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칼럼 39] 관광 거버넌스, 누구 손에 방향키를 맡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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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인사이트

[관광칼럼 39] 관광 거버넌스, 누구 손에 방향키를 맡길 것인가

관리자 2026-08-28 조회수 79


본 기고는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지금 우리 지역 관광의 방향키는 누구 손에 쥐어져 있는가.

예전에는 “관광은 시장이 알아서 크는 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관광객이 늘어날수록 교통·주거·환경·노동·주민 삶의 질까지 모두 영향을 받는 지금, 관광은 더 이상 특정 부처나 몇몇 업계 리더에게만 맡겨둘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끌고 가기에도 너무 크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기엔 너무 위험한 산업이 되었다. 결국 논의는 거버넌스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누가, 무엇을, 누구와 함께, 어떤 원칙으로 결정하느냐의 문제다.

 

이 거버넌스 논의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조직이 DMO, 즉 관광 목적지 관리 기구다. 

이름은 ‘Destination Management Organization’이지만 실제 역할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Management’보다는 ‘Marketing’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OECD가 크로아티아 관광 거버넌스를 분석한 2024년 보고서에서도, 지방 DMO들이 “예산이 부족하다”고 호소하면서도 막상 하는 일은 행사·프로모션 중심에 쏠려 있고, 장기 전략·조정·관리 기능은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영국 정부 역시 독립 리뷰를 통해 지역 DMO들이 쪼개져 있고 재원 구조가 불안정해, 목적지를 관리하기보다 “단기 홍보 캠페인 집행 기관” 지위에 머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 결과, 영국은 DMO 대신 ‘Local Visitor Economy Partnership(LVEP)’이라는 새 이름을 쓰며, 일정 기준을 충족한 조직에만 국가 차원의 인증과 다년 예산을 부여해 “관리와 개발까지 책임지는 허브”로 키우는 방향을 택했다.

 

결국 핵심은 돈이다. 누가 얼마를 부담하고, 누가 어디에 쓰는지를 따라가 보면 관광 거버넌스의 민낯이 드러난다. 

캐나다 앨버타 주의 사례가 그렇다. 이 지역 호텔들은 객실 요금에 ‘Destination Marketing Fee(DMF)’를 붙여 걷어 왔는데, 이 돈을 누가 어떻게 관리할지를 두고 호텔업계·지자체·DMO 사이의 갈등이 커졌다. 

앨버타 호텔·로징 협회는 정부에 이렇게 요구한다. 

DMF는 자발적으로 참여한 호텔들이 직접 선출한 별도 법인이 관리하고, 호텔은 손님에게 받은 DMF 전액을 이 법인에 납부하며, 이 법인은 전략과 계획에 따라 DMO 등에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자체나 DMO가 DMF를 사실상의 새로운 세금처럼 강제 징수하거나, 관광과 무관한 용도로 전용해서는 안 되며, 모든 사용 내역은 감사와 공시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것도 덧붙인다. 

이 사례는 관광 재원이 모이는 방식, 사용 기준, 책임 구조가 불분명하면 공공과 민간의 신뢰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잘 보여 준다. 

돈의 흐름이 불투명한 관광은, 결국 정치적 갈등과 불신으로 되돌아온다.

 

관광 개발에서 공공–민간 파트너십(PPP)은 이미 익숙한 구조다. 

정부가 제도와 인프라를 만들고, 민간이 투자와 운영을 맡는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 논의의 초점은 PPP를 넘어 PPPP, 즉 People–Public–Private Partnership으로 옮겨 가고 있다. 

스웨덴 포르스비크의 문화관광 전략을 분석한 연구는 이 작은 마을의 지속가능한 관광을 가능하게 한 요인으로 ‘사람–공공–민간’이 함께 만든 순환형 거버넌스 구조를 꼽는다. 

여기서 사람, 곧 주민은 더 이상 ‘설명 들어야 할 대상’이나 ‘수혜자’가 아니다. 

유산 보존, 관광상품 개발, 수익 배분 원칙을 정하는 과정에 주민 대표가 공식적으로 참여하고, 지자체와 민간 기업과 함께 의사결정을 내리는 동등한 파트너다. 

