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칼럼 34] 플랫폼 관광, 누구의 편의이며 누구의 권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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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인사이트

[관광칼럼 34] 플랫폼 관광, 누구의 편의이며 누구의 권력인가

관리자 2026-08-21 조회수 63


요즘 여행을 준비할 때 우리는 더 이상 ‘어디로 갈까’보다 ‘어디서 검색할까’를 먼저 떠올린다. 

숙소·항공·투어·맛집·후기까지 하나의 앱과 플랫폼에서 고르고 결제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졌다. 

관광은 이미 ‘디지털 플랫폼 산업’이 되었고, 우리는 그 편리함을 의심 없이 누리고 있다. 

그런데 이 거대한 편리함은 누구의 것일까. 그리고 그 편리함의 이면에서, 누가 무엇을 잃고 있을까.

 

[관광의 새로운 인프라, 플랫폼]

 

UNWTO와 여러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관광 사업체의 약 80%는 소규모·중소기업이다. 

이들은 팬데믹 동안 가장 큰 타격을 입었고, 동시에 디지털 전환의 역량·자원도 가장 부족한 집단이다. 

UNWTO가 2022년 ‘디지털 퓨처스(Digital Futures)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 세계 최소 100만, 나아가 200만 개의 관광 SME를 대상으로 연결성, 비즈니스 성장, 전자상거래, 빅데이터·분석, 결제·보안 등 다섯 축에서 디지털 역량을 진단하고, 교육과 멘토링, 기술 파트너십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대형 플랫폼들은 이미 관광의 ‘기본 인프라’처럼 작동하고 있다. 

숙박 공유 플랫폼 Airbnb만 보더라도 2024년 미국에서만 약 900억 달러의 경제효과를 만들고, 100만 개 이상의 일자리에 기여했으며, 250억 달러 이상의 세수를 창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에서는 2024년 기준 약 1,130억 루피의 GDP, 11만 1,000개의 일자리가 Airbnb 관련 활동에서 발생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플랫폼은 분명 관광의 회복과 지역경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플랫폼의 그림자: 의존과 불균형]

 

하지만 같은 데이터는 다른 질문도 남긴다. “이 경제적 성과가 누구에게 어떻게 분배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디지털 관광 플랫폼을 다룬 최근 연구는 다섯 가지 축을 중심으로 그 구조를 분석한다. 

시장 권력과 디지털 의존, AI 기반 자동화와 일자리, 접근성·디지털 격차, 데이터 거버넌스와 알고리즘, 지속가능성·규제라는 다섯 가지다. 연구는 플랫폼이 개인화와 효율성, 친환경 선택에 도움을 주는 동시에, 경제적 양극화·독점화·규제 공백을 강화하는 양면성을 지적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중소 숙박업체와 소규모 여행사가 플랫폼 수수료와 알고리즘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된다. 

검색 결과 상단 노출을 위해 추가 수수료를 지불하거나, 플랫폼이 제시하는 가격 정책·취소 규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시장 접근’의 문은 넓지만, 그 문턱 위에서의 협상력은 대체로 플랫폼 쪽에 기울어 있다. 

디지털 전환을 하지 못한 사업자는 시장에서 사라질 위험을, 디지털 전환을 한 사업자는 특정 플랫폼에 과도하게 종속될 위험을 동시에 안게 되는 셈이다.

 

[오버투어리즘과 주거위기, 플랫폼의 책임]

 

플랫폼 관광은 도시와 마을의 풍경까지 바꿔 놓고 있다. 

유럽 최고행정법원연합(ACA-Europe)이 2025년 정리한 ‘오버투어리즘 일반보고서’를 보면, 각국이 단기임대 플랫폼 확산에 대응해 서로 다른 규제를 도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빈은 주거지역에서 허가 없는 단기 상업용 임대를 금지하고 있고, 프랑스는 2024년 주거 위기와 과도한 관광 개발에 대응해 단기임대 일수 제한, 등록 의무, 세제 조정 등을 포함한 새로운 규제를 도입했다. 

슬로베니아는 숙박법 개정을 통해 아파트 단기임대를 연 30일로 제한하되, 지자체가 허용하는 경우에만 더 길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논의 중이다. 

스코틀랜드는 별도의 단기임대 라이선스 제도를 도입했다.

 

이러한 규제는 단지 주택 가격과 임대료 상승 때문만은 아니다. 

좁은 골목과 오래된 마을에 단기 체류 관광객이 과도하게 몰리면서, 주민의 생활환경 악화, 쓰레기·소음·안전 문제, 지역 상권의 재편(생활 상점 → 관광 기념품·카페) 같은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EU가 2026년 ‘그린 투어리즘 플랜’을 발표하며 오버투어리즘 대응과 디지털 기술·기술역량 강화를 동시에 핵심 목표로 내세운 것도, 플랫폼 기반 관광이 도시환경과 주민 삶에 미치는 복합적 영향을 인식한 결과다.

