기 인기를 끌며, 때로는 과잉관광(overtourism) 상태에 이르는 현상”으로 정의한다. 

최근 연구는 걸프 지역 관광 콘텐츠를 분석해, SNS 상의 관광 관련 게시물 소비와 실제 관광객 유입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 주었다. 

 

문제는 이 바이럴 풍경이 공간적으로 매우 편향된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2024년 분석은 산토리니와 같은 섬들이 “바이럴 랜드스케이프(viral landscape)”로 변하면서, SNS에 자주 등장하는 특정 골목·전망대·해변이 반복적으로 붐비고, 주민의 삶이 거의 불가능해질 정도의 혼잡과 소음·쓰레기 문제를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도네시아 여러 섬에서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급인기 관광지가 된 후, 환경 훼손·쓰레기 증가·교통 혼잡·수질 악화 등의 부정적 영향이 나타났다는 연구가 있다.

 

유럽 여러 도시는 이를 두고 “인스타그램 효과(Instagram effect)”라고 부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발레아레스 제도 정부는 잘 알려지지 않던 자연 명소들이 인플루언서 협찬 캠페인 이후 순식간에 ‘셀카 관광객’으로 넘쳐나자, 일부 장소에 대해 인플루언서 홍보 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관광객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니라, 모두가 같은 장소·같은 사진을 원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숨은 동네의 ‘발견’과 일상의 밀려남]

 

SNS는 숨은 보석 같은 동네와 카페, 골목을 전 세계에 소개하는 역할도 한다. 

한 분석은 인스타그램·틱톡의 사용자 생성 콘텐츠가 기존 가이드북에 없던 작은 마을과 산촌, 해변을 ‘발견’해 새로운 여행지로 부상시키고, 이를 계기로 지역 상권이 살아난 사례를 여러 곳에서 확인한다.

 

하지만 같은 연구는 동시에, 이런 SNS 주도 관광이 부동산·임대 시장과도 교차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을 가속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알프스의 일부 마을에서는 인플루언서의 사진을 따라온 여행자와 세컨드 홈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역 부동산·숙박 수요와 가격이 크게 뛰어 올랐고, 그 결과 장기 거주자를 위한 임대 주택 부족과 가격 상승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비슷하게, 인도네시아 군도의 인기 관광지들을 연구한 논문은 인스타그램 기반 오버투어리즘이 관광지 상품화와 토지 가치 상승, 생활비 증가를 가져오고, 일부 주민이 기존 주거를 포기하고 외곽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보고한다. SNS가 “현지 경제를 살린다”는 측면만이 아니라, 누구의 경제를 살리고, 누구의 일상을 밀어내는지 함께 물어야 한다는 의미다. 

 

[‘인스타 vs 현실’ – 이미지의 힘과 책임]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에 대한 최근 종합 리뷰는, 여행 인플루언서가 여행 전–중–후 전 과정에서 여행자의 인지·태도·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정리한다. 

여행 전에는 꿈꾸는 단계에서 목적지 인지와 이미지, 계획과 예약에 영향을 미치고, 여행 중에는 체험 선택·맛집·포토스팟·교통수단을 구체적으로 안내하며, 여행 후에는 팔로워들이 자신의 사진과 후기를 올리도록 자극해 또 다른 바이럴을 낳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가장 강력하게 작동하는 요소로 꼽히는 것은 신뢰와 진정성이다. 여러 연구는 인플루언서의 전문성·신뢰도·호감도, 그리고 콘텐츠의 진정성이 높게 인식될수록, 여행지 이미지와 방문 의도, 구매 의도가 유의미하게 높아진다고 보고한다. 

특히 “광고 티가 덜 나는” 일상적 공유와, 팔로워 댓글에 성실히 답하는 상호작용은 인플루언서에 대한 친밀감과 동일시를 높여, 추천지에 대한 호감을 강화한다. 

 

문제는 이 진정성의 언어가 언제나 현실의 복잡함을 함께 담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사진은 늘 해가 질 때쯤 가장 비어 있는 골목을 보여 주고, 필터는 미세먼지와 쓰레기통, 혼잡과 소음을 지워 버린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영향력을 분석한 연구는, 콘텐츠 특성·입소문·브랜드 인지도·정서적 연결이 소비자 인식과 구매 의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하면서도, 이러한 설득 메커니즘이 과소비·과밀·환경부담 같은 부정적 효과를 동반할 수 있음을 함께 지적한다.

 

다시 말해, 인플루언서와 SNS는 여행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창이면서 동시에, 특정한 순간과 각도·계층·소비 방식을 강조하는 프레임이기도 하다.

 

[피드를 넘기는 손가락에 담긴 책임]

 

본 기고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인플루언서를 비난하거나 SNS 여행을 그만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수많은 연구가 보여 주듯, SNS와 인플루언서는 여행지 인지도·지역경제·소규모 사업자의 홍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이 도구를 어떤 책임 의식과 함께 쓰느냐이다. 

 

여기서 인플루언서와 여행자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몇 가지 질문을 떠올려 본다. 

 

- 이 사진과 스토리는 누구의 삶을 보여 주고, 누구의 삶을 지우고 있는가.

 붐비지 않는 시간대·비수기·덜 알려진 동선을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한 도시의 혼잡과 피로는 조금 덜어질 수 있다. 

 

- 내가 올리는 위치 태그와 소개가 이 장소를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알리고 있는가.

 취약한 자연·작은 마을·혼잡이 심각한 골목이라면, 정확한 지명 대신 보다 넓은 지역 태그를 쓰거나, 방문 규칙과 책임 있는 이용법을 함께 적어 줄 수 있다. 

 

- 이 협찬·광고가 지역과 주민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한 번이라도 물어봤는가. 

 단순히 “뷰 맛집”을 넘어, 재사용·쓰레기·소음·주거 문제에 민감한 곳이라면, 그 정보를 함께 공유하는 것이 신뢰의 한 형태일 수도 있다. 

 

- 그리고 팔로워인 나는, 이 이미지들을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가.

 ‘인증샷 리스트’를 채우듯 따라가는 여행이 아니라, 나만의 속도와 이유를 찾는 여행을 선택할 수는 없을까.

 

[본 칼럼이 남기고 싶은 문장]

 

우리는 스크롤 한 번으로 전 세계의 풍경을 손 안에서 넘긴다. 

그 풍경들 사이에는 누군가의 집 창문, 출근길, 시장, 학교, 그리고 지친 얼굴이 함께 있다. 

 

본 기고를 마치며, 이렇게 적어 보고 싶다. 

 

인스타그램 속 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일상 위에 서 있는 우리의 한 장면이다. 

그 한 장을 찍고, 올리고, 따라가는 일에 조금만 더 책임과 상상력을 보탤 수 있다면, SNS는 그저 욕망을 부추기는 창이 아니라,

 

조금 더 공정하고 조금 더 다정한 여행을 나누는 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 해시태그 여행지를 고를 때, 우리는 이렇게 한 번 더 물어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사진이 멋진 것만큼, 이곳의 사람들과 풍경에게도 괜찮은 선택일까?”


[이강일 | 관광산업 연구자·저자. 관광의 미래를 읽고, 현장의 길을 설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