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광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산업인 동시에, 지구의 온도를 올리는 산업이기도 하다.
비행기 한 번, 크루즈 한 번, 장거리 여행 한 번이 남기는 탄소의 흔적은 이제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운 현실이 되었다.
전 세계가 2050년 넷제로를 향해 가야 한다는 합의 속에서, 관광 역시 “성장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기후를 지킬 것인가”라는 이분법적 질문을 피할 수 없게 된 듯 보인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진짜 질문은 이분법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의 이동과 지구의 한계를 함께 고려하는 관광을 설계할 것인가”에 가깝다.
세계여행관광협의회(WTTC)는 2021년 COP26에서 여행·관광 부문 전체를 대상으로 한 첫 번째 넷제로 로드맵을 발표한 데 이어, 2024년 두 번째 판을 내놓으며 2050년까지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이행 경로를 제시했다.
이 로드맵은 2030년까지 전 세계 여행·관광 배출량을 최소 50% 감축하고, 가능한 한 2050년 이전에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글래스고 선언의 약속을 전제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업종별로 감축이 쉬운 부문·중간 수준·어려운 부문으로 나누어, 단기(2020~2030)·중기(2030~2040)·장기(2040~2050) 세 구간에 걸친 감축 목표 ‘코리더(corridor)’를 제안한다.
말하자면 “모두가 한 번에 다 할 수는 없지만,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빨리·깊게 줄이는 경로를 찾아 움직이자”는 초대장이다.
관광의 탄소 발자국을 과학적으로 들여다본 연구들도 비슷한 경고를 내놓는다.
2024년 「Journal of Sustainable Tourism」에 실린 한 시스템 다이내믹스 연구는,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관광 부문의 배출은 다른 산업과 달리 계속 증가해 전 세계 남은 탄소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위험할 정도로 커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 연구는 항공·숙박·교통·활동 등을 모두 포함한 시나리오를 통해, 관광이 2050년 넷제로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전례 없는 수준의 연료 전환(e-fuel·SAF), 수소·전기 기반 항공과 고속철도 인프라 투자, 탄소 가격과 행동 변화가 동시에 요구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 “조금 줄이는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구조 자체를 다시 짜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해서 관광이 무조건 ‘멈춰야 할 산업’이라는 뜻은 아니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는 2022년과 2023년 연속 보고서를 통해, 관광 부문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먼저 해야 할 일로 “측정(measurement)”을 제시했다.
숙박·여행사·목적지 단위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어떻게 계량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과 도구들을 정리하고, 현실에서 쓰이는 50여 개 이상의 툴을 비교·분석하여 어떤 조직이 어떤 방식을 선택하면 좋을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기후행동을 네 단계로 나눈 글래스고 선언(측정–감축–재생–협력)을 실제 현장에서 구현하기 위해, 첫 단추인 ‘측정’을 가능하게 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OECD의 「Tourism Trends and Policies 2024」도 비슷한 메시지를 덧붙인다.
이 보고서는 50개국 사례를 분석하며, 각국이 관광 부문을 국가 탄소중립 로드맵 안에 어떻게 위치시키고 있는지를 정리한다.
몇몇 국가는 관광 넷제로 로드맵을 별도로 수립하고, 관광기업을 위한 8단계 기후행동 가이드와 물·에너지·폐기물·생물다양성 관리툴을 제공하는 등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내놓고 있다.
동시에, 관광이 기후·기술 변화 속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미래를 내다본 지속가능 관광정책”과 “근거 기반(evidence-based) 의사결정”을 결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모든 논의 속에서 우리가 놓치기 쉬운 지점은 하나다. 결국 탄소를 배출하는 것은 비행기도, 호텔도, 버스도 아니고, 그 안에서 움직이는 우리의 선택이라는 점이다.
관광이 기후위기에 기여하는 방식은 세 층위에서 동시에 일어난다.
첫째, 이동 방식의 선택이다.
항공 비중이 높을수록, 단거리보다 장거리 비행이 많을수록, 반복해서 짧게 다녀오는 여행이 많을수록 탄소 발자국은 커진다.
둘째, 숙박과 활동의 운영 방식이다.
에너지·물·식재료·폐기물·건축 방식 등 숙박과 관광시설의 운영이 얼마나 저탄소·저자원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같은 수의 관광객도 완전히 다른 영향을 남긴다.
셋째, 목적지 차원의 개발과 관리이다.
도심 집중·과잉관광·자연 훼손형 개발과, 분산형·저영향·보전 연계형 개발의 탄소·환경 발자국은 장기적으로 전혀 다르다.
본 칼럼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관광의 탈탄소화(decarbonisation)”가 기술과 연료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와 선택의 문제라는 점이다.
SAF(지속가능항공연료), 수소·전기 항공기, 탄소 저감형 인프라 투자는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근본적인 질문—“얼마나 자주, 얼마나 멀리,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위해 여행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개인의 선택 변화가 함께 따라와야 한다.
이 변화는 이미 작은 움직임으로 시작되고 있다.
장거리 비행을 줄이고, 한 번 갈 때 조금 더 오래 머무는 ‘슬로 트래블’, 철도와 국제버스를 활용한 육상 이동 확대, 도심 관광에서 자연·로컬 중심 체류형 여행으로의 이동, 저탄소 인증 숙소와 관광상품을 선택하려는 수요 등이 그렇다.
여행사와 OTA는 항공편 탄소 배출 정보를 간단한 색깔 표시나 수치로 제공하고, 일부 목적지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탄소발자국 계산기와 상쇄·기부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UNWTO와 여러 기관이 제공하는 배출 측정 도구와 지침은,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무엇을 줄일지 보기 위해 먼저 무엇이 얼마나 나오는지 보자”는 방향 전환의 신호다.
관광의 탄소 발자국을 줄인다는 것은 결국, 우리가 여행을 통해 얻는 기쁨과 배움, 관계와 회복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그 방식을 바꿔 보겠다는 약속이다.
“여행을 포기하자”가 아니라 “여행의 방식을 조정하자”에 가깝다.
그래서 요즘 이런 문장을 자주 떠올린다.
관광은 더 이상 ‘도망치는 곳’이 아니라, ‘돌아갈 수 있는 지구’를 전제로 해야 한다.
우리가 오늘 설계하는 여행길이, 내일의 기후를 함께 데리고 간다는 사실을 잊지 않을 때, 비로소 관광은 기후위기의 해법 일부가 될 수 있다.
[이강일 | 관광산업 연구자·저자. 관광의 미래를 읽고, 현장의 길을 설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