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칼럼 33] 기후위기 시대, 관광은 어디까지 줄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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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인사이트

[관광칼럼 33] 기후위기 시대, 관광은 어디까지 줄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관리자 2026-08-20 조회수 58


관광은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지금의 관광은 지구를 가장 빠르게 데우는 산업 중 하나다. 

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지금, 관광은 “어떻게 더 많이 올까”만이 아니라 “얼마나 덜 날아다닐 것인가”를 스스로 묻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서 있다.

 

[관광과 항공이 남기는 탄소 발자국]

 

연구에 따르면 관광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5~8%를 차지하며, 이 비중은 2009~2013년 사이에 이전 추정보다 4배나 큰 4.5GtCO2e까지 치솟은 것으로 추산된다. 

2019년 여행·관광 부문은 전 세계 배출의 7.8%(3.94GtCO2e)를 차지했으며, 팬데믹 이후 회복 국면인 2023년에도 6.5%(3.41GtCO2e)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항공이다. 

한 분석에 따르면 항공은 관광 전체 온실가스의 약 40%, 국제 관광 배출의 최소 60%를 차지하며, 관광 교통수단 중 26%의 여행 비중으로 75%의 교통 배출을 만든다. 

다른 연구들은 관광 관련 교통(항공·육상)을 합치면 전 세계 연간 CO2 배출의 약 10%를 차지한다고 본다. 

숫자를 조금 다르게 잡더라도, 공통된 결론은 분명하다. 관광 탄소 문제의 핵심은 비행기라는 점이다.

 

[“넷제로 관광”의 시간표와 그 무게]

 

2021년,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와 주요 이해관계자들은 ‘글래스고 선언(Glasgow Declaration on Climate Action in Tourism)’을 통해 2030년까지 배출량 절반 감축, 2050년 이전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재확인했다. 

선언에 서명한 조직들은 12개월 내 기후행동계획을 수립하고, 측정–감축–재생–협력–재원이라는 다섯 경로에 맞춰 매년 공개적으로 진척을 보고하기로 약속했다.

 

기후과학이 제시하는 시간표는 더 촉박하다. 

UNFCCC와 관련 연구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이 2025년 이전 정점을 찍고,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어야 하며, 2050년경 ‘기후 중립’에 도달해야 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산업이 이미 감축 궤도에 들어선 반면, 관광 특히 항공은 팬데믹 이전까지 거의 직선에 가까운 성장 곡선을 그려 왔다는 점이다.

 

한 연구는 “현 추세대로라면 2050년쯤에는 항공과 관광 배출이 전 세계가 1.5~2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탄소예산의 상당 부분, 심지어 전체를 잠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른 시나리오 분석은 항공배출이 2050년까지 4배 이상 늘어나면, 여행·관광 배출의 53%와 전 세계 배출의 3%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 전망한다.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불편한 진실]

 

항공·관광 산업은 물론 움직이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50년까지 2005년 대비 순배출량 50% 감축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2050년 국제항공 넷제로 달성을 각각 장기 목표로 설정했다. 

세계여행관광협의회(WTTC) 역시 2030년까지 배출을 최소 절반으로 줄이고, 가능한 한 빨리 2050년 이전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로드맵을 내놓았다.

 

핵심 수단으로 거론되는 것은 ‘지속가능항공연료(SAF)’다. 

WTTC는 SAF가 단기적으로 항공부문 배출을 줄일 가장 유력한 수단이라고 보지만, 100년 넘게 화석 연료에 의존해 온 항공 산업 전체를 새로운 연료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규모와 투자, 공급 인프라를 “막대한 도전”이라고 평가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시나리오에서는 SAF와 합성연료·첨단 바이오연료 비중이 2040년 50%, 2050년 80%까지 올라가야 항공 배출을 2019년 대비 80% 가까이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또 다른 글로벌 연구는 넷제로 관광을 향한 “아주 좁은 경로(narrow pathway)”만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2050년까지 e-연료 100% 혼합 의무화, 수소·전기 기반 항공기와 고속철도에 대한 수조 달러 규모의 투자,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 그리고 항공 성장 자체를 제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요약하면 이렇다. 기술만으로는 부족하고, 수요 관리 없이는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덜 멀리, 더 오래, 더 적게: 수요 관리의 시대]

 

관광배출 시나리오를 분석한 여러 연구는 공통적으로 “수요 관리(demand management)”가 핵심이라고 말한다. 

한 보고서는 순배출 제로에 가까운 항공을 위해서는 2050년까지 장거리 비행 수를 2019년 수준으로 동결하고, 전체 여행 중 단거리·중거리 비중을 2019년 69%에서 2050년 81%까지 늘려야 한다고 제시한다. 

