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칼럼 20] 관광의 스토리텔링, 장소를 넘어서 사람의 이야기가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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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인사이트

[관광칼럼 20] 관광의 스토리텔링, 장소를 넘어서 사람의 이야기가 될 때

관리자 2026-08-04 조회수 54


관광은 단순히 ‘어디를 가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오느냐’의 문제다.

같은 도시를 다녀와도 누구는 “볼 것 없다”고 말하고, 누구는 “다시 가고 싶다”고 말한다. 차이는 장소가 아니라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고 기억했느냐에 있다. 

그래서 관광을 끝까지 움직이는 힘은 시설보다 이야기, 인프라보다 내러티브다.

 

관광 스토리텔링은 관광자원과 관광지, 프로그램 전체에 흥미 있는 이야기를 부여해 관광객의 관심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전략으로 정의된다. 

그 이야기는 단순 설명이 아니라, 장소가 가진 고유한 의미를 해석하거나 가공해 관광적 가치를 창조·증대하는 해석의 작업이다. 

전설이나 설화, 역사적 사건, 인물의 삶, 생활문화의 단편까지 모두 스토리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를 관광객이 공감할 수 있는 형식으로 다시 엮어내는 일이다.

 

국내외 연구를 보면, 목적지 마케팅에서 스토리텔링은 이미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여러 실증 연구들은 스토리텔링이 목적지의 정체성과 속성을 감성적으로 전달하여 인지도·호감도·방문 의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보여준다. 

좋은 스토리는 인지적 정보(무엇을 알고 느끼는가), 정서적 반응(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가), 행동적 의지(실제로 가고 싶은가)를 동시에 자극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온라인 환경에서 목적지 브랜드를 차별화하는 데 스토리텔링은 필수 도구라는 지적은, 지금 우리의 현장을 돌아보게 만든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갖고 있는가’보다 ‘누가 어떻게 이야기하느냐’다. 

한 국제 연구에서는 목적지 기반 스토리텔링과 관광객 기반(여행자 기반) 스토리텔링을 나누어 비교한다. 

전자는 도시·유산·역사·음식·문화 가치 등 장소 자체가 주인공이 되고, 후자는 여행자와 주민, 매개자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감정과 경험이 주인공이 된다. 

목적지의 스토리는 주로 공공기관·DMO·마케팅 조직이 제작하지만, 여행자의 스토리는 개인의 언어와 사진, 감정과 관점으로 채워진다. 

지금의 관광에서는 이 둘이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도시가 이야기의 배경을 준비하고, 여행자가 그 안에서 자기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을 때 비로소 브랜드가 살아난다.

 

정책·연구 차원에서도 스토리텔링은 “모든 것을 이야기화하라”라는 구호가 아니라, 선택과 집중·차별화의 문제로 접근되고 있다. 

서울·부산 등 여러 도시 정책 연구를 보면, 스토리 자원의 속성과 유형을 허구·실재, 일반대상·관광자원으로 나누어 유형별 전략을 제시한다. 

허구·창조형 자원은 신화·문학·드라마·영화 등을 활용해 새로운 관광자원을 만든 유형이고, 실재·강화형은 이미 존재하는 관광대상의 역사·장소·인물 스토리를 발굴해 가치를 높이는 유형이다. 

각각은 타깃·채널·콘텐츠가 다르기 때문에, “한 번에 모두에게 통하는 이야기”를 만들겠다는 발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강조된다.

 

현장에서 스토리텔링을 시도하는 많은 사례가 이 부분에서 난관을 겪는다. 

스토리 목록을 길게 만들고 안내판을 세우는 것으로 스토리텔링을 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스토리 관광자원화는 안내자료를 나열하는 일이 아니라, ‘팔릴 만한 상품’으로 다시 구성하는 마케팅 기법이라는 점이 여러 보고서에서 반복된다. 

관광객이 흥미를 느끼고 시간과 비용을 쓸 만한 상품으로 재구성되지 않으면, 이야기는 관광지 내부 문서와 보고서에만 남는다. 

스토리를 모으는 작업이 아니라, 스토리로 상품을 만드는 작업이 관광의 스토리텔링이다.

 

스토리텔링을 제대로 운용하려면 몇 가지 질문이 선행되어야 한다. 

첫 번째는 타깃이다. 시민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국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에 따라 이야기가 쓰이는 언어와 깊이, 채널이 모두 달라진다. 

두 번째는 목적이다. 지역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것인지, 재방문을 늘리려는 것인지, 특정 테마 루트를 알리려는 것인지에 따라 구성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세 번째는 채널이다. 현장 해설사와 책자, 안내 패널, 오디오 가이드, SNS, AR/VR, 영상 PPL 등 어느 접점에서 이야기를 전달할지에 따라 콘텐츠의 형식은 달라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토리텔링을 ‘장기 프로젝트’로 보는 안목이다. 성공적인 스토리텔링 사업은 단기간 파급효과를 기대하기보다, 지속적인 피드백과 다듬기를 통해 시간이 지나며 완성된다는 점이 연구자들과 실무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처음 만든 이야기는 어쩔 수 없이 거칠고, 일부는 현장에 맞지 않을 수 있다. 

이를 실제 관광객·주민·종사자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계속 수정하고 갱신할 때, 비로소 이야기는 지역의 언어가 된다. 

스토리텔링은 한 번 쓰고 끝나는 글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고쳐 쓰는 장편에 가깝다.

 

오늘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한 가지다. 

스토리텔링은 관광을 꾸미는 장식이 아니라, 관광을 움직이는 구조다.

관광객은 정보를 위해 여행하지 않는다.

그는 이야기를 위해 여행한다. 

 

지역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정교하게 준비하고, 여행자가 그 안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써 내려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줄 때, 관광은 단순 방문을 넘어 관계가 된다.

 

그리고 관계가 쌓일 때 비로소 브랜드는 살아난다.

 

[이강일 | 관광산업 연구자·저자. 관광의 미래를 읽고, 현장의 길을 설계하다.]