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시작하고 싶다.
관광이 진짜로 “보편적인 권리”가 되려면, 우리는 아직 꽤 먼 거리를 걸어가야 한다.
지금의 관광시스템은 여전히 너무 많은 사람에게 “오지 못하는 곳”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장애, 고령, 임시적 불편까지 포함하면]
접근 가능한 관광(accessible tourism), 혹은 ‘모두를 위한 관광(tourism for all)’은 흔히 “장애인 관광”으로 좁게 이해되곤 한다.
하지만 UNWTO가 정의하는 접근 가능한 관광은, 신체·감각·지적 장애뿐 아니라 고령자, 임시적 장애, 일시적으로 이동이 불편한 사람,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까지 모두 포함한다.
“환경 때문에 관계 맺는 능력이 제한되는 사람”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는 것이 공식 문서의 설명이다.
시장 규모를 보자. 유럽 연구에 따르면 장애·고령·건강 문제 등으로 “접근성 요구”를 가진 사람은 유럽 인구의 27% 이상, 약 1억 2,750만 명에 이른다.
이들 중 약 70%는 여행할 경제력과 신체적 조건을 갖추고 있고, 가족·보호자를 포함하면 잠재 관광시장은 2억 6,000만 명, 연간 1,660억 유로 이상의 매출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적으로는 장애인을 6억~8억 5,900만 명으로 보기도 하고, 어떤 분석은 “접근성 요구를 가진 여행자”가 전 세계 관광의 25%를 차지하며, 다른 어떤 세그먼트보다 3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공급은 어떨까. 같은 유럽 조사에서 접근 가능한 숙박시설은 전체 숙박 재고의 5.6%, 관광시설은 11.3%, 음식점·케이터링 시설은 1.5%에 불과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접근성이 필요한 손님 4명 중 3명은 여전히 “완전히 준비되지 않은 관광시스템”을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접근 가능한 관광은 ‘복지’가 아니라 ‘미래 시장’]
접근 가능한 관광은 오랫동안 복지·사회정책의 영역으로만 다뤄졌다.
그러나 최근 여러 시장 분석은 이것이 동시에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관광 시장 중 하나라는 점을 강조한다.
한 글로벌 리포트는 “접근 가능한 관광 시장”을 2025년 1조 246억 달러 규모로 추정하며, 2034년에는 1조 8,923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본다.
연평균 성장률은 7.1%, 전통적인 관광시장 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다른 분석들은 접근 가능한 여행 시장을 2024년 760억~927억 달러로 잡고, 2030~2033년에는 1,268억~1,728억 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 전망한다.
국가 단위 데이터를 봐도 흐름은 비슷하다.
뉴질랜드의 한 연구에 따르면, 접근성이 필요한 여행 시장은 전 세계 관광의 25%를 차지하며, EU에서의 연간 지출은 890억 유로, 미국 590억 달러, 호주 80억 호주달러에 이른다.
호주만 보더라도 2024년 접근성 요구가 있는 여행자들은 국내외 여행 7,050만 건(전체 여행의 22%)을 했고, 이들의 지출은 292억 호주달러로 전체 관광지출의 17%를 차지했다.
즉, 접근 가능한 관광은 특별한 소수의 요구가 아니라, 이미 관광산업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고 앞으로 더 커질 시장이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만성질환과 장애 인식이 높아지며, “언제든 나도 이동제한을 겪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될수록 이 시장은 더 빠르게 커질 수밖에 없다.
[‘준비된 목적지’가 된다는 것]
UNWTO는 2005년 “모두를 위한 접근 가능한 관광에 관한 권고”를 채택하고, 2013년 이를 업데이트하면서 물리적 환경, 교통, 정보·커뮤니케이션, 공공시설 및 서비스 전반에 걸친 접근성을 강조했다.
이후 ONCE 재단·ENAT 등과 협력해 ‘접근 가능한 관광 매뉴얼’, ‘공공·민간 파트너십 사례집’, ‘문화관광·여행사·교통·숙박 부문의 실천 가이드’ 등을 잇달아 발간했다.
최근에는 ISO 21902(Accessible Tourism for All) 표준을 바탕으로 문화관광 사업자·여행사·운송기관용 실행지침을 내놓기도 했다.
