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크루즈 승객 수는 2025년 약 3,370만 명에 이르렀다.
1990년 이후 연평균 6.3%씩 성장해 온 이 산업은 2024년 한 해에만 약 3,200만 명을 실어 나았고, 2026년이면 3,600만 명이 바다 위 ‘떠다니는 도시’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크루즈 관광이 만들어내는 경제효과는 거대하다. 크루즈 라인 국제협회(CLIN)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크루즈 관광의 전 세계 경제 파급효과는 1,686억 달러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9% 증가했다.
항만 인프라, 물류, 관광, 식음료, 교통, 레저 서비스까지 연관 산업 전체로 퍼져 나가는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많은 항만도시에게 크루즈는 “놓치기 어려운 손님”이다.
하지만 숫자를 한 번 더 들여다보면, 이 산업이 남기는 또 다른 그림이 보인다.
미국 시애틀을 기준으로 한 분석에서는, 크루즈 승객 1인이 하루 동안 배출하는 CO2 양이 같은 도시를 방문한 육상 관광객의 8배에 이른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른 연구에서는 일주일짜리 크루즈 여행의 탄소발자국이 비슷한 기간의 육상 휴가보다 8배 높다는 추정도 나온다.
프랑스 연구기관은 “크루즈 승객 1인은 평균적으로 항공편+호텔형 관광객보다 약 두 배의 CO2를 배출한다”고 분석했다.
교통수단 중에서도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항공보다, 그보다 더 에너지 집약적인 형태가 바로 크루즈라는 의미다.
환경단체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은 2024년 크루즈 리포트 카드에서 “평균적인 휴가객은 크루즈에 승선하는 순간 자신의 탄소발자국을 약 8배로 키운다”고 직설적으로 적었다.
유럽에서는 214척의 크루즈선이 2022년 한 해 동안 유럽 항만 주변에서 509톤의 황산화물(SOx), 1만 9,125톤의 질소산화물(NOx), 448톤의 초미세먼지(PM2.5)를 배출했는데, 이는 유럽 전체 승용차 10억 대 수준의 황산화물 배출량과 맞먹는다는 분석도 있다.
문제는 기후와 대기오염만이 아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승객 3,000명 규모의 크루즈선 한 척이 일주일 동안 약 17만 6,400갤런(약 667톤)의 하수를 배출한다는 추산을 내놓았다.
이를 산업 전체로 환산하면, 크루즈선들이 바다에 쏟아내는 하수는 연간 10억 갤런이 넘는 수준, 올림픽 규격 수영장 1,500개 이상을 가득 채울 양이다.
여기에는 변기에서 나오는 블랙워터뿐 아니라, 세면대·샤워·주방·세탁 등에서 나오는 그레이워터까지 포함된다.
최신 선박의 처리시설이 오염물질 상당 부분을 걸러 낸다고는 하지만, 중금속·영양염류·세제·기름 성분이 남아 연안 해역의 산소 고갈과 적조, 플랑크톤·어류 성장 저해를 일으킨다는 연구들이 잇따르고 있다.
고체 폐기물도 만만치 않다.
일주일 크루즈 한 번에 발생하는 고형 폐기물은 약 50톤으로 추정되며, 전 세계 선박에서 나오는 고체 폐기물의 약 24%가 크루즈선에서 나온다는 보고도 있다.
플라스틱·종이·유리·식품쓰레기 등이 선상에서 처리되거나 항만에 하역되지만, 일부는 여전히 해양으로 유입되고, 특히 플라스틱은 장기간 분해되지 않아 해양생물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여기에 수중 소음 공해까지 겹친다.
크루즈선이 발생시키는 저주파 소음은 고래·물범·물고기 등 해양생물의 통신·이동·포식 활동을 방해하고, 일부 종에서는 서식지 이탈과 개체수 감소로 이어진다는 연구가 늘고 있다.
그럼에도 크루즈 산업은 멈추지 않고 커지고 있다.
2024년 기준 유럽의 크루즈선과 대형 페리는 탄소집약도가 가장 높은 선박군에 속하며, 2000년대 이후 신규 선박의 평균 규모는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유럽의 218척 크루즈선은 2019년 대비 2022년에 CO2를 17% 더 많이 배출했고, 메탄 배출은 500% 증가했다는 조사도 있다.
크루즈선 연료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황과 중금속이 많은 중유(heavy fuel oil)이며, 최근 친환경 연료로 내세운 LNG 역시 연소 시에는 더 깨끗하지만 운송·저장 과정에서 누출되는 메탄으로 인해 수명주기 전체를 보면 기존 선박유보다 최대 120% 높은 온실가스 배출을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렇다고 크루즈가 경제적으로 무가치한 것도 아니다.
항만도시 경제를 다룬 여러 분석은 크루즈 산업이 항만·물류 인프라 현대화, 도크·터미널·내륙교통망 개선에 상당한 투자를 유도하고, 이 인프라는 화물선·연안 여객·지역 해운에도 함께 활용된다고 설명한다.
입항 한 번에 수천 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택시·버스·호텔·식당·기념품점·투어상품을 이용하면서, 항만도시의 다층적 산업을 지탱하는 “짧지만 두꺼운 수요”가 생긴다.
CLIA 2023년 보고서는 크루즈 관광이 전 세계적으로 약 170만 개의 일자리를 직접·간접적으로 지탱하고 있으며, 항만도시 규모와 상관없이 “항만 경제의 조용한 핵심 축”이라고 평가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크루즈를 둘러싼 논쟁이 가장 첨예해진다. “환경부담이 크더라도, 이만큼의 경제효과가 있으니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일정 수준에서 멈추거나 줄여야 하는가.”
