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속가능한 관광”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 지 벌써 수십 년이다.
하지만 매년 기록을 갈아치우는 폭염과 산불, 팬데믹과 재난, 주민의 반(反)관광 시위를 보고 있자면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덜 해치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본 기고에서 이 질문에 대한 한 가지 답으로, 회복탄력성과 ‘재생관광(regenerative tourism)’이라는 키워드를 꺼내 보고자 한다.
[지속가능에서 재생으로, 질문을 바꾸기]
지속가능한 관광은 요약하면 “해를 덜 끼치자”는 약속이다. 에너지·물·쓰레기를 줄이고, 탄소배출을 낮추고, 자연과 문화를 보존하면서도 관광을 계속하자는 발상이다.
반면 재생관광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 여러 연구와 논의를 종합하면, 재생관광은 “관광으로 인해 장소와 공동체가 이전보다 더 나아지는 상태를 지향하는 접근”으로 정의할 수 있다.
최근 학계에서는 재생관광을 “관광지가 가진 잠재력을 꽃피워 인간 사회와 생태계의 ‘재생 능력’을 높이고, 순(純) 긍정 효과(net positive effect)를 만들어 내는 변혁적 접근”이라고 정리한다.
생태학적 세계관과 원주민·지역 공동체의 지식을 함께 엮어, 관광을 자연과 분리된 산업이 아니라 자연 안에 들어 있는 생활 시스템의 일부로 본다는 것이다.
다른 연구는 재생관광을 “자원을 회복·복원하고, 에너지 절약·탄소 상쇄를 실천하면서 지역공동체의 조화와 행복을 증진시키는 책임 있고 능동적인 관광 방식”이라고 요약한다.
국제기구와 실무 현장도 비슷한 방향을 말한다.
글로벌 지속가능관광위원회(GSTC)는 재생관광을 “목적지를 원래 있던 상태보다 더 좋은 상태로 남기려는 실천”으로 설명하며, 단순한 피해 최소화가 아니라 생태계와 공동체, 지역경제를 되살리는 데 초점을 둔다고 강조한다.
EarthCheck 연구진은 재생관광을 “관광 이해당사자들이 이동·방문·거주·운영 과정에서 자연·인간·인공 요소를 개선·강화하도록 ‘돌봄과 관리(care & guardianship)’를 행사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하며, 이를 통해 대상지의 조건이 단순 생존(survivability)을 넘어 번영(flourishing) 상태에 이르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요약하면, 질문이 이렇게 바뀐다.
“어떻게 하면 덜 망가뜨릴까?”에서
“어떻게 하면 함께 살아나는 조건을 만들까?”로.
[관광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방문객 수를 넘어서]
질문을 바꾸려면, 지표도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 세계관광기구가 수집해 온 핵심 지표는 도착객 수, 관광수입, 관광이 차지하는 GDP 비중, 관광 관련 고용 같은 경제·물량 중심 지표였다.
2024년 유엔 총회가 채택한 관광 지속가능성 측정을 위한 통계 프레임워크(MST: Measuring the Sustainability of Tourism)는 이 틀을 바꾸기 위한 시도다.
MST 프레임워크는 관광을 경제·사회·환경 세 축에서 동시에 측정하자고 제안한다. 구체적으로는 네 부류의 지표를 제시한다.
- 일반 압력 지표(General pressure): 주민 100명당 방문객 수, 단위 면적당 방문객 수, 평균 체류일수 등 관광이 공간·인구에 주는 압력을 보여 주는 지표.
- 경제 지표: 관광 직접 GDP(UN SDG 8.9.1), 내·외국인 지출 비중, 관광업 비중, 중소기업(SME) 비율 등 구조와 성과를 보여 주는 지표.
- 환경 지표: 관광 관련 물·에너지 사용, 온실가스 배출, 폐기물, 보호구역 내 관광활동, 생태계 영향 등.