이 문서들을 관통하는 핵심은 두 가지다.
- 권리로서의 접근성: 관광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 말하는 “사회참여와 문화생활에 대한 권리”의 일부분이며, 장애와 고령을 이유로 가격을 더 받거나 접근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
- 보편 설계(Universal Design): 휠체어 사용자만을 위한 특별한 시설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편리한 길·표지판·정보·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결국 모든 이용자의 경험을 향상시킨다는 접근.
실무 수준의 지침은 더 구체적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건물 외부에서 객실·식당·공용공간까지 끊김 없는 수평·경사 이동로 확보, 엘리베이터·램프·리프트 설치
-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지도·고대비 안내판, 안내견 출입 허용, 보청 루프 설치
- 일정 비율 이상의 완전 접근 가능한 객실과 화장실, 샤워시설, 주차면 확보
- 시각·청각 정보가 동시에 제공되는 안내 시스템(음성+시각표시)
- 접근 가능한 웹·예약 시스템, 장애 유형별 요구사항을 명확히 표기하는 예약 정보 구조
- 장애인 고객 대상 서비스·비상대응을 위한 직원 교육과 매뉴얼, 수어통역·도우미 연계 시스템
“준비된 목적지”란 거창한 수식어가 아니라, 이 기본들을 꾸준히 지켜 나가는 곳에서 비로소 붙일 수 있는 이름이다.
[아직 고쳐 쓰지 않은 문장들]
코로나 이후 UNWTO는 “포용적 회복 가이드(Inclusive Recovery Guide)”를 내놓으며, 접근성을 회복 전략의 중심에 둘 것을 거듭 권고했다.
이 문서는 위기 시 지원·위기 이후 프로토콜 조정·데이터 기반 계획 수립·비즈니스 전략 속 접근성 통합·직원 교육·디지털 혁신이라는 여섯 축을 제시하며, 접근성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보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이런 장면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장애인 객실은 있지만, 예약 시스템 어디에도 그 정보가 정확히 나와 있지 않다.
무장애 코스라고 홍보하지만, 중간에 턱이나 경사가 있어 실제 휠체어 사용자는 이용하기 어렵다.
관광지 웹페이지는 화려하지만, 스크린리더로 읽기 어렵고 대체텍스트가 빠져 있다.
인력·비용을 이유로 “접근성은 나중에”로 미루는 사업장이 적지 않다.
결국, 우리는 아직 “모두의 관광”이라는 문장을 제대로 고쳐 쓰지 못한 셈이다. 말로는 모두를 초대한다고 하지만, 실제 문턱은 그대로이거나, 간판만 바꿔 단 경우도 많다.
본 칼럼에서 나누고 싶은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의 관광은 누구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는가.”
예약 화면에서, 우리는 ‘표준 고객’을 어떻게 상상하고 있는가.
동선과 표지판, 화장실과 식당, 버스와 기차는 어떤 몸과 감각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는가.
관광정책과 마케팅 전략에서, 장애인·고령자·임시적 불편을 가진 사람들은 ‘특수시장’인지, 아니면 기본 고객 구성에 포함되어 있는가.
접근 가능한 관광은 “좋은 일”이기 이전에 현실적인 미래 전략이다.
고령화와 다양성의 시대에, 접근성을 갖추지 못한 목적지는 점점 더 많은 손님을 놓치게 될 것이다.
반대로, 접근성을 제대로 설계한 곳은 성수기·비수기를 가리지 않고 더 넓은 고객층을 맞이할 수 있다. 앞에서 본 것처럼, 이 시장은 이미 여러 국가에서 두 자릿수 비중의 여행과 지출을 차지하고 있다.
마치며, 이렇게 적어 본다.
“모두를 위한 관광”은 거창한 이상이 아니라, 한 계단의 높이와 한 줄의 안내문, 한 번의 교육과 한 칸의 화장실에서 시작되는 현실적인 선택이다.
이제 질문은 우리 쪽으로 돌아온다. 당신이 일하는 호텔과 식당, 여행사와 도시, 정책과 예산은 이 선택을 얼마나 진지하게 하고 있는가.
아직 오지 않은 “모두의 관광”을, 우리는 어디까지 앞당길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강일 | 관광산업 연구자·저자. 관광의 미래를 읽고, 현장의 길을 설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