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질문으로 시작해 보고 싶다.
“앞으로의 관광산업은 어떤 사람을 필요로 할까.”
요즘 현장에서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진짜 문제는 단순한 인력 부족이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역량을 가진 사람이 없다”에 가깝다. 팬데믹 이후 디지털 전환과 기후위기, 주민 삶의 질과 노동권, 여행자의 가치 변화까지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관광이 요구하는 능력의 지도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이 원하는 사람의 얼굴이 바뀌고 있다]
UNWTO가 전 세계 관광기업·공공기관·교육기관·재직자와 학생 1,400명을 대상으로 “미래의 일과 기술”을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나타난다.
어느 집단을 보든,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반복해서 뽑힌 것은 ‘고객 중심성(customer focus)’과 ‘창의성·혁신(creativity & innovation)’이었다.
디지털 기술보다도 “손님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꼽힌 핵심 기술은 디지털/IT 역량, 데이터 분석, 운영관리, 영업·마케팅, 리더십과 재무관리였다.
특히 기업과 공공기관은 디지털·IT와 고객 서비스, 데이터 분석 프로필을 향후 가장 수요가 높은 직무로 꼽았다.
흥미롭게도, 설문 참여자 대부분은 “향후 5년 안에는 로봇·자동화가 관광 일자리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고, 그보다 일–삶의 균형과 일의 질, 지속적인 학습 기회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한마디로, 관광이 찾는 사람의 얼굴은 “예약 잘 받고, 웃는 얼굴로 서비스하는 사람”에서 “사람을 이해하고, 데이터를 읽고, 변화를 설계할 줄 아는 사람”으로 바뀌고 있다.
[2030년 관광 노동자의 세 가지 언어: 디지털, 그린, 사회]
유럽의 ‘차세대 관광(Next Tourism Generation)’ 프로젝트는 2030년 관광 노동자가 갖춰야 할 핵심 능력을 디지털·녹색(그린)·사회(social) 기술 세 축으로 정리한다.
디지털 측면에서, 모든 관광 종사자에게 필요한 ‘기초 디지털 소양’은 물론, 온라인 브랜딩·마케팅·유통, 데이터 수집·분석·관리, 개인정보 보호와 사이버보안, 그리고 점점 중요해지는 AI 기반 기술 이해가 미래 관광업의 기본 역량으로 꼽힌다.
녹색 기술은 단순히 “에너지·물·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이 아니다. 이 프로젝트는 그 범위를 다음과 같이 크게 잡는다.
- 관광 영향 평가를 설계·해석하는 능력
- 수익보다 ‘관광객 1인당 가치’와 환경·지역 균형을 고려한 지속가능 관광 계획 능력
- 과잉관광 지역 대신 저방문 지역과 비수기 경험을 설계해 분산시키는 전략
- 지역사회와의 상호작용·관계 조정, 문화적 감수성·상호문화 커뮤니케이션
- 에너지·물·배출·폐기물 관리, 자연·문화유산 보전, 공정한 비즈니스 관행
- 친환경 인증·에코라벨 이해와 활용, 기후변화·재생에너지·지속가능 자재에 대한 기초 지식
여기에 더해 OECD·EU·UNESCO 등은 자기주도학습, 디지털 유창성, 문제해결·창의성·기업가정신 같은 인지능력, 의사소통·협업·다문화 감수성 같은 사회·정서 능력을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기본 생존 기술”로 본다.
관광업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국적과 세대, 지역과 함께 일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만큼, 이런 ‘사람 사이의 기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교육은 아직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문제는 관광교육이 이 변화의 속도를 충분히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일랜드의 관광·호텔·이벤트·스포츠 경영 교육과정을 분석한 2024년 연구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가 얼마나 반영되어 있는지를 살펴본 결과 검토한 300여 개 이상의 모듈 중 상당수에서 SDG 관련 학습성과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고한다.
두 개 학과를 비교했을 때, 한쪽은 89개 모듈에서 12개 SDG를, 다른 한쪽은 26개 모듈에서 10개 SDG를 통합하고 있었지만, 그 외 다수의 모듈에서는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내용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설문에 참여한 교원들 역시 “지속가능발전교육(ESD)을 깊이 있게 통합하려면 스스로 먼저 공부하고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응답했다.
스페인의 한 대학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속가능성을 이론이 아니라 커리큘럼 전체를 관통하는 ‘실천 역량’으로 삼는 모델을 제안했다.
이 모델은 커리큘럼을 ‘해석하기–창조하기–관리하기–상호작용하기–비판적으로 행동하기–노동시장 통합’이라는 여섯 블록으로 나누고, 각 블록에서 환경·사회·윤리적 영향을 고려하는 것을 핵심 역량으로 삼는다.
연구진은 “지속가능성과 디지털 전환, 포용성은 이제 관광교육의 선택과목이 아니라 핵심 역량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주립대의 사례는 조금 더 구체적이다. 이 대학은 UN Tourism의 TedQual 인증 기준과 관광 글로벌 윤리강령을 바탕으로, UNESCO의 지속가능발전교육 8대 핵심역량과 유럽 GreenComp(그린 역량 프레임워크)를 전공 전 과정에 체계적으로 심는 모델을 시험하고 있다.
