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고에서 한 가지 불편한 질문으로 시작해 보려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도, 우리는 지금처럼 계속 날아다닐 수 있을까.”
[관광과 항공, 숫자가 말해 주는 것]
관광의 탄소발자국을 추적한 최근 연구들은, 관광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8~9%를 차지한다고 보고한다.
이 수치는 숙박·식음료·쇼핑까지 포함한 ‘관광 시스템 전체’의 발자국으로, 그중 약 75%가 교통에서 나오고, 항공만 따로 떼어 봐도 전체 관광 CO₂의 40% 안팎을 차지한다는 분석이 있다.
세계 전체로 보면 항공은 에너지 관련 CO₂ 배출의 약 2.5% 정도를 차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숫자는 착시를 품고 있다.
같은 거리·시간을 기준으로 할 때 항공은 대부분의 다른 교통수단보다 훨씬 에너지 집약적이고, 특히 장거리·국제선이 많아질수록 1인당 배출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관광 관련 연구들은 1995~2019년 사이 관광 운송 배출이 65% 증가했고, 이 증가의 핵심 동력이 바로 항공이라고 지적한다.
2024년 발표된 장기 분석에 따르면, 관광의 탄소배출은 2009~2019년 사이 연평균 3.5%씩 늘어나는 동안, 전 세계 전체 배출은 연 1.5% 증가에 그쳤다.
전체 배출에서 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3.7Gt에서 5.2Gt으로, 전체의 약 9% 수준까지 올라섰다. 연구진은 “관광, 특히 항공이 다른 부문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로 기후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평가한다.
더 큰 문제는, 다른 부문이 재생에너지·효율 개선으로 탄소집약도를 낮추는 동안, 항공은 여전히 뚜렷한 탈탄소 경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효율이 조금씩 좋아지고는 있지만, 승객·운항량의 증가 속도가 이 개선을 상쇄하고도 남는 속도이기 때문이다.
[“자주·멀리 나는 소수”의 문제]
항공의 또 다른 얼굴은 불평등이다. 전 세계 인구 중 실제로 비행기를 타 본 적 있는 비율은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는 추산이 있다.
장거리 국제선을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은 그보다 훨씬 적은 상위 소득·교육 계층에 집중되어 있다.
연구자들은 이를 “자주·멀리 나는 소수(frequent flyer problem)”라고 부른다. 여객 항공 배출의 상당 부분이 상위 10% 미만의 ‘잦은 비행자’에게서 나온다는 분석들이 반복해서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적 제트기(private aviation)를 더하면 격차는 더 심해진다. 2019~2023년 사이 전 세계 개인용 전세기 CO₂ 배출은 46% 늘어났고, 전체 항공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8%에 불과하지만, 승객 1인당 배출량은 상업 항공보다 월등히 높다.
이렇게 보면, 항공과 관광의 탄소 문제는 “관광을 즐기는 모두의 문제”가 아니라, “더 자주, 더 멀리, 더 비싸게 날아다닐 수 있는 사람들”의 문제에 더 가깝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문제를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이라는 말로만 축소해 온 것은 아닐까.
[비행수치심(flygskam), 부끄러움은 행동을 바꾸는가]
이런 불편한 인식 속에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비행수치심(flygskam, flight shame)이다. 2017년 스웨덴에서 시작된 이 용어는, “내가 타는 비행기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느끼는 부끄러움·죄책감”을 가리킨다.
2018년경부터 스웨덴의 환경운동가와 정치인, 그리고 그레타 툰베리가 이 운동을 지지하면서, “나는 더 이상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는 선언과 함께 철도 여행을 선택하는 흐름이 눈에 띄게 늘었다.
실제로 스웨덴에서는 국내선 승객 수가 줄고 장거리 철도 이용이 늘어나는 ‘플뤼그스캄 효과’가 관측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학술 연구들은 이 현상을 여러 관점에서 분석한다. 한 논문은 비행수치심을 “기후에 대한 윤리적 신념과 실제 행동 사이의 긴장에서 비롯된 도덕적 감정”이라고 정의하며, 이 감정이 강할수록 비행을 줄이고 기차·버스 같은 대체 교통수단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했다.
또 다른 연구는 환경에 대한 인식과 비행수치심, 책임 있는 여행 행동 사이의 심리적 과정을 분석해, “환경에 대한 인지적 관심만으로는 행동이 잘 안 바뀌고, 자연에 대한 애착과 사랑 같은 감정, 그리고 비행수치심 같은 도덕적 감정이 함께 작동할 때 행동 변화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비행수치심이 만능 열쇠는 아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친환경차 보유자처럼 환경의식이 높은 집단조차 실제 비행 빈도에서는 다른 집단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결과도 나온다.
