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칼럼 31] K-컬처 관광, 파도만 믿고 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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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인사이트

[관광칼럼 31] K-컬처 관광, 파도만 믿고 갈 수는 없다

관리자 2026-08-18 조회수 59


2024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약 1,637만 명이다. 

팬데믹 이전 역대 최대치였던 2019년의 94% 수준까지 회복했고, 전년 대비로는 48% 이상 늘어났다. 

2025년 정부는 목표치를 1,850만 명으로 더 끌어올렸고, 일부 연구기관은 2,000만 명 돌파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점쳤다. 

수치만 놓고 보면 한국 관광은 다시 전성기를 향해 질주하는 듯하다. 

그 중심에는 K-팝, K-드라마, K-푸드로 대표되는 K-컬처가 있다.

 

여행 이유를 물어보면 답은 더 분명해진다. 

2023년 기준 외래관광객의 72.5%가 “K-팝 또는 한국 드라마가 한국 방문 결정에 영향을 주었다”고 응답했고, 32.1%는 “한류 콘텐츠를 경험한 뒤 한국에 오게 되었다”고 답했다. 

특히 30세 이하 젊은 방문객 가운데 3분의 1 정도는 K-콘서트, 팬미팅, 촬영지 방문, K-뷰티·K-푸드 체험을 ‘주요 목적’으로 꼽는다. 

한국관광공사 조사에서 2023년 기준 전 세계 한류 팬클럽 회원 수는 1억 2,250만 명, 다른 연구에서는 119개국 2억 2,500만 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K-컬처는 더 이상 ‘관광을 돕는 조연’이 아니라, 한국 관광 수요를 직접 만들어 내는 주연이 되었다.

 

K-컬처의 파급력은 관광을 넘어 경제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2024년 한 해 K-콘텐츠 수출은 약 149억 달러로 집계되었고, 2025년 기준 K-팝 산업의 직·간접 경제효과는 연간 15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는 연구도 나온다. 

2024년 외래객 1,637만 명이 남기고 간 관광수입은 164억 5,000만 달러 수준이지만, 2025년에는 272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정부 발표도 이어졌다. 

제조업 성장 둔화 속에서 한국이 문화·관광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단순 레토릭이 아니다. 

이미 수치는 그 방향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숫자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파도 뒤에 숨은 과제도 함께 보인다. 

2024년 1~4월 방한 외래객의 1인당 평균 지출은 1,063달러로, 2019년(1,286달러)보다 낮아졌고 2023년(1,858달러)에 비해서는 40%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평균 체류일수도 8.4일에서 6.5일로 1.9일 감소했다. 

다른 분석에서는 2024년 상반기 외래객 1인당 지출이 1,002달러로, 2019년 대비 18.3% 감소했다는 결과도 제시된다. 

쉽게 말해, 사람은 많이 오는데 예전만큼 오래 머물지도, 많이 쓰지도 않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류의 영향력은 방문객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2024년 상반기 기준 미국·대만·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은 이미 팬데믹 이전 수준을 완전히 넘어섰지만, 중국·일본은 여전히 80%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통적인 대형 시장 회복은 더디지만, K-컬처 팬덤을 중심으로 한 ‘원거리·고부가 신흥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이다. 

이런 변화는 분명 기회지만, 동시에 위험이기도 하다. 

수요가 특정 연령·취향·콘텐츠에 과도하게 의존할수록, 한류의 인기가 꺾이거나 문화 코드가 바뀌었을 때 관광 수요도 함께 출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파워 측면에서 보면 K-컬처의 성취는 분명하다. 

BTS·블랙핑크로 대표되는 K-팝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로 유통되는 K-드라마, 유튜브·틱톡을 타고 확산되는 K-푸드·K-뷰티는 한국에 대한 인식을 “작고 먼 나라”에서 “가보고 싶은 문화강국”으로 바꾸어 놓았다. 

여러 연구는 한류가 한국의 국가이미지와 호감도, 한국어 학습 수요, 유학·취업 의향, 외교적 협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다. 

한국이 ‘문화 외교의 모범 사례’로 언급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관광의 관점에서 한류를 바라보면, 질문은 조금 달라진다. 

