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올림픽과 월드컵은 정말 도시에게 ‘선물’인가, 아니면 빚과 상처를 남기는 거대한 쇼인가.”
전 세계 스포츠 관광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6,090억 달러로 추정되며, 2030년까지 연평균 16% 성장이 예상된다.
도시들은 이 파이를 나누어 갖기 위해 수조 원 규모의 인프라와 시설을 쏟아 붓고, “도시 브랜드·관광 활성화·일자리 창출”을 약속한다.
하지만 지난 몇 차례 올림픽과 월드컵을 돌아보면, 다소 불편한 또 다른 공통점이 보인다.
행사가 끝난 뒤 빚과 임대료, 쫓겨난 주민들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메달 뒤에 가려진 숫자들: 쫓겨난 사람들]
스포츠 메가이벤트와 주민 축출(resident displacement)의 관계를 정리한 2022년 체계적 문헌고찰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최근까지의 연구 22편을 분석한 결과를 이렇게 요약한다.
“검토된 모든 사례에서, 올림픽 개최 준비 과정은 직·간접적 형태의 주민 축출로 이어졌다.” 형식은 다를지언정, 누군가는 반드시 쫓겨나고 있었다는 뜻이다.
국제 주거권 단체 COHRE가 2007년 발표한 보고서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약 72만 명이 재개발·도로·시설 건설을 이유로 강제 이주를 당했다고 추정한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을 앞두고는 공공주택 수천 세대가 철거되고, 약 9,000건의 노숙인 체포가 이뤄졌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는 125만 명 이상이 이주 대상이 되었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약 6,600가구가 경기장·도로·BRT 건설을 위해 퇴거·철거 대상이 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리우 전체로 보면 올림픽 관련 개발로 인해 2만 2,000가구 이상이 직접적인 퇴거를 겪었다는 연구도 있다.
체계적 문헌고찰은 이 과정을 “메가이벤트로 인한 축출–젠트리피케이션의 연결 고리(mega-event-induced nexus of displacement and gentrification)”라고 부르며, 강제철거뿐 아니라 임대료 상승·토지 가치 재평가·도시 미관 개선을 명목으로 한 간접 축출까지 포함해 살펴본다.
연구자들은 “올림픽을 통해 열악한 지역을 재생하겠다”는 담론과 달리, 실제로는 저소득 주민들이 더 멀고 열악한 외곽으로 밀려나는 결과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도시를 ‘깨끗이 치운다’는 말의 진짜 의미]
도쿄 2020을 분석한 기사와 연구들은, 신주쿠 국립경기장 주변 공공임대주택 철거로 인해 주로 고령 세입자들이 쫓겨났고, 공원과 노숙인 거주지 일대의 강제 철수와 공권력 강화가 동시에 진행되었다고 기록한다.
무사시코야마·시오도메 같은 오래된 골목과 상점가는 재개발과 임대료 상승으로 “유령 거리”가 되었고, 그 자리는 대형 상업시설과 고급 아파트, 프랜차이즈 매장이 채웠다.
파리 2024를 앞두고는, 올림픽 선수촌과 관련 인프라가 들어선 생드니(Seine-Saint-Denis) 일대에서 공식 집계 300여 명, 실제로는 400명에 가까운 주민이 철거·축출로 영향을 받았다는 연구가 나왔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저소득 이주민과 취약계층이었으며, 일부는 수도권 외곽 20~40km 떨어진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더 열악한 교통·주거 조건을 감내해야 했다.
유럽 노숙인 단체 FEANTSA는 2024년 파리 올림픽을 전후해 공공장소에서 노숙인·이주민을 대거 ‘정리’하는 관행이 반복되었다고 지적하며, “메가 스포츠 이벤트의 오래된 패턴—노숙인과 세입자 축출, 단기임대를 위한 임대료 급등—이 다시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연구자들은 이 과정을 “치안 강화와 젠트리피케이션이 함께 작동하는 메가이벤트 유도 축출(securitized gentrification)”로 설명한다.
도시의 보안과 이미지를 이유로 감시·경찰력·규제가 강화되고, 이를 근거로 “원치 않는(unwanted)” 인구—노숙인, 이주민, 저소득층—가 경기장·팬존·관광동선에서 제거된다는 것이다.
[관광의 명분과 지역의 현실]
도시들은 올림픽을 유치할 때마다 “관광 활성화”를 앞세운다. 도시 브랜드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더 많은 방문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약속이다.
실제로 일부 도시는 인프라 개선·공항·철도 확충·호텔·공공공간 정비를 통해 관광경쟁력을 끌어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토키오·리우·런던·바르셀로나 사례를 정리한 연구들은, 이 이익이 지역 주민 전체에 고르게 돌아가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한다.
