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칼럼 28] 관광을 줄이는 대신 다시 설계한다는 것: 오버투어리즘 이후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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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인사이트

[관광칼럼 28] 관광을 줄이는 대신 다시 설계한다는 것: 오버투어리즘 이후의 과제

관리자 2026-08-13 조회수 50


몇 해 전부터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이라는 단어가 도시 이름 앞에 따라붙기 시작했다. 

관광이 도시를 살린다고 믿던 시기에서, 관광 때문에 도시가 더 이상 살기 어려워졌다고 말하는 시기로의 전환이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는 오버투어리즘을 “관광이 어느 지역, 혹은 그 일부에 미치는 영향이 주민의 삶의 질과 방문객 경험의 질을 과도하게 떨어뜨리는 상태”로 정의한다. 

더 이상 “많이 오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닌 시대,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관광을 줄일 것인가, 아니면 다시 설계할 것인가.

 

UNWTO가 유럽 8개 도시(암스테르담, 바르셀로나, 베를린, 코펜하겐, 리스본, 뮌헨, 잘츠부르크, 탈린)를 분석해 제시한 보고서를 보면, 대도시들이 이미 ‘다시 설계’에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이 보고서는 도시 관광을 관리하기 위한 11개 전략과 68개 세부 조치를 제안하는데, 핵심은 단순하다. “쏠림을 줄이고, 한계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도시 안과 주변으로 관광객을 분산시키고, 성수기·피크타임을 조정하며, 새로운 루트와 명소를 발굴하고, 규제를 손보고, 인프라를 개선하는 등 전방위적 수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세계 여러 도시가 취하고 있는 조치를 살펴보면 이 메시지가 구체적인 풍경으로 바뀐다. 

베네치아는 역사적 중심부로의 무분별한 유입을 막기 위해 세계 최초로 ‘일부 구역 입장료’ 제도를 도입했고, 크루즈선의 도심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암스테르담은 더 이상 신규 호텔 건립을 허용하지 않고, 도심 크루즈선 입항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후지산이 보이는 특정 포토 스폿에 물리적 가림막을 설치하고, 교토 기온 지역에서는 게이샤 촬영 금지와 골목 출입 제한 같은 조치를 도입했다. 

미국 일부 국립공원은 인기 공원 11곳에 외국인 방문객 1인당 100달러의 추가 입장료를 부과하는 제도를 2026년에 도입하며, 이용 총량과 재원 확보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한편, 관광이 도시를 비워내는 방식도 문제로 떠올랐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플랫폼을 통한 단기임대는 주거 공급을 줄이고 가격을 올려, 장기 거주민을 밀어내는 관광 젠트리피케이션을 촉발한다는 연구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스톡홀름을 대상으로 한 실증 분석에서는, 플랫폼에 등록된 전체 주택형(Entire home) 숙소 1건이 평균 약 0.15개의 장기 거주 주택을 시장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결과도 보고되었다. 

멕시코시티는 이런 흐름을 제어하기 위해 단기임대를 연 180일로 제한하고, 공공임대주택을 관광용으로 활용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관광 수요가 도시의 주거 구조를 바꾸기 전에, 선을 긋겠다는 선언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조치들이 “관광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세계경제포럼과 여러 정책 보고서를 보면, 각 도시는 여전히 관광을 중요한 경제 기반으로 인정하지만, 동시에 “모든 계절, 모든 시간, 모든 장소에서 무제한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선을 분명히 긋고 있다. 

일본 정부의 ‘오버투어리즘 종합대책’도 마찬가지다. 

지역 주민과의 협력,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목적지 관리, 혼잡·매너 문제 대응, 지역분산과 새로운 모델 지역 육성을 네 축으로 삼아, “관광객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흐름과 행동을 바꾸겠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흐름을 정리해 보면, 오버투어리즘에 대응하는 도시와 목적지는 대체로 네 가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첫째, 공간의 재배치다.

도시 안에서 덜 알려진 동네와 주변 지역으로 관광 루트를 옮기고, 새로운 ‘숨은 명소’를 발굴해 홍보한다. 

교토가 도심 혼잡을 줄이기 위해 ‘히든 젬’ 6개 지역을 집중 홍보하고, 코펜하겐이 관광객을 골목 청소·카약 쓰레기 수거에 참여시키는 ‘CopenPay’ 프로그램으로 도심 체류 방식을 바꾸려는 시도는 공간과 행동을 동시에 설계하는 예다.

 

둘째, 시간의 재배치다.

예약제·시간대 지정제·성수기 가격차·오프시즌 이벤트 등을 통해 특정 시점의 과밀을 줄이고, 연중 수요를 나누는 전략이다. 

인기 자연공원에 하루 입장 인원 상한을 두거나, 특정 골목·행사에 시간당 방문 제한을 두는 조치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중요한 것은 “줄 서는 사람의 수”가 아니라 “한꺼번에 몰리는 순간”을 관리하는 것이다.

 

셋째, 규제의 재설계다.

에어비앤비와 호텔, 크루즈선과 대형버스, 기념품 상점과 투어 가이드에 이르는 다양한 주체를 대상으로 허가·과세·이용한도·출입제한을 다시 짜는 일이다. 

이는 특정 업종을 겨냥한 탄압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하나의 그릇으로 보고 ‘수용력(carrying capacity)’을 관리하겠다는 시도다.

 

넷째, 관계의 재구성이다.

UNWTO 보고서는 주민 인식 조사와 참여를 오버투어리즘 대응 전략의 필수 요소로 강조하며, 지역 거버넌스와 소통 구조 없이는 어떤 정책도 오래 가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종합대책 역시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목적지 관리”와 함께 “지역 주민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관광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고에서 나누고 싶은 생각은, 오버투어리즘이 단순히 “너무 많이 온다”는 하소연이 아니라, “관광의 설계도를 다시 그리라”는 경고라는 점이다.

 

관광을 줄이는 것은 쉽다. 

비자를 제한하고, 입장료를 올리고, 접근을 막으면 된다. 

그러나 관광을 다시 설계하는 일은 복잡하다. 

누가, 언제, 어디에, 어떻게 머물고 움직일지를 공간·시간·규제·관계라는 네 축 위에서 함께 조정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질문도 바뀌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오게 할까”에서 “어떻게 하면 이곳에서 더 잘 살고 잘 머물 수 있을까”로.

 

오버투어리즘 이후의 시대에 관광은 더 이상 도시의 ‘보너스 소득’이 아니다. 

도시의 삶과 구조를 바꾸는 거대한 힘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물어야 한다. 당신의 도시에서, 관광은 어디까지를 허용하고 어디부터를 거절할 것인가. 

 

관광객 수의 목표보다, 삶의 질의 목표를 먼저 적어 넣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우리가 지금 그려 넣는 이 한 줄의 선이, 앞으로의 관광지도를 바꿀 것이다.

 

 

[이강일 | 관광산업 연구자·저자. 관광의 미래를 읽고, 현장의 길을 설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