강의·과제·평가를 “학생이 어떤 지속가능성 역량을 어느 수준까지 보여 주었는가”로 설계하고, 인증 심사 과정을 그대로 ‘지속가능성 커리큘럼 감사’ 도구로 활용하는 실험이다.
이 모델은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니지만, “지속가능성을 강의 한 과목이 아니라, 전 과정에 녹여 넣는 방법”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런 시도들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관광교육이 여전히 전통적인 ‘호텔 운영·여행사 실무’ 중심에서 충분히 벗어나지 못했고, 디지털·그린·포용 역량을 커리큘럼 전반에 심기 위한 본격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
[“평생 두 번은 갈아타야 하는” 관광인의 시대]
EU가 추진 중인 ‘관광 생태계 기술협약(Pact for Skills)’은 이 변화를 제도화하려는 시도다.
이 협약은 관광기업·노동조합·교육기관·지자체 등이 함께 2023~2030년 동안 매년 관광 노동자의 평균 10%를 재교육·역량강화(up-/reskilling)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이 목표가 달성되면 2030년까지 약 750만 명, 전체 관광 노동자의 60%가 매년 재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협약은 각 지역에 산업–교육–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기술협의체’를 만들고, 2026년까지 디지털 인프라와 데이터 기반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기술 격차를 파악하며, 디지털·그린·포용 기술을 중심으로 마이크로 자격(micro-credentials)과 현장 기반 교육을 확대하자고 제안한다.
이해관계자 설문에서는 미래 관광인력에게 가장 필요한 기술로 혁신·창의성, 디지털 리터러시, 지속가능성 지식, 다국어 능력이 1~4위에 올랐다.
위기관리 역량과 공감·사회성 같은 소프트 스킬도 뒤를 이었다.
이 방향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관광인은 평생 두세 번은 자신의 역할을 갈아타야 한다”는 전제를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처음에는 현장 서비스로 시작해도, 언젠가는 디지털·데이터·지속가능성·지역개발 같은 역할로 이동해야 하고, 그때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자격을 갖추도록 돕겠다는 약속이다.
[우리가 키워야 할 네 가지 유형의 관광 인재]
본 기고에서 그리고 싶은 미래 인재상의 초상화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디지털 번역가다.
이들은 관광 현장과 디지털 세계 사이를 잇는 사람들이다.
예약·결제·리뷰·SNS·데이터·AI 도구를 이해하고, 이를 활용해 고객경험을 설계하고, 현장의 감각을 디지털 언어로 번역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단순히 IT 전문가가 아니라, “기술을 사람과 지역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도구로 쓸 줄 아는” 감각이 중요하다.
둘째, 그린 설계자다.
이들은 에너지·물·폐기물·탄소·생태계에 대한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사업장과 목적지의 운영을 새롭게 그릴 줄 아는 사람들이다.
영향 평가를 읽고 쓰며, 과잉관광 지역 대신 저방문 지역·비수기 상품을 설계하고, 친환경 인증과 공정한 비즈니스 관행을 실제 모델로 만들어 내는 역할이다.
셋째, 지역 코디네이터다.
이들은 관광객과 지역사회 사이의 관계를 조율하는 사람들이다.
문화적 감수성과 다문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추고, 주민·사업자·행정·방문객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갈등을 예방·중재하고, “관광이 지역의 삶과 어떻게 연결될지”를 함께 디자인한다.
넷째, 학습형 노동자다.
이들은 직무·직종을 막론하고, 스스로 배우고 전환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자기주도학습 능력, 문제해결력, 창의성과 기업가정신, 협업과 공감 능력 같은 ‘가로지르는(transversal) 기술’은 어떤 역할을 맡든 필수적인 기반이 된다.
관광이 “평생 한 가지 일만 하는 산업”이 아닌 이상, 이런 학습 역량은 앞으로 가장 중요한 안전망이 될 것이다.
[남기고 싶은 질문]
관광의 미래를 말할 때 우리는 자주 기술과 시장, 트렌드의 언어를 쓴다. 하지만 결국 그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은 사람이다.
마치며, 이렇게 묻고 싶다.
- 우리 대학·직업학교의 관광 교육은 여전히 객실·식음·여행사 운영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가. 디지털·그린·포용 역량을 커리큘럼 전체에 심기 위한 진지한 재설계를 시작했는가.
- 우리 기업·기관은 직원 교육을 ‘의무교육 시간 채우기’가 아니라, 평생 두세 번의 커리어 전환을 돕는 전략으로 보고 있는가. 매년 인력의 10%를 진짜로 ‘다시 배우게’ 하고 있는가.
- 그리고 우리 각자는, 자신을 “지금 이 일만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 관광이라는 넓은 세계 속에서 계속 역할을 바꿔 갈 수 있는 학습자로 상상하고 있는가.
관광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장소가 만나는 산업이다.
그 만남의 방식을 바꾸려면, 먼저 그 만남을 설계하는 사람의 역량부터 새로 그려야 한다.
본 기고의 답은 분명하다.
앞으로의 관광은 더 많은 사람을 찾는 산업이 아니라, 더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을 함께 키워 가는 산업이어야 한다.
[이강일 | 관광산업 연구자·저자. 관광의 미래를 읽고, 현장의 길을 설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