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고에서는 이렇게 묻고 싶다.
“우리는 여행지에서 동물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 사랑은 동물에게 어떤 모습으로 닿고 있을까.”
아이와 함께 떠난 여행에서 코끼리를 타고,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고, 오랑우탄과 셀카를 찍었다는 기억은 종종 “가장 특별한 순간”으로 남는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나온 조사·보고서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특별한 순간이 누군가에게는 평생 지속되는 고통의 한 장면일 수도 있다는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휴양지의 이면, ‘와일드라이프 어뮤즈먼트 파크’]
세계동물보호단체(WAP)는 인도네시아 발리·롬복·길리 세 섬의 관광시설 26곳을 조사한 결과, 코끼리·돌고래·오랑우탄·거북·시벳·각종 조류 등 1,500마리 이상의 야생동물이 관광객 오락을 위해 감금·전시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조사된 어떤 시설도 동물의 기본적인 복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특히 원숭이·오랑우탄을 보유한 시설의 80% 이상이 최소 기준에도 미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와 언론 보도를 보면, 많은 동물들이 철제 우리와 좁은 콘크리트 바닥에서 생활하며, 배설물이 제대로 치워지지 않은 환경에 장시간 방치되어 있었다.
코끼리는 짧은 쇠사슬에 묶여 관광객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고, 오랑우탄과 호랑이·사자는 사진 촬영을 위해 반복적으로 불려 나오며, 쇼를 앞두고는 훈련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의도적으로 굶겨지기도 했다.
돌고래는 얕고 작은 풀에서 쇼와 ‘함께 수영하기’ 프로그램에 동원되는데, 일부 개체는 관광객을 물지 못하도록 이빨을 갈아내거나 아예 뽑아 버린 사례도 확인되었다.
동물보호단체는 이 같은 시설들을 “야생동물 학대 놀이공원(wildlife abusement parks)”이라고 부르며, “휴양지의 천국 같은 이미지 뒤에 1,500마리 야생동물의 지옥 같은 삶이 가려져 있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발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휴양지에서 비슷한 형태의 동물체험·쇼가 여전히 팔리고 있다는 점이다.
[코끼리 관광, ‘에코 체험’이라는 이름의 오해]
코끼리는 야생동물 관광 논쟁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세계동물보호단체가 2024~2025년 태국의 코끼리 관광업을 전수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태국 내 코끼리를 보유한 관광시설은 236곳, 사육 개체 수는 2,849마리로 집계된다.
2010년 조사보다 시설 수 기준으로 73% 늘어난 수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증가세는 둔화되어 2019년 대비로는 3% 증가에 그쳤다.
문제는 어떻게 사육되고 있느냐이다. 조사 결과, 전체 코끼리의 약 3분의 2는 낮 시간 대부분을 짧은 쇠사슬에 묶인 채 지내고 있었고, 절반 이상은 자연스러운 사회적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못하는 환경에 놓여 있었다.
흙·진흙탕 대신 콘크리트 바닥에서 긴 시간을 보내며, 배설물이 제대로 치워지지 않는 우리에서 생활하는 경우도 많았다.
먹이는 단조롭고, 자율적인 목욕·먼지목욕 대신 관리자가 정해준 시간에만 물을 쓸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코끼리 라이딩과 쇼는 다소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개체의 42% 이상이 관광객을 태우거나 곡예·공연에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쇼·라이딩을 제공하는 시설일수록 생활환경이 열악할 가능성이 높았다.
대신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한 것이 “코끼리 목욕·먹이주기·돌보기 체험” 같은 근접 상호작용 프로그램이다. 많은 여행사가 이를 “윤리적인 대안”, “동물을 존중하는 체험”이라고 홍보하지만, 보고서는 이 역시 코끼리를 통제하기 위한 강도 높은 훈련과 상시적인 접촉 스트레스를 수반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2025년까지의 데이터를 보면, 단순 관찰형 프로그램만 운영하며 코끼리에게 자유로운 사회적 행동과 활동 범위를 보장하는 시설은 전체 개체 수 기준 약 7%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이 소수의 ‘관찰 전용(observation-only)’ 시설들이 복지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보고서는 이를 근거로 “아시아코끼리처럼 고도의 지능과 사회성을 가진 멸종위기종은, 특히 관광수요가 높은 환경에서는 사육 상태에서 그들의 신체·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결론짓는다.
