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칼럼 44] 관광, 사라지는 마을을 정말 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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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인사이트

[관광칼럼 44] 관광, 사라지는 마을을 정말 구할 수 있을까

관리자 2026-09-04 조회수 51


인구가 빠져나간 산촌과 어촌의 풍경은 비슷하다. 

폐교가 늘어나고, 편의점 하나 없는 읍내에 빈집과 비어 있는 상점이 줄지어 서 있다. 일본 연구자들은 “이 속도라면 2040년까지 900개 가까운 마을이 사실상 소멸 위험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농촌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 청년의 도시 유출은 비단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럽연합과 UNWTO 자료를 보면, 많은 국가가 농촌·내륙 지역의 인구 감소를 가장 큰 구조적 위협 중 하나로 꼽는다. 

이런 현실 앞에서 우리는 자주 이렇게 묻는다. “관광이 이 마을을 살릴 수 있을까.”

 

[농촌관광에 걸린 기대와 한계]

 

세계관광기구(UNWTO)는 2020년을 ‘관광과 농촌 발전의 해’로 지정하며, 농촌관광을 “농업·자연·농촌 생활·문화·낚시·경관 감상 등과 연결된 활동을 비도시(농촌) 공간에서 경험하는 관광”으로 정의했다. 

동시에 “농촌 공동체에게 일자리와 소득을 제공하고, 자연·문화유산을 보호하며, 도시로의 인구 유출을 늦추는 생명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UNWTO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2023년 조사에서는 응답국의 59%가 “농촌관광을 정책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고 답했고, 거의 모든 나라(96%)가 “앞으로 농촌관광의 미래는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들이 기대하는 효과는 비교적 선명하다. 

새 일자리 창출, 주민 생계 개선, 농촌 인구 감소 완화, 문화·환경 보호, 지역경제 다각화가 대표적이다.

 

실증 연구도 이런 기대를 어느 정도 뒷받침한다. 유럽 농촌 지역을 분석한 한 연구는, 농촌관광이 인구 감소 속도를 유의미하게 늦추며 특히 여성의 잔류 비율을 높이는 효과가 크다고 보고했다. 

여성에게 비교적 안정적인 일자리와 자영업 기회를 제공하는 덕분에, 남성보다 여성 인구의 이탈이 더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스페인 피투르(FITUR)의 지속가능관광 관측소인 FiturNext는 2024년 보고서에서 “관광 서비스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공공서비스를 개선하며, 신규 주민을 유입시키면서 일부 마을의 인구 감소 추세를 되돌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런 사례들은 동시에 중요한 전제를 품고 있다. 

관광은 제대로 설계되고 관리될 때에만, 농촌의 불균형을 완화하는 힘이 될 수 있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농촌관광은 계절·단기 일자리만 늘리고, 외부 자본과 일부 사업자에게만 이익을 몰아준 채, 주민의 삶과 환경에는 새로운 부담을 얹을 수도 있다.

 

[국제기구가 제안하는 농촌관광의 조건]

 

UNWTO가 2020년 발표한 「관광과 농촌 개발에 관한 권고안」은 농촌관광을 “효과적인 농촌개발 도구”로 삼기 위한 34개 권고를 제시한다. 

요약하면 세 가지 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농촌정책의 한가운데에 관광을 올려놓되, 전부를 걸지는 말 것이다.

권고안은 국가·지방정부가 관광을 농촌 발전정책의 전략 축 중 하나로 인정하고, 규제·투자·인센티브를 통해 농촌관광을 지원하되, 농업·임업·제조·공공서비스와 함께 ‘다각화된 농촌경제’의 일부로 위치시킬 것을 주문한다. 관광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둘째, 공공–민간–공동체(Public–Private–Community, PPC) 거버넌스를 구축할 것이다. 

농촌관광 거버넌스는 중앙·지방정부, 민간, 시민사회, 지역 공동체가 함께 설계·집행·평가하는 구조여야 하며, 특히 정책과 전략의 전 과정에 지역 주민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권고한다. 

단순한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넘어, 공동체를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는 구조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셋째, ‘스마트 농촌관광지(smart rural destinations)’로의 전환이다.

UNWTO는 농촌지역도 거버넌스·혁신·기술·접근성·지속가능성 다섯 기둥 위에서 ‘스마트 목적지’로 발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는 단지 와이파이와 앱을 깔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교통·디지털 인프라·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접근성·환경 관리를 통합적으로 설계하자는 요청이다.

 

이 권고안은 2023년 「관광과 농촌 발전: 정책 관점」 보고서에서 다시 강조된다. 

이 보고서는 농촌관광을 “자연·농업·농촌생활·문화와 연결된 다양한 제품을 비도시 공간에서 경험하는 활동”으로 정의하며, 농촌관광정책을 위한 다섯 가지 우선과제를 제시한다.

 

- 전략과 제도틀 정비

- 인프라(특히 교통·디지털) 투자

- 역량·기술 개발

- 혁신과 기업가정신 촉진

- 데이터·지식 기반 정책

 

UNWTO가 2021~2024년 ‘농촌발전 관광 프로그램’ 성과보고서에서 반복해서 강조하는 문장은 단순하다.

“관광은 농촌 공동체에게 일자리와 소득, 유산 보호를 위한 독특한 잠재력을 갖지만, 그 힘은 아직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비어 가는 집과 ‘다시 채우는’ 실험들]

 

인구 감소와 빈집 문제는 농촌의 가장 가시적인 상처다. 