베네치아는 이 질문 앞에서 강경한 선택을 한 도시다.
2021년 이탈리아 정부는 유네스코가 “크루즈선 규제를 하지 않으면 세계유산 목록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경고하자, 만 톤수 2만 5,000톤 이상의 대형 선박이 산마르코 광장 옆 주데카 운하를 지나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법령을 통과시켰다.
이 조치로 대부분의 대형 크루즈선은 베네치아 중심부에 더 이상 정박할 수 없게 되었고, 일부는 마르게라나 트리에스테·라벤나 등 인근 항만으로 기항지를 옮겼다.
노르웨지안 크루즈 라인은 2024~2025년 일정에서 베네치아를 아예 제외하기로 결정했고, 대신 크로아티아 리예카·자다르, 슬로베니아 코페르 등 다른 도시를 들르겠다고 발표했다.
베네치아의 선택은 단순한 “환경 보호 조치”가 아니다. 이 도시는 이미 수십 년간 과잉관광과 홍수·침하 문제에 시달려 왔고, 대형 크루즈선의 파랑과 오염, 소음이 석조 건축물의 기반과 섬의 생태계에 추가 부담을 준다는 경고가 계속되어 왔다.
결국 베네치아는 관광산업의 이익보다 주민과 유산, 생태계를 우선하는 결정을 내렸고, 정부는 항만 노동자·관련 기업에 대한 보상과 대체 항만 개발 계획을 함께 내놓아야 했다.
이 결정은 다른 항만도시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 도시에 크루즈선이 들어오는 것은 어디까지 허용 가능한가.” 유럽 곳곳의 항만도시들은 이제, 대형 선박의 입항 횟수와 정박 시간, 연간 탑승객 수, 대기질과 소음 기준, 하수·스크러버 배출 규제, 환경부담금과 기항세 수준을 두고 치열한 논의를 벌이고 있다.
크루즈 업계 역시 손 놓고 있지는 않다.
주요 선사들은 2050년까지 순배출 제로(net zero)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고, 고효율 선체 설계, 폐열 회수 시스템, 정박 중 육상전원(shore power) 사용, 고도 폐수처리 시스템(AWTS), 음식물 쓰레기 저감과 선상 재생에너지 설비 같은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일부 선사는 담수 생산 설비를 통해 필요한 물의 90%를 선상에서 자체 생산해 물 부족 지역에서의 취수를 줄이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FOE 2024 리포트 카드는 21개 주요 선사 중 8곳만이 D+ 이상을 받았고, 대다수는 공기오염·수질·스크러버 사용·투명성 영역에서 여전히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 보고서는 “2024년 현재, 대부분의 크루즈선은 여전히 기후·해양·인간 건강에 가장 해로운 여행 수단 중 하나”라고 적고 있다.
본 기고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크루즈 관광은 ‘전면 금지’와 ‘무조건 성장’ 사이 어딘가에서 새로운 설계가 필요하다.
그 설계에는 적어도 세 가지 질문이 포함되어야 한다.
첫째, 기후·해양 관점에서 허용 가능한 상한은 어디인가.
이것은 개별 항만도시가 아니라, 국제해사기구(IMO)·유럽연합·국가 간 합의를 통해 설정해야 할 문제다.
온실가스와 대기오염, 하수·스크러버 배출 기준, 연안·취약 생태계 보호 구역에서의 운항 제한과 감속 규칙을 “크루즈 산업 특성”에 맞게 훨씬 더 엄격하게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항만도시와 주민에게 돌아가는 몫은 충분한가.
기항세·환경부담금·관광세가 실제로 대기질 개선, 하수처리, 해양·도시 생태계 복원, 대중교통 개선, 문화·주거·공공서비스 확충에 쓰이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베네치아의 사례에서 보았듯, 규제가 강해질수록 일자리·사업자 손실에 대한 정교한 보상과 전환 지원도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셋째, 관광수요 자체를 줄이거나 바꾸는 용기가 있는가.
모두가 크루즈를 탈 수 있다면, 그건 또 다른 불평등일지 모른다.
그러나 기후과학이 제시하는 탄소예산을 고려하면, 에너지 집약도가 가장 높은 관광 형태 중 하나인 크루즈를 “지금보다 적게, 더 비싸게, 더 많이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취약 생태계(예: 북극·남극·산호초·세계자연유산 지역)에 대한 크루즈 입항을 대폭 줄이고, 소형·저탄소·고부가가치 모델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관광은 늘 새로운 세계를 보여 준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크루즈 관광을 둘러싼 논쟁은, 이제 우리에게 거울을 들이민다. “이 떠다니는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마치며, 이렇게 적어 보고 싶다.
크루즈는 분명 많은 도시와 사람들에게 경제적 숨통을 틔워 준다.
그러나 그 숨을 쉬기 위해 바다와 공기, 다른 도시와 미래 세대의 숨을 앗아가고 있다면,
우리는 언젠가 그 빚을 치르게 될 것이다.
이제 선택은 분명해 보인다.
덜 타거나, 다르게 타거나, 책임을 더 지고 타거나.
당신이라면, 그리고 당신의 도시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강일 | 관광산업 연구자·저자. 관광의 미래를 읽고, 현장의 길을 설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