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칼럼 38] 주민이 행복하지 않은 관광은 오래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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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인사이트

[관광칼럼 38] 주민이 행복하지 않은 관광은 오래가지 않는다

관리자 2026-08-27 조회수 73


본 기고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관광의 성공을 말할 때, 더 이상 방문객 수와 매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도시에서 사는 사람이 이 산업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를 묻지 않는 한, 그곳의 관광은 이미 위험 신호를 안고 있다.

 

[관광이 주민의 삶의 질을 바꾸는 네 가지 경로]

 

주민의 삶의 질(quality of life, QOL)과 관광개발의 관계를 정리한 최근 연구들은 흥미로운 구조를 보여 준다. 

관광개발이 삶의 질에 영향을 주고(TD→QOL), 삶의 질 인식이 다시 관광에 대한 주민 지지에 영향을 주며(QOL→지원), 둘 사이의 간접적·상호적 관계가 동시에 작동한다는 것이다.

관광이 일자리·인프라·서비스 개선을 가져오면, 주민은 경제적 안정감·문화적 자부심·공동체 활력을 더 크게 느낀다. 

반대로 집값·생활비·혼잡·환경 악화가 심해지면, 같은 관광이라도 “삶을 더 힘들게 하는 산업”으로 인식되며 삶의 만족도는 낮아진다. 

이때 주민의 관광 지지는 약해지고, 정책에 대한 불신과 갈등은 커진다.

 

[거리로 나온 주민들, “관광은 누구를 위하는가”]

 

2024년 스페인 곳곳에서 일어난 반(反)관광 시위는 이 질문을 극적으로 드러냈다. 팔마 데 마요르카에서는 “주민을 위한 SOS”, “대량관광은 그만”, “관광객은 집으로 돌아가라”는 피켓을 든 1만~2만5,000명의 시민이 거리를 메웠다. 

카나리아 제도에서는 2만~5만 명이 “법이 정비될 때까지 관광을 잠시 멈추자”고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요구한 것은 단순했다. 비거주자의 부동산 매입과 불법 단기임대 규제, 신규 숙박시설 제한, 항공편·크루즈선 입항 통제, 수자원·공공서비스 보호, 그리고 “관광으로 인한 이익이 주민의 삶을 파괴하지 않게 해 달라”는 것. 

“우리는 관광객이 싫은 것이 아니라, 관리되지 않은 혼란이 싫다”는 말은, 지금 유럽 여러 도시에서 공통적으로 울려 퍼지는 메시지다.

 

[‘살 만함(livability)’이 무너지면 관광 지지도 무너진다]

 

주민 태도와 ‘살 만함(livability)’을 분석한 연구는, 관광에 대한 태도를 예측하는 데 있어 전통적인 ‘관광 인식 조사’보다 생활 여건 지표를 묻는 새 리버빌리티 척도가 25%포인트 더 높은 설명력을 보였다고 보고한다. 

쉽게 말해, 관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 “지금 이 동네에서 살 만하냐”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오버투어리즘 상황에서 특히 세 가지 전제조건을 강조한다. 

집세를 감당할 수 있는가, 일상에서 스스로의 삶에 편안함을 느끼는가, 기본적인 안전·서비스가 유지되는가. 

이 전제조건이 깨지면, 아무리 관광이 일자리를 늘리고 세수를 올려도 주민의 삶의 질은 낮아지고, 관광에 대한 정서는 빠르게 부정적으로 돌아선다. 

관광정책의 질문은 결국 여기로 수렴한다. “관광이 이 도시의 살 만함을 보태고 있는가, 갉아먹고 있는가.”

 

[숫자 속에 숨은 주민의 목소리]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레벨스토크(Revelstoke)의 2024년 주민조사를 보면 흥미로운 변화가 보인다. 

2022년 주민들이 매긴 삶의 질 점수는 10점 만점에 7.55점이었는데, 2024년에는 8.14점으로 0.59점 올랐다. 

“삶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고 답한 응답 비율은 47%에서 29%로 크게 줄었고, 다수는 “더 나아지고 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관광에 대한 인식은 복합적이다. 응답자의 63%는 “관광이 우리 지역의 삶의 질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고 보면서도, 환경 영향과 일자리·커리어 측면에서는 부정적 인식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었다. 