- 사회 지표: 관광 일자리와 괜찮은 일자리(Decent work) 비중, 주민·방문객 인식, 문화·유산 보호, 거버넌스·제도 등 사회적 영향을 보여 주는 지표.
이 프레임워크는 193개 유엔 회원국이 합의한 글로벌 표준이 되었고, UNWTO 데이터 대시보드는 이미 175개 이상의 세부 지표를 통해 각국의 관광 지속가능성을 모니터링하기 시작했다.
관광을 “얼마나 많이 왔고, 얼마나 벌었는가”만이 아니라 “얼마나 버틸 수 있고, 얼마나 회복하고, 무엇을 남겼는가”로 평가하자는 움직임이다.
재생관광을 이야기하려면, 이런 측정틀 위에서 “순 긍정 효과”를 실제 수치로도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위기와 회복, 회복탄력성을 설계하는 관광]
기후 재난·전염병·지정학적 리스크가 일상이 된 지금, 관광은 거의 매년 크고 작은 충격을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관광 회복탄력성(tourism resilience)”은 더 이상 학술용 유행어가 아니다.
유럽 시민보호 지식 네트워크가 2024년 정리한 ‘관광 위기관리·거버넌스’ 문서는 관광 위기를 세 단계로 나눈다.
- 위기 이전(Preparedness): 위험을 사전에 진단하고, 취약성을 줄이며, 대응계획과 훈련을 준비하는 단계.
- 위기 대응(Response):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의사결정과 커뮤니케이션, 피해 최소화를 위한 즉각 조치를 취하는 단계.
- 회복·학습(Recovery & Learning): 피해를 복구하고, 배운 교훈을 제도와 전략에 반영해 다음 위기에 더 잘 대비하도록 시스템을 바꾸는 단계.
일본이 2024년 ‘Tourism Resilience Summit’에서 채택한 센다이 성명도 비슷한 구조를 제시한다.
자연재해로 인한 위기에서 “영향을 예방·최소화하는 것(리스크 평가·협력·커뮤니케이션·역량 강화)”, “충격을 흡수하고 적응·변화를 통해 회복하는 것(전략 재설계·공공–민간 협력·새로운 관광상품 개발)”, “그 과정에서 지역의 미래 비전과 맞는 관광 수요를 만들어 가는 것”을 두 개의 축으로 제시했다.
최근 중국 소수민족 지역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관광 시스템의 취약성(TIV)과 회복탄력성(TIR)을 하나의 동학으로 분석했다.
팬데믹 시기(2020~2021년)에 취약성이 급증한 뒤 2024년에는 대부분의 도시가 “저취약–균형 회복탄력” 상태로 이동했고, 이는 장기간의 회복력 강화 조치 덕분이라고 평가한다.
연구는 민감도–적응능력–회복력(SACR) 프레임워크를 통해, 위기를 “혼란 단계–적응 조정 단계–회복 재균형 단계”로 나누고, 관광이 단순히 원상복구(status quo)에서 멈출지, 점진적 성장(incremental)으로 갈지, 구조 전환(transformative)으로 갈지에 따라 전혀 다른 궤적을 그린다고 설명한다.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도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다.
팬데믹 이후 지속가능한 회복을 위해서는 커뮤니티 기반 관광 강화, 디지털 인프라 투자, 적응적 정책, 금융 지원, 보전 중심의 지속가능 관행이 회복탄력성을 떠받치는 다섯 기둥이 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위기 앞에서 “원래대로만 돌려놓자”는 태도로는 부족하며, 위기를 산업 재설계의 계기로 삼을 때 비로소 회복탄력성이 생긴다는 의미다.
[재생관광, 현실에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그렇다면 재생관광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띠어야 할까. 여러 논의와 사례를 바탕으로 몇 가지 방향을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덜 해치는 것”을 넘어서 “더 돕는 것”으로다.