또 다른 연구는 소수의 ‘초빈번 비행자(very frequent fliers)’가 전체 항공배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므로, 장거리·고빈도 비행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쉽게 말해, “모두가 비슷하게 조금씩 줄이는 것”이 아니라, “자주·멀리·많이 날아다니는 소수가 크게 줄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스웨덴에서 시작된 ‘비행수치(flight shame)’ 논쟁처럼, 장거리 항공 대신 철도·버스·근거리 여행을 택하고, 출장·단기 관광을 줄이자는 움직임이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된 것도 이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본 기고에서 제가 제안하고 싶은 세 단어는 이것이다.

 

- 덜 멀리: 같은 횟수를 날아도, 평균 비행거리와 환승 횟수를 줄이기.

- 더 오래: 한 번 가면 더 오래 머물며 여러 목적을 묶는 ‘느린 여행’으로 전환하기.

- 더 적게: 특히 고소득·고빈도 여행자는 장거리 여행 횟수 자체를 줄이기.

 

이 세 가지는 개인의 선택이자, 동시에 정책·산업·도시 설계가 함께 만들어야 할 ‘선택 구조(choice architecture)’이기도 하다.

 

[책임은 누구에게, 그리고 어떻게 나눌 것인가]

 

기후위기와 관광을 이야기할 때 흔히 생기는 두 가지 극단이 있다. 

“관광은 전 세계 배출의 몇 퍼센트 안 된다, 다른 산업부터 줄여야 한다”는 태도와, “여행을 그만두면 된다”는 비현실적 엄격함이다. 

하지만 숫자를 들여다보면 관광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2013년 기준 관광발 배출은 약 8%로 추산되며, 2019년 기준 여행·관광 배출은 3.94GtCO2e, 전체의 7.8%였다. 무엇보다 이 배출의 상당 부분은 세계 인구 중 상대적으로 부유하고 이동성이 높은 소수가 만들어낸 것이다.

 

책임을 나누는 방법은 대략 네 층위로 나눠 볼 수 있다.

 

- 정부와 국제기구: 항공·관광 배출 상한 설정, 장거리 비행 억제, 고속철도·대체 교통에 대한 - 대규모 투자, SAF 생산·보급 지원, 탄소세·빈도 기반 과금 등 구조를 바꾸는 규칙을 만든다.

- 산업과 기업: 넷제로 로드맵 수립, 배출 측정·공개, 항공·숙박·크루즈의 탈탄소 투자, 기후리스크를 고려한 상품 재설계, “기후 책임을 반영한 가격” 도입 등을 수행한다.

- 도시와 목적지: 장거리 유입만을 쫓는 전략에서 벗어나, 국내·인근국·장기체류·철도 기반 관광을 강화하고, 기후회복력(resilience)을 고려한 관광 인프라를 만든다.

- 여행자 개인: 여행 횟수·거리·교통수단을 다시 설계하고, 기후 영향 정보를 확인하며, 탄소집약도가 낮은 상품을 선택하고, 필요하다면 “덜 가는 용기”를 내는 주체가 된다.

 

관광은 본질적으로 “특권의 산업”이다.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사람이 세계 인구의 일부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관광의 탄소 감축은 결국 특권을 가진 이들이 먼저 감속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관광의 미래는 “얼마나 멀리”가 아니라 “어떻게 도착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후위기 시대의 관광은 더 이상 예전처럼 “어디까지 가 봤는가”로만 자랑할 수 없다. 

“어떻게 도착했고, 무엇을 남기고 왔는가”를 함께 말해야 한다. 

비행기를 타지 않는 여행이 늘어나고, 한 나라·한 대륙 안에서의 느린 이동이 새로운 매력으로 재발견되며, 장거리 여행은 더 드물고 신중한 선택이 되는 미래를 상상해 볼 필요가 있다.

 

본 기고를 마치며, 저는 독자와 함께 이런 질문을 나누고 싶다.

 

- 앞으로 10년 동안, 나는 몇 번의 장거리 비행을 줄일 수 있을까.

- 가까이에 있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곳들을, 얼마나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을까.

- 내가 택한 한 번의 여행이, 누군가의 일상과 이 도시의 기후미래에 어떤 영향을 남길까.

 

관광은 세상을 넓혀 준다. 이제는 그 넓어진 시야로, 우리가 딛고 있는 이 행성의 한계를 함께 봐야 한다. 여행을 멈추자는 것이 아니다. 

어떤 여행을, 얼마나, 누구의 몫으로 할 것인지를 다시 설계하자는 제안이다. 

그것이 기후위기 시대, 관광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최소한의 질문일 것이다.

 

 

[이강일 | 관광산업 연구자·저자. 관광의 미래를 읽고, 현장의 길을 설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