2024년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힌 상위 세 가지는 재난 대응(특히 산불), 주택 부족, 기후변화였다. 

관광이 지역경제에 기여하더라도, 주거·안전·환경 같은 삶의 기본 조건이 위협받는다면 주민의 마음은 쉽게 돌아서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와이 관광청의 2024년 주민조사를 봐도 비슷한 구조가 나타난다. 

“관광이 문제보다 이익을 더 많이 가져왔다”고 보는 비율은 최근 몇 년간 다시 상승해 56% 수준까지 회복되었지만, 여전히 67%는 “이 섬은 주민보다 관광객을 위해 운영되는 것 같다”, 80%는 “우리 경제는 관광에 너무 의존적이다”라고 응답했다. 

삶의 질 지표는 소폭 개선되었지만, 생활비와 관광 의존도에 대한 불안은 여전히 크다는 뜻이다.

미국 전국 조사에서도 “관광은 우리 지역에 좋다”고 보는 비율은 2020년 57%에서 2024년 64%로 올랐지만, 혼잡·생계비·환경에 대한 우려는 동시에 커지고 있었다. 

관광에 대한 지지는 여전히 높지만, “관광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규제가 삶의 질 인식을 바꾼다]

 

스위스 루체른 주민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관광에 대한 태도와 삶의 질 인식이 경제·사회문화·도시환경·관광객 행동 네 축과 “규제에 대한 인식”을 통해 형성된다는 점을 보여 준다. 

관광이 지역 비즈니스에는 이익을 주지만 개인에게는 높은 물가·생활비 부담을 준다고 느낄수록, 주민은 관광객 수 제한·시장 규제 요구를 더 강하게 지지한다.

흥미로운 것은, 관광객 흐름(숫자) 관리보다 관광객 특성(행동·시장) 조정에 대한 규제가 삶의 질과 ‘관광 중요성 인식’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결과다. 

다시 말해, 단순히 방문객 수를 줄이는 것보다, 어떤 유형의 관광을 유치하고 어떤 행동을 허용·제한할지에 대한 명확한 규칙이 주민의 삶의 질 인식에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뜻이다.

또 다른 연구는 “정체성 있는 문화·장소성(cultural flow)을 지키는 것이, 관광이 삶의 질을 높인다고 느끼는 데 필수 조건이며, 반대로 무분별한 관광객 행동은 삶의 질에 강한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지적한다. 

관광객과의 의미 있는 교류, 지역 문화의 존중은 주민이 관광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민의 지지 없이는 관광도 없다]

 

관광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일 때, 주민은 관광을 도시의 중요한 산업으로 인식하고, 더 나아가 관광정책과 개발을 지지하게 된다. 

반대로 삶의 질이 악화되면, 관광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 아니라 “줄여야 할 것”으로 인식되며, 그 순간부터는 숫자 몇 개로는 되돌리기 힘든 신뢰의 균열이 생긴다.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반관광 시위는 단지 ‘관광이 싫다’는 표현이 아니다. “우리가 이 도시의 주인인가, 관광산업이 주인인가”를 묻는 정치적 질문이다. 

그 질문에 진지하게 답하지 않는 도시일수록, 갑작스러운 반발과 이미지 훼손, 급격한 규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본 기고에서 남기고 싶은 문장은 단순하다.

 

관광은 주민의 삶의 질을 담는 그릇이다.

그릇이 이미 넘쳐흐르고 깨져 가는데, 거기에 더 부으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이제 우리는 이런 질문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 우리 도시에서 관광은 주민의 삶의 질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 주민이 체감하는 살 만함—주거, 생계비, 환경, 공동체—을 측정하고, 이를 관광정책의 핵심 지표로 삼고 있는가.

- 주민이 관광정책과 개발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사후 설명만 듣는 청중”에 머물고 있는가.

- 관광의 진짜 지속가능성은, 탄소배출과 방문객 수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주민이 이 산업을 자신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그 질문에 정직하게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관광의 미래를 이야기할 자격을 얻는다.

 

[이강일 | 관광산업 연구자·저자. 관광의 미래를 읽고, 현장의 길을 설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