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여행 수요는 빠르게 돌아왔지만, 정작 현장에는 사람이 없다.
호텔·식당·관광지마다 “직원 모집” 안내문이 붙어 있고,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객실을 비워 두는 곳도 적지 않다.
관광은 다시 “성장 산업”이 되었지만, 그 성장을 떠받칠 사람들은 이 산업을 조용히 떠나고 있다.
[관광은 고용 대국이지만, 사람은 부족하다]
세계여행관광협의회(WTTC)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여행·관광 부문에는 3억 3,400만 개의 일자리가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2020년에는 7,000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져 2억 6,400만 개까지 줄었지만, 2022년에는 2,950만 개가 새로 생기며 2억 9,500만 개 수준까지 회복했다.
2023년에는 직접·간접을 합쳐 3억 3,060만 개의 일자리가 여행·관광과 연결되어 있었고, 전 세계 일자리의 약 10분의 1을 관광이 책임지고 있었다.
문제는 숫자가 회복되었음에도 현장에서 “사람이 없다”는 체감이 줄지 않는다는 점이다.
OECD는 2024년 보고서에서 대부분의 국가에서 실업률은 역사적 저점에 가깝지만, 숙박·음식업의 구인율(빈 일자리 비율)은 여전히 전체 산업 평균보다 높고, 팬데믹 이전보다도 높은 수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2024년 5월 기준 호텔의 76%가 “직원 부족”을 호소했고, 그중 13%는 “영업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하다”고 답했다.
2025년 초 조사에서도 미국 호텔의 65%는 여전히 인력 부족 상태였고, 평균적으로 호텔당 6~7개의 자리가 채워지지 않고 있었다.
유럽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유럽 호텔산업협회는 2024년 기준 약 250만 명의 인력 부족을 추정했고, 특히 프랑스와 스페인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스코틀랜드 조사에서는 2024년 3월 기준 숙박·음식업 사업체의 27.9%가 여전히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호텔의 60%, 관광지의 43%가 “인력 부족 때문에 정상 영업을 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호주 역시 셰프·바리스타·웨이터·제과사 등 핵심 직무에서 지속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으며, 2023~2028년 사이에만 2만 1,400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람들은 왜 관광 일을 떠났나]
많은 분석은 팬데믹을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한다. 코로나로 대규모 해고와 휴직을 겪은 뒤, 상당수 종사자들이 보다 안정적이고 원격이 가능한 다른 산업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깊은 원인은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온 관광 노동의 구조적 취약성에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호텔·레스토랑 분야의 노동조건을 다루는 유일한 국제기준으로 1991년 ‘호텔 및 레스토랑에서의 근로조건 협약(제172호)’과 권고(제179호)를 채택했다.
이 문서는 합리적인 노동시간과 휴식, 휴일 근무에 대한 보상, 팁과 구분되는 정기적 임금, 직업교육 등을 통해 이 부문의 근로조건을 다른 산업 수준에 가깝게 끌어올려야 한다고 명시한다.
그럼에도 ILO는 2024년 보고서에서 이 부문이 여전히 비공식 고용, 긴·불규칙한 노동시간, 낮은 임금, 제한된 사회보장, 성차별, 열악한 산업안전, 약한 규제·단체교섭 등 ‘괜찮지 않은 일자리(decent work deficit)’ 문제를 안고 있다고 평가한다.
현장의 목소리도 다르지 않다. 미국과 유럽의 조사에서 “관광·호텔업을 기피하는 이유”로는 낮은 임금과 긴 노동시간, 야간·주말 근무, 경력개발의 한계, 재택·유연근무가 거의 불가능한 직무 특성 등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호주의 한 보도에서는 “신입 직원들이 이 일을 패스트푸드 아르바이트와 비슷하게 여기고, 몇 달 만에 떠나 버린다”는 업계의 푸념이 등장한다.
영국 통계에 따르면 2024년 7~9월 기준 영국 외식·숙박업에는 약 12만 1,000개의 빈자리가 있었고, 이 부문의 평균 이직률은 52%로 모든 산업 중 가장 높았다.
요약하면, 관광은 많은 사람을 필요로 하지만, 정작 그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인 일자리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해 왔다. 팬데믹은 이 오래된 모순을 한 번에 드러낸 계기였을 뿐이다.
[임금 인상·비자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다]
인력난에 대한 업계의 즉각적인 대응은 비교적 단순했다. 임금을 올리고, 복지를 조금 개선하고, 해외 인력을 더 들이는 것이다.
미국 호텔협회 조사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호텔의 86%가 최근 6개월 사이 임금을 인상했고, 52%는 더 유연한 근무시간을, 33%는 복리후생을 강화했다.