공공이 계획하고 민간이 투자하며 주민은 감내하던 익숙한 구도가, 주민이 기획과 운영의 전면으로 올라오는 구조로 바뀌는 지점이다.

 

커뮤니티 기반 관광(CBT)은 이 PPPP 모델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CBT라는 간판을 건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 연구자들이 다양한 CBT 사례를 분석해 정리한 결과를 보면, 진짜 성공을 가르는 요소는 여섯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계획 단계부터 주민이 참여하고, 관광을 운영할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과 훈련이 제공되는지, 

지역 조직이 운영 주체로서 실질적 권한을 갖는지, 

수익 목표와 함께 환경 보전·문화 보존·공동체 발전을 명시적 목표로 두는지, 

외부 여행사·플랫폼·지원기관과의 연결을 통해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지, 

정부와 민간·NGO가 제도·자금·네트워크 측면에서 조력자로 기능하는지, 

그리고 관광을 기존 생계에 더해지는 보조 소득원으로 설계해 과도한 의존을 피하는지 등이 그것이다. 

반대로, 재정 불안·시장 미연계·역량 부족·토지·소유권 갈등·외부 의존이 심할수록 CBT는 몇 년 안에 유명무실해지거나, 일부 엘리트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로 변질되기 쉽다.

 

UN 관광기구(UN Tourism)는 2024년 쿠바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커뮤니티 기반 관광을 “사회혁신과 임팩트 투자, 지역 인재와 기업·영토 전략을 잇는 기회”라고 규정했다. 

농촌 인구 유지, 추가 소득 창출, 일자리와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동시에 지역이 스스로 관광을 관리할 자율성과 참여 구조를 갖추지 못하면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경고한다. 

멋진 사례집 한 권, 시범마을 몇 곳으로는 진짜 변화를 만들 수 없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기후위기라는 또 다른 축이 더해지면서 관광 거버넌스의 과제는 한층 복잡해졌다. 

유럽 지중해권의 지속가능관광 프로젝트가 2024년에 발표한 백서는, 관광 거버넌스가 이제 마케팅과 이벤트를 넘어 기후 적응과 재난 회복력까지 함께 다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안달루시아는 2024년 한 해에만 물 절약 및 재사용 설비를 갖추는 숙박·외식업체에 1,850만 유로의 보조금을 제공하며, 관광사업자들이 기후 적응 투자를 하도록 유도했다. 

백서는 2025년까지 유럽·지중해 차원의 관광 기후 적응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2030년까지 최소 5,000만 유로 규모의 공동 적응 기금을 조성해 해안 방재·디지털 인프라 등 초국경 프로젝트를 지원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2026년 이후 모든 관광 개발 사업에 의무적인 기후 취약성 평가를 도입하고, 기후 리스크 지도를 활용해 관광지를 관리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이처럼 관광 거버넌스는 더 이상 “얼마나 많이 올릴 것인가”만 고민해서는 안 된다. 기후위기와 재난, 인구 변화 속에서 이 산업을 어떻게 유지하고 조정할지, 목적지 전체의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의 역할을 함께 맡아야 한다.

 

결국 본 기고에서 묻고 싶은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의 DMO와 관광공사는 여전히 “홍보 조직”에 머물러 있는가, 아니면 주민 삶의 질과 환경, 노동과 주거, 기후와 재난까지 함께 보는 “관리 조직”으로 진화하고 있는가. 

관광세와 DMF 같은 재원은 투명한 규칙 아래 거둬지고, 단기 마케팅뿐 아니라 기후 적응과 지역 역량 강화에도 쓰이고 있는가. 

공공–민간 파트너십에서 주민은 설명을 ‘듣는 사람’인지, 아니면 계획·운영·수익 배분의 동등한 파트너인지.

 

관광의 다음 단계는 “더 많이 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함께 결정하고, 누가 책임질 것인지”를 먼저 묻는 것에서 시작된다.

관광의 방향키는 공공도, 민간도, 플랫폼도, 주민도 어느 한쪽이 홀로 잡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그 방향키를 쥔 손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어떤 규칙과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움직이느냐다.

 

지금 당신이 속한 도시와 조직은, 이 질문에 어떤 답을 쓰고 있는가.

 

[이강일 | 관광산업 연구자·저자. 관광의 미래를 읽고, 현장의 길을 설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