재생관광은 탄소·물·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숲·해양·습지 복원, 전통 농업·어업 재생, 생물다양성 회복 같은 활동을 관광 경험에 통합한다.
방문객은 단순히 ‘보는 사람’이 아니라, 해변 정화·숲 가꾸기·산호 복원 같은 활동에 참여하는 ‘돌봄의 주체’가 된다.
EarthCheck는 이런 참여를 통해 “관광이 자연·문화·공공공간을 원래 조건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본다.
둘째, 지역공동체의 역량과 권한을 키우는 것이다.
재생관광은 지역을 위한 추가 수입원이 아니라, 지역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자본과 역량을 쌓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일자리 수’가 아니라, 괜찮은 일자리·교육·기술·리더십·자기 결정권 같은 지표로 측정되어야 한다.
뉴질랜드 정부는 재생관광을 “관광이 가져가는 것보다 더 많이 돌려주는 관광”으로 정의하며, 생태계 복원과 함께 마오리 공동체의 리더십·문화적 풍요로움을 핵심 축으로 삼는다.
관광이 특정 기업의 수익이 아니라, 토지·문화·정체성을 지켜 온 사람들의 권한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다.
셋째, 방문객도 ‘지속가능성의 소비자’에서 ‘재생의 참여자’로 전환하는 것이다.
재생관광은 공급자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여행자에게도 다른 역할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장거리 비행 대신 느린 여행을 선택하고, 로컬에 더 오래 머물며, 재생 프로젝트에 시간과 자원을 기여하는 여행자가 많아질수록, 관광의 순 효과는 바뀔 수 있다.
“발자국(footprint)을 줄이는 것”과 동시에 “손자국(handprint), 곧 내가 더한 가치를 키우자”는 발상이다.
넷째, 이 모든 것을 측정하고 학습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MST 프레임워크와 SDG 지표는 그 출발점이다. 방문객 수·수입뿐 아니라 방문객–주민 비율, 취약계층 고용, 보호구역 상태, 관광 관련 에너지·물·배출량, 주민·방문객 만족도와 인식, 위기 이후 회복 속도와 경로 등을 함께 보면서, 관광이 정말 “예전보다 더 나은 상태”를 만들어 가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위기관리 지침들이 말하는 것처럼, 회복 전략은 지표 기반으로 주기적으로 재검토되고 수정되어야 한다.
[본 기고에서 남기고 싶은 질문]
질문은 간단하다. “우리 지역의 관광은 지금 이곳을 얼마나 덜 해치고 있는가”를 묻는 수준을 넘어서, “얼마나 더 나아지게 만들고 있는가”를 묻기 시작했는가.
그 질문에 답하려면, 우리는 이렇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 우리는 아직도 도착객 수와 수입만을 성과 지표로 보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MST 같은 틀을 통해 환경·사회·회복탄력성까지 함께 측정하고 있는가.
- 우리의 관광 전략은 위기가 오기 전에 취약성을 줄이고, 위기 후에는 ‘원상복구’가 아니라 더 나은 구조로 전환하는 회복탄력성을 설계하고 있는가.
- 이 지역의 자연·공동체·경제는 관광이 있기 전보다 더 나은 조건을 향해 가고 있는가, 아니면 관광이 없어도 되었을 시간과 자원을 계속 갉아먹고 있는가.
관광은 늘 ‘떠남’을 이야기하지만, 재생관광과 회복탄력성의 관점에서 보면 결국 “돌아왔을 때 이곳이 어떻게 달라져 있기를 바라는가”라는 질문으로 돌아온다.
이제는 관광이 남긴 흔적을 숫자가 아니라, 숲과 바다, 거리와 집, 사람들의 표정과 관계 속에서 읽어야 할 때다.
그 흔적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진 모습이라면, 비로소 우리는 “관광이 이곳을 돕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강일 | 관광산업 연구자·저자. 관광의 미래를 읽고, 현장의 길을 설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