인식은 바뀌지만, 가족·일·시간·비용·거리 같은 현실 제약 앞에서 행동은 쉽게 바뀌지 않는, 이른바 ‘태도–행동 간극(attitude–behaviour gap)’이 여전히 크다는 것이다.
비행수치심 운동을 다룬 한 논문은 “이 운동은 당분간 주류가 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일부 여행자에게는 비행을 당연한 선택이 아니라,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도덕적 질문으로 바꾸어 놓았다”고 평가한다.
동시에, 과도한 ‘수치심 마케팅’은 오히려 방어적 태도와 반발을 낳을 수 있으니, 정책과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덜 날아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문제는 ‘어떻게’다]
관광과 항공의 탄소 문제를 둘러싼 논의에서, 전문가들 사이에 상대적으로 합의가 분명한 대목이 있다.
“기술 혁신만으로는 지금의 비행량을 모두 깨끗하게 만들 수 없다, 결국 총 비행량을 줄이는 수요관리(demand management)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국제교통포럼과 관광기후패널(TPCC)의 보고서는, 항공이 현재 전 세계 CO₂의 2.5% 안팎을 차지하지만, 다른 부문이 빠르게 감축하는 동안 항공이 지금 추세대로만 늘어도 2050년경에는 전체 배출의 20% 가까이를 차지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속가능항공연료(SAF)와 효율 개선이 필요하지만, 공급 가능한 SAF 물량과 비용, 바이오 연료의 토지·식량 경쟁을 고려하면 “현재와 같은 성장곡선을 유지한 채 탄소중립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성이 낮다”고 평가한다.
그렇다면 답은 분명하다. “적게, 다르게, 공정하게” 나는 것이다.
- 적게: 꼭 필요한 비행과 그렇지 않은 비행을 나누고, 가능한 경우 기차·버스·선박 같은 대체수단을 택하며, 출장·단기 여행을 줄이는 선택이 필요하다.
- 다르게: 장거리 한 번 대신 장기 체류, 경유를 줄이고 직항을 선택하며, 여행 빈도를 줄이는 대신 한 번 갈 때 더 오래 머무는 방식으로 이동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 공정하게: “자주·멀리 나는 소수”가 더 많은 책임을 지는 탄소세·마일리지 과세·프리퀀트플라이어 레비 같은 정책 논의가 필요하고, 반대로 비행 선택권이 적은 다수에게 기본적인 이동·관광권을 보장하는 접근성 정책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죄책감만을 자극하는 접근은 한계가 있다. 앞서 본 것처럼, 환경 인식과 감정만으로 행동이 크게 바뀌지는 않고, 경제·제도·인프라가 함께 움직여야 비로소 ‘새로운 상식’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본 기고가 남기고 싶은 문장]
관광을 연구하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나 역시 수없이 비행기를 탔다. 연구 발표, 취재, 강연, 그리고 그냥 떠나고 싶어서. 그래서 이 칼럼의 질문은 결국 제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나는 이만큼 날아다니면서, 기후위기에 대해 무엇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
숫자가 말해 주는 것은 분명하다.
관광은 전 세계 배출의 거의 10분의 1을 차지하고 있고, 그 안에서 항공은 가장 빠르게, 가장 가파르게 늘어나는 축이다. 이 궤적이 바뀌지 않는다면, 다른 부문이 아무리 열심히 줄여도, 우리 아이들이 마주할 기후의 미래는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마치며, 이렇게 적어 보고 싶다.
비행기를 전혀 타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모든 여행은 비행기로 시작한다”는 상식을, 이제는 조금씩 내려놓아야 할 때다.
다음 여행을 고민할 때, 우리는 한 번쯤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이 비행이 지금, 꼭, 필요한가.
대신 느린 기차와 버스를 선택해도, 이 여행의 의미는 충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내가 어쩔 수 없이 날아야 한다면, 그만큼 다른 비행을 줄이거나, 더 오래 머무르거나, 더 많이 책임지는 선택을 할 수는 없을까.
관광은 결국 선택의 누적이다.
그 선택의 방향을 조금만 바꿔도, 우리가 사랑하는 이 지구라는 여행지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분명 더 길어질 것이다.
[이강일 | 관광산업 연구자·저자. 관광의 미래를 읽고, 현장의 길을 설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