일본의 경우 ‘아키야(空き家)’로 불리는 빈집이 약 850만 채, 전체 주택 재고의 14%를 차지한다. 

2040년까지 주인 없는 토지가 아일랜드 면적에 가까운 720만 헥타르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본은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동하는 ‘I턴’(도시 출신의 농촌 이주)과 고향으로 돌아오는 ‘U턴’을 촉진하기 위해, 빈집은행(아키야 뱅크), 수리 보조금, 저리 대출 같은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관광은 이 실험의 한 축이다. 온천·순례길·세계유산을 중심으로 한 소도시·산촌에서는, 빈집을 고쳐 게스트하우스·민박으로 운영하거나, 가족 운영 여관(료칸)에 젊은 이주민을 채용해 일자리와 주거를 함께 제공하는 모델이 늘고 있다. 

한 여행사는 “지속가능한 농촌관광이 지방 철도·버스 같은 기본 교통과 상점·여관을 유지하는 재원이 되고, 이것이 다시 젊은 I턴 인구를 붙잡는 동력이 된다”고 말한다.

 

스페인에서도 비슷한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아라곤 지방의 작은 마을 마스 블랑코·산 아구스틴은 천문관측·가족 친화 프로그램·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관광을 통해, 소도시·인근 지역에서 이주해 오는 젊은 가족을 조금씩 늘려 가고 있다. 

말라가 인근 헤날과실(Genalguacil) 마을은 “마을 전체를 야외 미술관으로 만든다”는 발상으로 예술가와 관광객, 일부 신규 주민을 끌어들이고 있다. 

피투르 보고서는 이런 사례들을 정리하며, 관광서비스가 새로운 일자리와 소득, 공공서비스 개선과 인구 유입을 동시에 가져올 수 있다고 평가한다.

 

물론, 이런 실험이 모든 마을에 똑같이 적용될 수는 없다. 하지만 몇 가지 공통점은 분명해 보인다.

 

- 단순히 “관광객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빈집·빈 상점·공공공간을 어떻게 다시 쓰고, 누구에게 어떤 삶의 기회를 줄 것인가를 함께 설계한다는 점.

- 외부 자본에 공간을 통째로 내어 주기보다, 지역 소유·협동조합·가족 사업 같은 지역 기반 소유 구조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는 점.

- 관광을 “주말 파티”가 아니라, 연중 다양한 활동과 서비스(예술·교육·돌봄·농업체험 등)를 엮는 플랫폼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농촌관광이 맞닥뜨린 세 가지 벽]

 

UNWTO와 EU가 정리한 농촌관광의 과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인프라 격차다.

도로·철도·대중교통뿐 아니라, 광역 통신망·디지털 인프라 부족은 농촌관광의 가장 큰 장애물로 반복해서 지적된다. 

교통과 통신이 불편하면 관광객은 오지 않고, 관광객이 오지 않으면 인프라 투자가 늦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둘째, 인구 감소와 계절성이다. 

농촌 지역은 이미 인구가 줄고 있고, 관광은 성수기·주말에만 수요가 몰리는 경향이 강하다. 

농업과 다른 업종의 수익성과 안정성이 낮으면, 관광으로 생긴 계절 일자리만으로는 청년과 가족을 붙잡아 두기 어렵다.

 

셋째, 교육·기술·재원 부족이다. 

많은 국가는 농촌지역에서 관광 관련 교육·훈련 기회가 부족하고, 숙련된 인력을 유치·유지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디지털화·데이터 관리·혁신 역량의 부족, 금융 접근성 제약, 혁신적 상품 개발에 대한 규제와 관료주의도 반복해서 언급되는 장애 요소다.

 

이 세 가지 벽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관광을 농촌발전의 도구로 쓰려면, 우리는 어디까지를 ‘관광 정책’의 범위로 볼 것인가.” 도로·철도·인터넷, 교육·보건·주거, 금융·토지제도·사회보장까지 함께 건드리지 않으면, 관광만으로는 인구 감소와 공동화 현상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사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본 기고의 제안]

 

남기고 싶은 문장은 단순하다. 관광은 농촌을 살릴 수 있다. 그러나 혼자서는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

우리 지역에서 농촌관광은 농업·돌봄·공공서비스·주거·교통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관광만 성장하고 다른 축이 그대로라면, 이 마을의 삶은 정말 나아질까.

 

빈집·유휴시설·유휴토지는 누구의 소유이며, 관광을 통해 생기는 가치와 비용은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는가. 외부 투자와 지역 공동체의 균형은 어떻게 설계되고 있는가.

농촌에서 자라나는 아이와 청년에게, 관광은 “잠깐 일하다 떠나는 계절 알바”인가, 아니면 “이곳에 머물면서도 미래를 그릴 수 있는 하나의 커리어”인가.

 

관광은 사라져 가는 마을을 잠시 화려하게 비출 수 있다. 

그러나 그 빛이 꺼진 뒤에도 남을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면, 우리는 관광을 집·일·관계·자연·문화가 함께 숨 쉬는 “농촌의 생활 인프라”로 설계해야 한다.

 

“관광으로 마을을 살리자”는 말은 그래서 이렇게 고쳐 써야 할지 모른다.

“함께 살 마을을 만들자, 그 안에서 관광이 제 역할을 하게 하자.”

그 질문에 우리 각자의 마을과 정책, 사업과 교육은 어떤 답을 준비하고 있는가.

 

[이강일 | 관광산업 연구자·저자. 관광의 미래를 읽고, 현장의 길을 설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