[돌고래의 미소가 말하지 않는 것들]
코끼리만이 아니다. 돌고래·고래 등 해양 포유류를 이용한 관광 역시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논쟁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세계동물보호단체의 2024년 글로벌 임팩트 보고서는 “전 세계 수천 마리의 돌고래와 고래가 좁고 황량한 수조에 갇힌 채, 쇼와 ‘함께 수영하기’ 프로그램을 위해 평생을 소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대형 여행사는 더 이상 돌고래 쇼와 수족관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여전히 수십 곳의 돌고래 공연장을 홍보·판매하는 기업들도 존재한다.
독립 조사에서는, 인기 온라인 플랫폼이 태국·두바이·이집트 등지에서 ‘코끼리 샤워·목욕 체험’을 제공하는 이른바 ‘코끼리 보호소’를 다수 판매하고 있으며, 동시에 돌고래 쇼·돌고래와 함께 수영하기 프로그램도 여전히 상품 목록에 올려두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해양생물학자와 동물복지 단체들은 “돌고래와 고래는 하루에 100km 이상 헤엄치며 복잡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는 고도의 지능을 가진 존재인데, 어떤 수조도 이러한 자연 행동을 충족시킬 수 없다”고 지적한다.
좁은 풀 안에서 반복되는 묘기와 인간과의 접촉은 심각한 스트레스와 공격성, 이상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고, 개체뿐 아니라 이들과 분리된 동료 집단 전체의 복지에도 악영향을 준다.
영국에서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부가 해외 저복지 동물체험(코끼리·돌고래 등)에 대한 광고·판매를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고, 동물단체들은 “코끼리 타기·목욕·만지기, 돌고래 쇼·수영 같은 활동은 전면 금지 항목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랑해서 했던 경험’을 후회한다는 사람들]
흥미로운 것은, 여행자들의 인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한 영국 칼럼니스트는 10여 년 전 태국에서 코끼리를 탔던 경험을 회상하며, “그때는 그저 특별한 체험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깊이 후회한다”고 썼다.
그는 코끼리 쇼·돌고래 수족관·‘호랑이 사원’ 같은 시설이 대부분 수익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며, 그 뒤에 평생의 신체·정신적 고통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세계동물보호단체 역시 “코끼리 타기·호랑이 쇼·돌고래와 수영하기·오랑우탄 셀카 등은 여행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활동이지만, 이 동물들은 대개 폭력·고립·기아·강제 훈련을 통해 길들여져 있다”고 지적하며, 여행자가 여기에 돈을 쓰는 한 이 산업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영국·호주·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여행사들이 코끼리 타기·돌고래 쇼·야생동물 사진 촬영 상품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야생동물 친화 여행 서약(wildlife-friendly travel pledge)’에 서명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으로 179개 여행사가 이 서약에 참여했으며, 일부 항공사·온라인 여행사도 자사 플랫폼에서 동물쇼·야생동물 체험 상품을 점차 퇴출하는 중이다.
[야생동물관광의 양면성 – 보호와 생계 사이]
여기까지 읽으면, “야생동물관광은 모두 다 없애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떠오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보호구역·국립공원·사파리 형태의 야생동물관광은 많은 지역에서 자연보호와 지역 생계의 주요 재원이기도 하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적절히 설계된 야생동물관광 수익은 서식지 보전·밀렵 방지·공원 관리·지역사회 개발 프로젝트에 사용되며, 지역 주민에게 가이드·숙박·교통·식당·수공예품 판매 등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한다.
그 결과, 야생동물을 ‘위협해야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라 ‘보호해야 먹고 사는 자원’으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연구들은, 야생동물관광이 지역사회에 복합적인 부담도 안긴다고 말한다.
나이지리아·인도 등에서 진행된 조사에서는, 야생동물관광이 일자리·소득·기반시설 개선 등의 장점을 가져오는 동시에, 주민의 이주·토지 접근권 상실·공원 수익 배분을 둘러싼 갈등·자연자원 훼손·인간–야생동물 갈등 증가 등을 동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지역 주민이 의사결정·계획·관리 과정에서 배제될수록, “공원과 야생동물은 우리 것이 아니라 외부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는 소외감이 커지고, 밀렵·불법 채취·갈등이 심화될 위험이 높아진다고 지적한다.
