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칼럼 27] AI가 바꾸는 관광,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지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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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인사이트

[관광칼럼 27] AI가 바꾸는 관광,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지워야 할까

관리자 2026-08-12 조회수 40


인공지능은 어느새 관광산업의 거의 모든 문장에 끼어들고 있다. 

여행 전에는 AI 여행비서가 일정을 짜 주고, 여행 중에는 챗봇이 실시간으로 길과 식당을 추천하며, 여행 후에는 AI가 후기를 분석해 다음 상품 기획에 반영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미래 예측처럼 들리던 장면들이, 이제는 여러 OTA와 항공사·호텔의 일상 업무가 되었다.

 

관광 현장에서 AI의 쓰임새를 정리한 최근 체계적 문헌 리뷰를 보면, 가장 널리 쓰이는 기술은 자연어처리(NLP)와 딥러닝 기반 신경망이며, 고객 응대 챗봇·수요 예측·가격 최적화·이미지 인식·추천 시스템이 핵심 응용 분야로 떠오른다. 

호텔·여행사는 AI 챗봇을 통해 24시간 다국어 문의 응대를 하고, 얼굴인식과 키오스크로 체크인을 자동화하며, 예측 알고리즘으로 객실·항공 좌석 수요를 예측해 실시간 가격 조정을 한다. 

여행사는 AI로 예약 이메일을 읽어 자동으로 견적과 바우처를 만들고, 수요가 적은 상품은 미리 감축해 인력과 자원을 조정한다.

 

관광 마케팅과 DMO(관광기구) 영역에서도 변화는 빠르다. 유럽관광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여러 국가 관광청이 이미 생성형 AI를 활용해 캠페인 아이디어 발상, 콘텐츠 초안 작성, 설문 요약, 프레젠테이션 지원, 트렌드 탐지에 활용하고 있다. 

프랑스 관광청의 AI 챗봇 ‘MarIAnne’처럼 웹사이트에서 이용자 관심사에 맞는 여행지를 자동 추천해 주는 사례도 등장했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관광 목적지 마케터의 60% 이상이 AI를 콘텐츠 제작에, 일부는 데이터 분석·챗봇·타깃팅에 활용하고 있다는 결과도 보고된다.

 

여행객 쪽에서도 AI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독일·미국 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AI 여행도우미를 사용해 여행 영감을 얻거나, 일정을 짜거나, 가격을 비교해 본 비율이 어느 나라에서는 이미 30%를 넘어섰다. 

다른 조사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여행자의 약 60%가 AI 도구를 활용해 여행을 조사·예약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AI를 쓰는 가장 큰 이유는 간단하다. 

예약에 쓰는 시간을 줄이고, 더 좋은 가격을 찾고, 믿을 만한 정보를 빠르게 얻기 위해서다.

이쯤 되면 질문은 바뀐다. 

“AI를 쓸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AI를 어디까지, 무엇을 위해 쓸 것인가”다.

AI가 잘하는 일은 분명하다.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한 작업, 예를 들어 FAQ 응답, 예약·취소 처리, 다국어 번역, 문서·견적·바우처 자동 생성, 가격 모니터링, 수요 예측 등은 AI가 사람보다 빠르고 실수도 적게 처리할 수 있다. 

챗봇 기반 추천 시스템은 여행자의 선호·예산·시간을 분석해 맞춤형 일정과 동선을 제안하고, 도시 전체의 이동·소비 데이터를 분석해 혼잡도를 예측하고 분산을 유도하는 ‘군중관리(crowd management)’ 도구로도 쓰인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전제가 있다. 

관광은 결국 사람의 경험과 관계를 다루는 산업이라는 사실이다.

OECD와 G7이 함께 정리한 AI·관광 정책 보고서는, 관광에서 AI를 활용할 때 세 가지를 특별히 주의하라고 강조한다. 

첫째, 개인화 서비스 확산 속에서 데이터 보호와 소비자 보호를 강화할 것, 

둘째, 운영 효율화를 위한 자동화가 일자리와 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종사자 재교육과 보호 장치를 마련할 것, 

셋째, 특히 중소 관광사업자가 급변하는 AI 기술·규제 환경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지원할 것. AI는 혁신의 도구이지만, 동시에 불평등과 위험을 증폭시킬 수도 있다는 경고다.

 

최근 여러 보고서를 보면, 관광산업에서 AI의 영향은 네 영역으로 요약된다. 

고객 경험, 운영·데이터 인프라, 인적자원, 유통·채널 관리. 이 네 영역의 공통 목표는 결국 “평판(reputation)”이다.

AI를 잘 활용하는 곳은 응답 속도가 빨라지고, 서비스 품질이 고르게 유지되고, 개인화 추천이 정교해져 고객 평가와 온라인 리뷰가 좋아진다. 

반대로, AI 챗봇이 엉뚱한 답을 하거나, 자동 번역이 오해를 낳거나, 과도한 자동응답이 “기계에 떠밀리는 경험”을 만들면, 평판은 순식간에 추락한다. 

관광에서 AI의 성패는 결국 “기술의 성능”보다 “경험의 품질”에서 갈린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AI를 “사람을 없애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더 사람다운 일을 하게 해 주는 기술”로 쓸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예약·견적·FAQ·단순 문의 처리처럼 예측 가능한 일은 AI에게 맡기고, 사람은 여전히 관계 맺기·클레임 조정·복합 일정 설계·현장 운영·로컬 스토리텔링처럼 ‘사람이어서 할 수 있는 일’에 시간을 더 쓰게 만드는 구조. 이것이 AI가 관광에서 진짜 가치를 가지는 지점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관광 사업자와 목적지가 AI를 도입할 때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네 가지다.

 

1. 어떤 문제를 풀고 싶은가?

단순히 ‘AI가 뜬다니까’가 아니라, 지금 우리 조직에서 가장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일, 오류가 잦은 일, 사람이 하기에는 반복적인 일을 먼저 찾는 것이 출발점이다.

 

2.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

고객이 우리를 기억하는 이유는 속도가 아니라 태도, 이야기, 현장의 온도일 때가 많다. 이 지점을 AI가 잠식하지 않도록, “이 경험만큼은 반드시 사람이” 담당할 영역을 미리 정해 두어야 한다.

 

3. 데이터와 윤리의 기준은 무엇인가?

어떤 데이터를 수집·저장·활용할 것인지, 고객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지, 편향·차별·오남용을 막기 위해 내부 기준과 절차를 어떻게 둘 것인지에 대한 원칙이 필요하다.

 

4. 사람을 어떻게 함께 키울 것인가?

AI가 도입되면, 기존 인력의 역할은 바뀔 수밖에 없다. 누구에게 어떤 교육을 제공하고, 어떤 새로운 역할(예: AI 보조자 관리, 데이터 해석자, 하이브리드 컨시어지)을 만들지 계획해야 한다.

 

 

관광은 기술의 산업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사람과 장소를 더 깊이 연결하는 산업이다. 

AI는 이 연결을 더 빠르고, 더 넓게, 때로는 더 정교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하지만 그 연결의 방향과 깊이를 정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그래서 관광과 AI를 이야기할 때,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AI가 여행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다만, 우리가 더 잘 떠나고 더 잘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다.”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그 도움의 방향을 정하는 일이 여전히 우리 손에 있다는 사실이다.

 

 

[이강일 | 관광산업 연구자·저자. 관광의 미래를 읽고, 현장의 길을 설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