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칼럼 25] 관광 연구와 정책, 여전히 평행선을 걷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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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인사이트

[관광칼럼 25] 관광 연구와 정책, 여전히 평행선을 걷는 이유

관리자 2026-08-10 조회수 40


관광학과 정책 자료실의 서가를 가득 채운 논문과 보고서를 떠올려 보면, 한 가지 불편한 질문이 따라온다. 

이렇게 많은 연구가 쌓였는데, 현장의 의사결정과 제도는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

최근 10년간 주요 관광·호스피탈리티 학술지 1만 2천여 편을 검토한 대규모 분석에 따르면, 실제로 ‘왜(정책의 근거)–어떻게(정책의 역할)–무엇을(정책 수단과 제도 설계)’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한 논문은 전체의 1%도 채 되지 않았다. 

연구는 넘치는데, 정책으로 이어지는 다리는 여전히 가늘고 드물다는 뜻이다.

 

관광 분야에서도 “근거(evidence)에 기반한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기후위기·과잉관광·불평등·지역 소멸 같은 문제 앞에서, 더 이상 직관과 정치적 구호만으로 정책을 설계하기 어렵다는 자각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근거에 기반한 정책’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네 가지 긴장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을 근거라고 부를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없고, 정책 형성 과정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근거의 역할이 달라지며, 근거와 정치 사이에는 늘 모순과 충돌이 존재하고, 근거 자체도 정치적 맥락에서 선택·배제된다는 것이다.

 

지속가능관광을 예로 들어보면 이 간극은 더 분명해진다. 

여러 나라와 기관이 다양한 지표 체계를 만들고,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어 왔지만, 이 지표들이 실제 정책과 관리로 이어지는 고리는 여전히 약하다. 

한 리뷰 논문은 “지속가능관광 관련 근거 생산 능력은 크게 향상되었지만, 그 근거가 실제 의사결정에 활용되는 비율은 여전히 매우 낮다”고 평가한다. 

연구는 주로 ‘문제를 정의하는 데’ 집중되어 있고, 정작 ‘어떤 대안을 선택할지’와 ‘실행 결과를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근거 생산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UNWTO는 지속가능관광 관측소(INSTO) 네트워크를 운영하며, 특정 목적지에서 장기적인 지표 수집과 이해관계자 협의를 결합하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관측소들은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방정부·연구자·주민·업계가 함께 지표를 해석하고, 목표를 세우고, 조정된 행동계획을 만드는 장으로 기능한다. 

멕시코·인도네시아·포르투갈 등의 사례를 보면, 이런 구조가 있을 때 비로소 “지표–정책–행동”의 순환이 작동하기 시작한다는 점이 확인된다. 

다만 이 역시 안정적인 재원과 정치적 의지, 중간조정자의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쉽게 형식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제시된다.

 

OECD의 「Tourism Trends and Policies 2024」는 50개국 사례를 분석하며, 지속가능한 관광정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책 주도형(policy-led) 지표 설계”와 데이터 리터러시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먼저 정책 우선순위를 명확히 정하고, 그 우선순위를 측정할 수 있는 핵심 지표를 도출한 뒤, 이 지표를 모니터링·평가·정책 조정 전체 주기에 일관되게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지표가 먼저가 아니라 정책 질문이 먼저이고, 데이터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선별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다.

 

한편, 학계 내부를 돌아보면 연구와 정책·실무의 연결이 얼마나 약한지도 다시 확인된다. 2012~2021년 사이 주요 학술지 1만 2천여 편을 분석한 결과, ‘왜 이 정책이 필요한지’, ‘어떤 방식의 정책 개입이 적절한지’, ‘어떤 제도·행위자 구성이 요구되는지’를 모두 다룬 논문은 0.93%에 불과했다. 

많은 논문이 ‘정책적 시사점’을 언급하지만, 실제로는 구체 행위자와 도구가 보이지 않는 추상적 권고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다. 

연구자와 정책 담당자 사이에 “언어와 시간, 인센티브”의 간극이 존재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설득력을 갖는다.

 

그렇다면 이 간극을 줄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첫째, 연구자는 “정책 시사점”을 논문의 마지막 장식이 아니라, 연구 설계 단계부터 함께 고민해야 한다.

최근 메타연구는 정책 시사점을 쓸 때 최소한 네 가지를 분명히 하라고 제안한다. 

왜 이 정책이 필요한지(why), 정책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how), 어떤 수단·제도가 쓰일 수 있는지(what), 그리고 누가 언제 그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지(who/when)까지 구체화하라는 것이다. 

이는 단지 형식 논리가 아니라, 연구가 실제 제도 설계와 실행에 닿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둘째, 정책 담당자와 실무자는 연구를 ‘결과물’로만 소비하지 말고, 연구과정 자체에 더 일찍·더 깊게 들어와야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관광부가 여러 대학과 연구기관을 묶어 ‘Tourism Research Panel’을 구성하고, 공동 세미나를 통해 정책 우선순위와 연구 의제를 함께 논의하는 구조를 만든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초기 기획 단계부터 정책 질문과 현장 고민이 연구 설계에 반영되면, 결과 역시 정책과 실무에 닿을 확률이 높아진다.

 

셋째, 목적지 차원에서는 “작은 관측소”를 만드는 상상을 할 수 있다.

OECD와 UNWTO가 제안하는 것처럼, 지표와 데이터를 모으는 일, 그 데이터를 관계자들과 함께 읽는 일, 읽은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을 하나의 순환으로 설계하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장비가 아니라, 질문과 지표를 함께 정할 수 있는 협의 구조, 그리고 그 결과를 다음 의사결정에 반영하겠다는 약속이다.

 

이 기고를 쓰는 지금, 제 안의 질문은 점점 더 단순해진다. 

“연구자는 정말 정책과 현장을 상상하고 글을 쓰고 있는가, 정책과 현장은 정말 연구를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연구와 정책, 데이터와 감각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서로를 향해 한 걸음 내딛는 사람이 아직 적을 뿐이다.

 

관광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틀어 보려면, 우리는 결국 같은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연구자는 말의 높이를 조금 낮추고, 정책 담당자는 숫자의 두께를 조금 더 들여다보고, 현장은 자신의 경험을 더 자주 기록해 근거로 남겨야 한다.

 

그 세 방향이 만날 때, 비로소 “연구로 움직이는 관광정책”이라는 문장이 빈말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강일 | 관광산업 연구자·저자. 관광의 미래를 읽고, 현장의 길을 설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