결국 핵심은 어떤 야생동물관광인가이다. 동물을 도구로 소비하는 엔터테인먼트 관광과, 서식지·복지·지역사회를 함께 고려하는 자연관광은 같은 “동물 관광”이라는 말로 묶이지만, 그 철학과 영향은 전혀 다르다.
[여행자가 던져야 할 다섯 가지 질문]
제안하고 싶은 것은, “동물을 보러 가지 말자”가 아니다. 우리가 이미 사랑한다고 말하는 동물들에게 조금 더 일관된 사랑의 방식을 택해 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여행자가 스스로에게 던져 볼 수 있는 다섯 가지 질문을 적어 보고 싶다.
- 이 동물은 ‘쇼’를 위해 존재하는가, 스스로의 삶을 살고 있는가
묘기·그림 그리기·공연·라이딩·셀카·만지기·안기기·수영하기 같은 활동이 중심이라면, 그 뒤에는 대개 강압적 훈련과 비자연적 환경이 있다.
진짜 보호시설·보호구역은 동물의 자연 행동과 공간을 우선하며, 관람객과의 직접 접촉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허용하지 않는다.
- 이 체험이 없었다면, 이 동물은 어디에 있었을까
야생에서 포획되거나 가족으로부터 떼어낸 개체인지, 인위적인 번식을 통해 “쇼용 개체”를 계속 생산하고 있는지, 신뢰할 수 있는 출처와 등록 시스템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 내가 하는 소비가 어떤 산업을 키우고 있는가
코끼리 타기·돌고래 쇼·맹수 셀카·야간 동물 쇼 등에 지불하는 돈은, 동물 학대를 전제로 한 산업 구조를 유지·확대하는 자금줄이 된다.
반대로, 관찰형 사파리·합법적 보호구역·복지 기준을 충족한 산책·버드와칭·고래 관찰 투어 등은 보전과 지역 생계를 동시에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 이 여행사는 명확한 ‘동물복지 정책’을 갖고 있는가
세계동물보호단체는 여행사·항공사가 “야생동물 쇼·타기·만지기·수영하기 상품은 판매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정책을 수립·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실제로 수많은 기업이 이에 동참하고 있다.
홈페이지·약관·상품 설명에 동물복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면, 최소한 추가 확인이나 재고가 필요하다.
- 내가 이 경험을 하고 난 뒤, 이 동물의 삶은 더 나아지는가
동물이 평생 같은 행동을 반복하도록 만드는 구조에 내가 한 표를 던지는 것인지, 아니면 서식지·보전·복지 개선을 위한 재원과 관심을 보태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세계동물보호단체와 여러 동물복지 기관은 공통적으로 이렇게 조언한다. “멀리서, 자연스럽게, 관찰 위주로, 정책이 있는 곳에서 보라.”
가까이 만지고, 타고, 안고, 셀카를 찍는 경험은 대부분 동물에게 큰 스트레스와 고통을 남기며, 진정한 의미의 보호와 교육·연구와는 거리가 멀다.
[본 기고가 남기고 싶은 문장]
관광은 늘 새로운 만남을 약속한다. 그 만남이 사람과 사람 사이일 때 우리는 쉽게 “상호 존중”을 말하지만, 동물이 등장하는 순간 우리는 너무도 쉽게 그 원칙을 잊곤 한다.
마치며, 이렇게 적어 보고 싶다.
우리는 여행지에서 동물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 사랑은 동물이 나를 위해 무엇을 해 주느냐가 아니라,
내가 그 동물이 자기답게 살 수 있도록 무엇을 선택하지 않느냐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당신의 다음 여행에서,
코끼리를 타는 대신 멀리서 바라보고,
돌고래와 수영하는 대신 먼 바다에서 점프하는 그림자를 기다리며,
오랑우탄을 안는 대신 숲 위 그들의 눈빛을 올려다보는 선택을 할 수 있다.
그 순간, 관광은 비로소 우리가 사랑한다고 말하던 동물들에게 조금은 일관된 사랑의 언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강일 | 관광산업 연구자·저자. 관광의 미래를 읽고, 현장의 길을 설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