런던 2012를 앞두고 동런던의 많은 청년·소상공인이 강제이주·임대료 상승으로 피해를 입었고, 바르셀로나는 1992년 올림픽 이후 5년 동안 집값이 130% 이상 오르면서 저소득층의 내몰림이 가속화되었다.
시드니 역시 2000년 올림픽 준비기간 동안 집값 상승률이 호주 전체 평균보다 11%포인트 높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강원·평창 사례를 다룬 2025년 박사논문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전후 11년간의 전·월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제시한다.
분석에 따르면 개최지와 인근 지역의 월세는 주로 건설 기간 동안 상승했으며, 올림픽 종료 후에는 다시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보증금은 공사 전·후 모두 상승세를 유지했고, 특히 저소득 임차인들은 경기장 인근에서 올림픽 직전 유입되었다가, 행사 후에는 다시 외곽으로 이동하는 패턴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를 “단기 수요에 따른 임시 거주지 수요 증가와, 장기적으로는 보증금 인상에 따른 재정 부담과 간접 축출의 징후”로 해석했다.
관광과 도시 이미지 개선을 위한 투자로 포장된 개발이, 실제로는 기존 주민과 소상공인을 밀어내고, 글로벌 체인·대형 자본이 들어올 자리를 만드는 과정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도쿄의 소상공인 골목이 프랜차이즈 카페와 브랜드 매장으로 바뀌고, 생드니의 자잘한 상점들이 고급 상업시설로 대체되는 모습은, “다양하고 독특한 로컬 문화를 통해 관광경쟁력을 키우겠다”던 당초 논리와 모순된다.
장기적으로는 도시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복제된 상업공간”이 되어 오히려 관광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누구의 권리, 누구의 희생인가]
스포츠 메가이벤트를 인권과 아동권의 관점에서 분석한 최근 논문은,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벌어지는 축출과 젠트리피케이션이 특히 어린이·청소년의 권리를 깊이 침해한다고 지적한다.
주거를 잃는 것은 단지 집을 잃는 것이 아니라, 학교·친구·복지서비스·놀이공간과의 연결을 동시에 끊어 놓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논문은 “집을 잃고 먼 외곽으로 이주한 아이들은 교육권·놀이권·최선의 이익 원칙(best interests of the child)을 동시에 위협받게 된다”고 강조한다.
국제이주기구(IOM)와 내부실향모니터링센터(IDMC)의 보고서 역시, 스포츠 메가이벤트가 주거·이동의 권리를 침해하고, 특히 비공식 정착지와 빈곤층을 표적으로 삼는다고 경고한다.
슬럼·비공식 거주지를 “도시 미관”과 “안전”의 이름으로 제거하면서, 대체 주거지 제공과 사회적 보호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메가이벤트와 관광은 더 이상 단순한 경제·이미지 전략이 아니라 도시의 인권·사회정의·공간정의 문제이기도 하다.
메달과 신기록이 쏟아지는 동안, 그늘에서 누가 무엇을 잃고 있는지 묻지 않는다면, 우리는 “성공적인 개최”를 말할 자격이 있을까.
본 기고에서 남기고 싶은 질문은 결국 이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유산(legacy)’이라고 부를 것인가.”
- 경기장과 상징 조형물, 공항과 도로, 팬존과 쇼핑몰이 유산인가.
- 아니면 그 도시에서 계속 살아갈 사람들의 집과 학교, 골목과 상점, 관계와 기억이 유산인가.
만약 후자를 진짜 유산으로 본다면, 올림픽과 같은 메가이벤트를 유치할 때 우리는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한다.
- 이 행사는 누구의 삶을 개선하고, 누구의 삶을 희생시키는가.
- 관광 수요와 도시 이미지 개선을 위해, 우리는 어디까지를 ‘감수할 수 있는 비용’으로 볼 것인가.
- 개발과 축출, 치안과 배제의 선을 어디에 그을 것인가.
스포츠 관광은 분명 강력한 경제·관광 동력이다.
그러나 그 힘이 도시의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늘 상처로 남아 왔다면, 이제는 그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메가이벤트를 유치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어떤 조건과 원칙 아래에서만 유치할 것인가를 분명히 하자는 제안이다.
마치며, 이렇게 적어 보고 싶다.
도시의 진짜 ‘성공적인 개최’는 메달 개수가 아니라, 경기장이 지어졌다가 철거된 뒤에도 그 도시의 가장 약한 이들이 이전보다 더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는가로 판단해야 한다.
관광은 사람을 부른다.
그 사람을 부르는 방식이, 다른 누군가를 조용히 내쫓는 방식이 되지 않도록
이제, 우리 각자의 도시와 정책은 어떤 답을 준비하고 있는가.
[이강일 | 관광산업 연구자·저자. 관광의 미래를 읽고, 현장의 길을 설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