 

[디지털 전환, 누구를 위한 혁신인가]

 

UNWTO는 여러 차례 “중소 관광기업과 관광 인재가 미래 관광의 진짜 변혁자”라고 강조해 왔다.

2022년 마라케시에서 채택된 ‘SMEs 디지털화 행동촉구(Marrakesh Call to Action)’는 각 회원국이 중소 관광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인력·교육·투자 지원을 강화할 것을 요청한다. 

모로코 정부는 첫 번째 ‘디지털 퓨처스 서약(Digital Futures Pledge)’ 국가가 되어 1만 개의 자국 관광 SME에 디지털 진단 도구와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글로벌 차원의 전략과는 별개로, 현장에서 “디지털 전환은 곧 플랫폼 입점”으로 축소되는 경우도 많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디지털 전환은 ‘어디에 입점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역량을 내재화했느냐’의 문제여야 한다. 

데이터 분석, 온라인 마케팅, 전자결제, 고객 관리, 지속가능성 지표 관리 같은 역량을 지역·기업 내부에 쌓지 못하면, 결국 플랫폼이 가진 도구와 데이터에 영원히 의존하게 되기 때문이다.

 

UNWTO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 역량 진단에 참여한 관광 SME의 절반은 연간 디지털 전략에 5,000달러 미만을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많은 기업이 여전히 최소한의 온라인 존재감만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고, 데이터 기반 경영이나 자체 플랫폼·직접판매 역량은 충분히 갖추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플랫폼, 규칙, 그리고 노동]

 

플랫폼 관광의 또 다른 이면은 노동이다. 

플랫폼은 숙박공유 호스트, 배달·이동 서비스 제공자, 플랫폼 기반 가이드와 프리랜서 관광노동자를 대거 등장시켰다. 연구는 AI 기반 자동화와 디지털 플랫폼이 관광 노동의 구조를 바꾸면서, 한편으로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정 고용, 낮은 사회보장, 성별·지역 간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규칙이다. 플랫폼 노동자의 지위와 권리, 세금과 사회보험, 알고리즘의 공정성, 데이터·후기 시스템의 투명성을 둘러싼 규범과 제도가 따라오지 않으면, 플랫폼은 “관광을 더 민주적인 산업으로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불안정과 불평등을 중개하는 새로운 계약서”가 될 위험이 있다. 

관광 정책이 더 이상 호텔·여행사·항공사만을 상대로 설계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본 기고에서 던지고 싶은 질문은 단순하다. “플랫폼이 없는 관광은 상상하기 어렵게 되었지만, 플랫폼에 전부를 맡기는 관광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디지털 관광 플랫폼은 분명 많은 것을 가능하게 했다. 

작은 마을 숙소에 세계 각지의 손님을 연결하고, 여행자의 선택지를 넓히고, 지역경제에 새로운 소득원을 만들었다. 

동시에, 주거위기와 오버투어리즘, 플랫폼 의존과 노동 불안정, 데이터 독점과 시장 집중이라는 새로운 숙제를 안겨 주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플랫폼 찬반”의 이분법이 아니다. 

플랫폼을 ‘새로운 공공 인프라’처럼 다루는 규칙과 감시, 그리고 플랫폼 바깥에서도 버틸 수 있는 지역과 기업의 역량이다. 구체적으로는 이런 질문들에 답해 가는 과정일 것이다.

 

- 우리 도시는 단기임대·플랫폼 관광에 대해 어떤 기준과 한계를 두고 있는가.

- 지역의 중소 관광기업이 특정 플랫폼에 과도하게 종속되지 않도록, 어떤 디지털 역량과 자원을 지원하고 있는가.

- 플랫폼이 만들어낸 이익이 지역사회·노동·환경에 공정하게 분배되도록, 어떤 규칙과 과세·투자 구조를 설계하고 있는가.

 

관광의 미래는 더 이상 “어디에 올릴 것인가(Which platform)”가 아니라, “어떤 규칙과 관계 속에서 연결할 것인가(Which rules & relations)”에 달려 있다. 플랫폼은 도구다. 

그 도구가 누구의 편에 서느냐는, 결국 우리의 선택과 설계에 달려 있다.

 

지금, 당신이 사는 도시와 당신이 몸담은 조직은 이 질문에 어떤 답을 준비하고 있는가.

 

 

[이강일 | 관광산업 연구자·저자. 관광의 미래를 읽고, 현장의 길을 설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