한류는 한국으로 향하는 수요를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한국은 그 수요를 어떻게 맞이하고, 어떤 경험으로 이어가고 있는가.

 

최근 여러 분석은 “한류가 만든 파도 위에서, 한국관광은 여전히 짧고 가벼운 소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공연·굿즈·기념사진·일회성 체험 중심의 소비는 강력한 유입 효과를 가지지만, 지역으로의 확산과 장기 체류,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는 아직 약하다. 

서울·부산·제주에 인파가 몰리는 동안, 지방의 많은 도시들은 여전히 한류 파도의 바깥에서 조용히 서 있는 모습이다.

 

본 기고에서 묻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K-컬처 관광의 다음 문장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첫째, 동기에서 여정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한류가 관광 동기가 된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확인해 왔다. 

이제는 그 다음 문장을 써야 한다. 공항에 내린 뒤, 공연장·촬영지·쇼핑몰을 지나, 어느 골목과 어느 마을, 어느 바다와 어느 산으로 이어질 것인가. 

한류를 시작점으로 삼되, 여행의 결말은 더 넓은 한국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맺어지도록 설계해야 한다.

 

둘째, 콘텐츠에서 생활로의 확장이 필요하다.

지금의 K-컬처 관광은 대체로 ‘콘텐츠 소비’ 중심이다. 

공연을 보고, 촬영지를 방문하고, 굿즈를 사고, 뷰티·푸드를 체험하는 것. 여기에 한국의 생활문화, 일상, 지역 공동체의 서사를 더해야 한다. 

예를 들어, K-푸드를 단순 메뉴 체험이 아니라 식재료·시장·농촌·어촌과 연결하고, K-팝 팬덤 문화를 로컬 청년·아티스트·공간과 엮어 “서로의 일상에 스며드는 경험”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셋째, 수량에서 질로의 재정렬이 필요하다.

1,600만 명, 1,800만 명, 2,000만 명이라는 목표는 분명 중요한 지표다. 

하지만 평균 체류일수와 1인당 지출, 지역 분산도, 재방문율, 주민 수용도 같은 질적 지표 없이는 오래가지 못한다. 

특히 한류 중심 젊은 방문객이 ‘짧게 와서 많이 쓰는’ 구조에 머무르면, 도시 과밀·쓰레기·소음·주거비 상승 같은 부작용도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파도의 크기만이 아니라, 파도가 해안에 남기는 흔적까지 함께 봐야 한다.

 

넷째, 정책에서 산업까지의 일관된 전략이 필요하다.

K-컬처는 어느 날 우연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여러 정권을 거치며 문화산업을 전략산업으로 보고 투자와 제도를 만들어 온 결과다. 

관광도 마찬가지다. 한류를 단순 홍보 소재로 쓰는 것을 넘어, 항공·철도·도시계획·지역개발·교육·노동 정책과 함께 보지 않으면, K-컬처 관광은 불규칙한 파도에 머물 것이다. 

인바운드 2,000만 명 시대를 넘어, “K-컬처와 함께 오래 머무르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면, 지금이 바로 설계도를 바꿀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한류를 “한국의 이야기”가 아니라 “함께 쓰는 이야기”로 볼 필요가 있다.

세계 곳곳에서 자라난 K-팝 팬덤과 드라마 팬들, 한국어 학습자와 디아스포라 커뮤니티는 이제 K-컬처의 소비자가 아니라 공동 저자에 가깝다. 

이들이 한국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돌아가는지가, 다음 세대의 K-컬처와 한국관광을 결정할 것이다.

 

관광은 늘 다음 페이지를 기대하게 만드는 산업이다. 

K-컬처 덕분에 한국은 세계인의 여행 목록에 확실히 이름을 올렸다. 

이제 남은 질문은 이것이다. “한 번 읽고 덮는 책으로 남을 것인가, 여러 번 다시 꺼내 읽는 이야기로 남을 것인가.”

본 기고의 답은 분명하다. 파도는 이미 왔다. 

이제는 그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서, 어떤 해안을 남길지 우리가 결정해야 한다.

 

 

[이강일 | 관광산업 연구자·저자. 관광의 미래를 읽고, 현장의 길을 설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