2025년 조사에서도 47%의 호텔이 임금 인상을, 20%는 유연근무 도입을, 13%는 직원 할인 확대를 주요 대응으로 꼽았다.
여러 국가는 계절·외국인 노동자 쿼터를 늘렸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오스트리아는 관광 계절노동자 쿼터를 2022년 1,200명에서 2023년 3,400명, 2024년에는 4,300명으로 단계적으로 늘렸다.
미국 호텔업계는 H-2B 비자(비농업 임시노동자) 6만 5,000개 추가 발급을 정부에 요구했고, 영국에서는 숙련노동자 비자의 최소 연봉 기준이 2024년 2만 6,200파운드에서 3만 8,700파운드로 크게 올라가면서, 오히려 많은 잠재 지원자가 자격을 잃어 업계의 고민이 깊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호주·UAE 역시 숙련 인력 부족과 임금·물가 상승, 이민 규제 사이에서 복잡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땜질식 처방”만으로는 문제의 근본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인력을 당겨 오는 속도보다, 산업을 떠나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의 한 조사는 고용주 81%가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72%가 높은 이직률에 고통받고 있다고 보고했다. 호주 보고서에서도 팬데믹 이후 채용공고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많은 직무에서 구인수요가 코로나 이전보다 50%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 없는 성장”의 미래 시나리오]
아이러니하게도, 관광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을 필요로 할 산업이다.
WTTC는 2033년경 여행·관광 부문의 GDP 기여도가 15조 5,000억 달러에 달해 세계경제의 11.6%를 차지하고, 이때 전 세계에서 약 4억 3,000만 명이 관광 분야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 다른 2025년 보고서는 2035년까지 전 세계에서 새로 생기는 일자리 3개 중 1개가 여행·관광에서 나올 것이며, 그 결과 9,100만 개의 신규 관광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하지만 같은 보고서는 인력 부족 시나리오도 함께 제시한다.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2035년에는 관광 부문 노동공급이 필요 인력보다 4,300만 명이나 부족해, 수요 대비 16%의 인력 격차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숙박업은 860만 명, 필요한 인력의 약 18%가 부족할 수 있다고 본다. 관광이 “일자리 창출의 엔진”이 되기 전에, “일자리 공백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사람 없는 관광 성장은 지속될 수 없다.
노동을 대체하는 기술과 자동화의 도입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접객·환대·서비스의 본질은 여전히 ‘사람’에 있다.
관광을 계속 “값싼 노동과 긴 근무시간에 의존하는 산업”으로 두는 한, 우리는 매년 같은 인력난을 반복해서 겪게 될 것이다.
[관광 일자리를 다시 설계할 때]
그렇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몇 가지 질문을 함께 던지고 싶다.
- 임금만으로 충분한가: 생활 가능한 임금과 예측 가능한 소득 구조, 팁 의존도를 줄이는 정기 급여 체계가 마련되어 있는가.
- 시간과 삶의 균형은 가능한가: 야간·주말·성수기 집중 노동이 불가피하더라도, 충분한 휴식과 대체휴일, 가족·학업과 병행할 수 있는 스케줄 설계가 가능한가.
- 성장 경로는 보이는가: 단순 ‘서비스직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숙련·리더십·전문성을 쌓아 커리어로 이어질 수 있는 교육·훈련·승진 구조가 설계돼 있는가.
-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가: ILO 협약 172호와 권고 179호가 제시한 최소 기준—근로시간, 휴식, 사회보장, 직업훈련—을 국내 정책과 업계 관행이 실제로 반영하고 있는가.
관광산업이 스스로를 “미래의 성장동력”이라 부르고 싶다면, 먼저 미래 세대가 일하고 싶어 하는 산업이 되어야 한다.
그 기준은 더 멋진 유니폼이나 화려한 로비가 아니라,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존중받고, 성장하며,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는가”에 있다.
본 기고를 마치며, 이렇게 묻고 싶다.
“우리에게 관광은, 여행자에게 웃음을 주는 산업인가, 아니면 그 웃음 뒤에서 누군가의 삶을 갈아 넣는 산업인가.”
답은 어느 쪽이든 이미 우리의 선택 속에서 쓰이고 있다.
이제는 ‘좋은 관광 일자리’의 기준을 다시 정하고, 그 기준에 맞게 산업을 설계해야 할 때다. 그래야만 관광의 미래를 이야기할 자격이 생긴다.
[이강일 | 관광산업 연구자·저자. 관광의 미래를 읽고, 현장의 길을 설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